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에 불어온 훈풍이 증권사들의 신규 계좌 증가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공모청약을 위해 주거래 증권 계좌 이외에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 계좌를 추가로 개설하면서 활동 계좌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주식거래활동계좌수는 7009만7032개로 집계돼 사상 처음으로 7000만좌를 넘어섰다. 1월 증가 계좌수는 83만7893개로 전월의 55만2137개보다 대폭 확대됐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란 보유잔고가 10만원 이상으로 최근 6개월간 1회 이상 거래된 계좌를 뜻한다. 신규 계좌 개설이나 휴면 계좌 재사용시 수치가 늘어난다.
이는 증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6월 이후 시행된 상승 제한폭 확대(300%) 정책 이후 공모 시장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 것도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이날부터 공모청약을 시작한 에이피알의 주관사에서도 신규 계좌 개설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하나증권의 최근 15일간(1월 29일 이후) 신규 계좌 개설수는 약 5만건으로 평균 한달 개설 계좌인 3만건 대비 크게 늘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에이피알의 공모주 청약이 가능한 내일까지 약 6만건 개설이 예상된다”며 “100% 공모주 청약을 위한 계좌라고 볼 수는 없지만 평소대비 큰 증가폭”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증권업계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위기가 확대되면서 전통 기업금융(IB) 부문인 IPO의 중요성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IPO를 통해 수수료 수익과 향후 기업과 다양한 비즈니스 관계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신규 고객 유입 효과까지 거둔다면 그야말로 ‘일석삼조’.
실제 지난 2022년 1월 사상 최대 규모였던 LG에너지솔루션 IPO 당시 주관사를 맡았던 KB증권도 약 101만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된 바 있다. KB증권이 최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시장에서 키움증권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당시 IPO를 통해 유입된 고객을 사로잡은 것 역시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가격제한폭 확대로 '따따블' 기록이 이어지면서 공모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지난해 이후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가능해진 만큼 올해 예정된 HD현대마린솔루션을 비롯해 토스 등 ‘대어’들이 등장할 때마다 계좌 증가 효과도 이전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