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도영 감독은 소설 ‘82년생 김지영’에 담긴 현실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쉬운 이해를 도와줄 극적인 캐릭터나 사건을 선택하는 대신 김지영을 둘러싼 현실적인 풍경들을 담는데 주력했다. 미묘한 차이까지 포착하기 위한 김 감독의 고민과 노력이 ‘82년생 김지영’을 향한 공감대를 넓혔다. ‘82년생 김지영’ 개봉 이후 만난 김 감독은 영화를 향한 지지와 응원에 감사했다. 남녀노소, 세대를 뛰어 넘는 호평은 더욱 의미 있었다. 일상과 맞닿은 이야기인 만큼, 주변에서 보내주는 응원 역시 김 감독에게는 힘이 됐다. “친구들이 영화를 좋아해줬다. 어머니, 시어머니를 비롯해 어른들이 생각보다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 내게는 의미 있는 것 같다. 10대들도 재밌게 봤다고 하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 보는 사람의 경험에 따라 다르고, 각자 위치에 따라 영화를 다르게 보는 것 같다” 영화화가 결정되기 전 소설을 접했던 김 감독은 ‘82년생 김지영’에 담긴 여러 여성들의 삶에 공감했었다. 담담하게 한 인물을 바라보는 소설을 영화화할 때는 많은 고민들이 있었다. 하지만 가치에 공감한 김 감독은 흥미 있게 에피소드를 전달하되, 소설이 담은 의도를 해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내 삶과 엄마, 동생들의 삶을 떼놓고 보는 것 같았다. 무얼 보라고 강요하지는 않지만, 가만히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는 기분이었다. 소설에는 에피소드들이 나열돼 있다. 영화는 두 시간 동안 몰입을 해야 하니 고민이 됐다. 이야기를 어떻게 엮고, 소설 속 에피소드를 어떻게 잘 녹여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 특히 김지영의 아픔을 드러내는 수단인 ‘빙의’를 어떻게 표현할지가 관건이었다. 김 감독은 ‘빙의’를 미스터리하게 그려내 재미를 높이기보다, 일상에서 튀어나오는 상처처럼 담담하게 표현해 메시지를 강조했다. “빙의를 문학적 장치로 읽었다. 김지영은 스스로 표현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남의 말을 빌려 이야기하다가 결국 자신의 말로 이야기를 하는 과정이 중심이 돼야 했다. 그게 출발이었다. 그래서 빙의도 오컬트 영화처럼 무섭게 담지 않으려 노력했다. 영화 속 빙의는 일상에서 튀어나오고, 앵글 역시 평범했다. 눈물을 흘리며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여겼다. 음악도 깔지 않고, 평범한 상황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일상의 어떤 것처럼 읽히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지영의 남편 대현 역할도 중요했다. 그는 김지영을 위하는 따뜻한 남편이지만, 그의 아픔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도 동시에 가졌다. 착하지만 눈치 없는 대현의 적절한 균형이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아내를 사랑하지만, 남자로서 생각하지 못하는 지점들이 있다. 한계인 거다. 관습 안에서 자랐으니까 미처 바라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야 평범할 것 같았다. 공유도 그 부분에 대해 잘 알고 표현을 해주신 것 같다. 아버지 역할도 마찬가지다. ‘그냥 시집이나 가라’라고 하시지만, 이면에는 걱정이 담겨 있다. 그런 부분들을 짚고 싶었다.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자란 분들은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다. 딸을 아끼기 때문에 회사에 합격을 하면 너무 좋아해주시지만, 다양한 면들이 보였으면 했다” 주인공 지영은 물론, 주변 인물들의 디테일한 성격까지 고민한 김 감독이지만, 결말에서만큼은 희망을 먼저 생각했다. ‘82년생 김지영’이 마냥 어둡지만은 않았던 것은 영화를 본 관객들이 힘을 얻기를 바랐던 김 감감독의 따뜻한 마음 덕분이다. “초고의 결말은 지영이 복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게 무엇인지 고민을 했다. 복직 버전을 찍고, 글쓰기 버전도 찍었다. 어떤 게 됐건 김지영이 너무 멀리가면 판타지다. 자기 목소리를 내고, 이제 막 시작하는 느낌이 좋았다. 그래야 좋을 것 같고, 그래야 보는 이들도 힘이 될 것 같았다 응원과 격려의 느낌이 들려면 반보 정도는 나아가야 할 것 같았다” ②편으로 이어짐

[마주보기①] ‘82년생 김지영’ 김도영 감독, 디테일이 만든 현실감

장수정 기자 승인 2019.11.05 09:24 | 최종 수정 2019.11.07 09:35 의견 0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도영 감독은 소설 ‘82년생 김지영’에 담긴 현실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쉬운 이해를 도와줄 극적인 캐릭터나 사건을 선택하는 대신 김지영을 둘러싼 현실적인 풍경들을 담는데 주력했다. 미묘한 차이까지 포착하기 위한 김 감독의 고민과 노력이 ‘82년생 김지영’을 향한 공감대를 넓혔다.

