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대형 건설사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가율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을 제외하고는 수익성에 타격이 컸다.
주요 건설사들은 신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해외 시장 개척으로 실적 개선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주택 사업의 비중을 단기간 내에 낮출 방안은 사실상 없어 주택 경기가 개선되길 바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상장건설사 5곳(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DL이앤씨) 중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한 건설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뿐이다.
특히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주요 건설사 중 유일하게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1조 340억원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도 전년 동기 대비 36.6% 급증한 78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두 건설사의 공통점은 높은 해외매출 비중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9조3100억원의 연간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9조2490억원이 해외 매출이다.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약 48%다.
곳간도 해외 물량으로 대부분을 채웠다. 삼성물산의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고는 27조7240억원이다. 해외 수주가 15조1420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신규 수주도 19조2280억원 중 45% 가량인 8조7630억원을 해외에서 쌓았다.
현대건설도 지난해 매출 29조6510억원 중 약 40%에 해당하는 11조8860억원이 해외에서 나왔다.
2023년 주요 건설사 영업이익. (자료=각 사, 그래픽=뷰어스)
반면 주택 중심으로 국내 사업 비중이 높은 대우건설과 DL이앤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각각6625억원, 33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2.8%, 33.4% 감소한 수준이다. 두 건설사 모두 매출은 전년과 비교했을 때 11.8%, 6.6% 늘었지만 수익성은 하락했다.
인건비와 원자잿값 상승으로 공사 원가가 늘어난 게 원인이다. 대우건설 매출에 62%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건축 매출 총이익률이 전년 대비 2.3%p 감소한 7.7%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미분양 물량 관련 매출채권 대손상각비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 주택 부문의 착공 부진에 따른 매출 둔화가 인식되기 시작했다"면서 "미분양 물량 관련 매출채권 대손상각비 1100억원을 반영하면서 판관비율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고 분석했다.
DL이앤씨도 주택사업 원가율이 91.9%에 달했다. DL이앤씨는 지난 2021년 주택 사업 원가율이 78.8%에 불과해 영업이익률도 12%를 웃돌았으나 지난해에는 4.1% 수준에 머물렀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부 현장에서 도급 증액이 지연되면서 주택 원가율 개선 폭이 예상보다 작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검단아파트 사고 예상손실금액 반영 등으로 388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GS건설도 주택사업에서 원가율 관리에 애를 먹었다. GS건설의 지난해 건축·주택 총이익률은 -0.3%로 나타났다. 전년도에는 12.7%로 높은 이익률을 보였으나 한해만에 원가율 이슈 등으로 손실이 났다.
올해도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가율 문제가 건설사의 실적을 발목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기업들의 건설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지난달 75.5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건설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존 수주 물량을 봤을 때 대형건설사들의 주택사업 중심 포트폴리오를 단기간에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현대건설만 보더라도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수주잔고가 67조3550억원, 해외 잔고는 22조6500억원이다. 주택사업 호황기에 도시정비사업 수주 물량이 워낙 많았던 탓이다.
신사업 비중을 늘려가는 GS건설도 지난해 신규 수주 10조1840억원 중 주택 수주가 4조598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해외 신규 수주를 전년도 1조7745억원에서 3조1232억원으로 늘렸지만 국내 수주는 2조원 가까이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에서 해외수주는 6조7783억원, 국내 수주고는 38조3555억원 가량이다. 특히 주택건축 수주가 33조9512억원에 달한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수주한 대량의 사업지가 회사의 몸집도 키우고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좋았으나 지금은 부담이 되는 사업지도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여전히 주택사업은 건설사의 주요 먹거리로 비교적 수익성이 양호하고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도시정비 위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가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