‘82년생 김지영’ 개봉 이후 만난 김 감독은 영화를 향한 지지와 응원에 감사했다. 남녀노소, 세대를 뛰어 넘는 호평은 더욱 의미 있었다. 일상과 맞닿은 이야기인 만큼, 주변에서 보내주는 응원 역시 김 감독에게는 힘이 됐다.

“친구들이 영화를 좋아해줬다. 어머니, 시어머니를 비롯해 어른들이 생각보다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 내게는 의미 있는 것 같다. 10대들도 재밌게 봤다고 하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 보는 사람의 경험에 따라 다르고, 각자 위치에 따라 영화를 다르게 보는 것 같다”

영화화가 결정되기 전 소설을 접했던 김 감독은 ‘82년생 김지영’에 담긴 여러 여성들의 삶에 공감했었다. 담담하게 한 인물을 바라보는 소설을 영화화할 때는 많은 고민들이 있었다. 하지만 가치에 공감한 김 감독은 흥미 있게 에피소드를 전달하되, 소설이 담은 의도를 해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내 삶과 엄마, 동생들의 삶을 떼놓고 보는 것 같았다. 무얼 보라고 강요하지는 않지만, 가만히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는 기분이었다. 소설에는 에피소드들이 나열돼 있다. 영화는 두 시간 동안 몰입을 해야 하니 고민이 됐다. 이야기를 어떻게 엮고, 소설 속 에피소드를 어떻게 잘 녹여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

특히 김지영의 아픔을 드러내는 수단인 ‘빙의’를 어떻게 표현할지가 관건이었다. 김 감독은 ‘빙의’를 미스터리하게 그려내 재미를 높이기보다, 일상에서 튀어나오는 상처처럼 담담하게 표현해 메시지를 강조했다.

“빙의를 문학적 장치로 읽었다. 김지영은 스스로 표현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남의 말을 빌려 이야기하다가 결국 자신의 말로 이야기를 하는 과정이 중심이 돼야 했다. 그게 출발이었다. 그래서 빙의도 오컬트 영화처럼 무섭게 담지 않으려 노력했다. 영화 속 빙의는 일상에서 튀어나오고, 앵글 역시 평범했다. 눈물을 흘리며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여겼다. 음악도 깔지 않고, 평범한 상황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일상의 어떤 것처럼 읽히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지영의 남편 대현 역할도 중요했다. 그는 김지영을 위하는 따뜻한 남편이지만, 그의 아픔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도 동시에 가졌다. 착하지만 눈치 없는 대현의 적절한 균형이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아내를 사랑하지만, 남자로서 생각하지 못하는 지점들이 있다. 한계인 거다. 관습 안에서 자랐으니까 미처 바라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야 평범할 것 같았다. 공유도 그 부분에 대해 잘 알고 표현을 해주신 것 같다. 아버지 역할도 마찬가지다. ‘그냥 시집이나 가라’라고 하시지만, 이면에는 걱정이 담겨 있다. 그런 부분들을 짚고 싶었다.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자란 분들은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다. 딸을 아끼기 때문에 회사에 합격을 하면 너무 좋아해주시지만, 다양한 면들이 보였으면 했다”

주인공 지영은 물론, 주변 인물들의 디테일한 성격까지 고민한 김 감독이지만, 결말에서만큼은 희망을 먼저 생각했다. ‘82년생 김지영’이 마냥 어둡지만은 않았던 것은 영화를 본 관객들이 힘을 얻기를 바랐던 김 감감독의 따뜻한 마음 덕분이다.

“초고의 결말은 지영이 복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게 무엇인지 고민을 했다. 복직 버전을 찍고, 글쓰기 버전도 찍었다. 어떤 게 됐건 김지영이 너무 멀리가면 판타지다. 자기 목소리를 내고, 이제 막 시작하는 느낌이 좋았다. 그래야 좋을 것 같고, 그래야 보는 이들도 힘이 될 것 같았다 응원과 격려의 느낌이 들려면 반보 정도는 나아가야 할 것 같았다”

②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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