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알쓸신잡3' 방송캡처 “제가 읽은 책 중에 감명 깊게 읽은 구절을 적어 놓는 것에서 편견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소설은 별로’라는 솔직한 평을 적어놨는데, 실제로 그 소설의 판매량이 줄었다. 그만큼 무게감을 느끼고 더욱 신중하려고 한다”  한 동네책방 주인장은 자신의 개인적인 리뷰가, 독자들에게 편견을 심어주는 행위가 된 사례를 겪고 책임감을 절실히 느꼈다. 동네책방도 그런데, 유명 미디어 플랫폼을 거친다면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실제로 북큐레이션은 독자들로 하여금 책을 접하게 하는 하나의 ‘통로’ 역할을 해야 한다. 자칫 편향된 독서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tvN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를 통해 미디어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9월 24일 첫 방송된 ‘요즘책방’에 소개된 책들은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책을 급히 새로 찍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책 중 판매량의 변화가 가장 크게 나타난 도서는 단연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다. 방송 후 일주일간 판매량이 직전 동기 대비 476% 늘고, 예스24 9월 5주 종합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같은 기준 ‘군주론’의 판매량은 391%, ‘징비록’은 304% 각각 증가했다. 지난 10월 15일 방송에 소개된 ‘멋진 신세계’는 방송 후 3일이 지난 18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3위, 소설·시·희곡 분야 2위에 올랐다.  MBC 예능 프로그램 ‘같이펀딩’은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실현시키는 다양한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배우 유인나가 진행하는 오디오북 제작 프로젝트를 통해 다수의 책이 추천 도서로 소개되면서 영향력을 보이기도 했다.  ‘같이펀딩’의 경우 지난 9월 29일 방송에서 배우 유인나와 강하늘이 오디오북 제작 도서로 박준 시인의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를 선정했다. 해당 도서는 방송 이후 일주일 간 판매량이 직전 일주일 대비 13배 증가했고, 예스24 소설·시·희곡 분야 10월 1주 베스트셀러 3위를 차지했다.  사진=tvN '책읽어드립니다', MBC '같이펀딩' 방송캡처 또 ‘같이펀딩’에 노출된 도서들은 대부분 방송 전 일주일 간 판매량이 10권 미만에 불과했으나, 방송 이후 5배에서 크게는 250배 이상 증가하는 변화를 보였다. 가장 판매 증가율이 높은 도서는 280배를 기록한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이며,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154배)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150배) ‘원숭이는 왜 철학 교사가 될 수 없을까?’(135배) ‘넌 (안)작가’(100배) 등의 도서도 판매량이 100배 이상 늘어났다.  김영하 작가는 ‘알쓸신잡’을 통해 절판된 책도 다시 살려냈다. 그는 시즌3 마지막 방송 당시 “웬만하면 절판된 책은 안 가지고 나오려고 했는데, 이런 책은 사라져서는 안 된다”며 “요새는 만화를 웹툰으로 보다 보니 출판만화를 잘 안 산다. 그런데 이것은 좀 사주셨으면 좋겠고, 누군가 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내 어머니 이야기’를 소개했다. 방송 이후 이 책은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 1위 올랐고, 곧 재출간이 결정돼 편집과 디자인을 새로 거친 개정판이 출간됐다. 이후 3개월 동안 무려 10만부가 넘게 판매됐다.  이처럼 미디어를 통한 북큐레이션의 영향력이 큰 만큼, 방송에서 다루는 책을 선정하는 과정도 까다롭다. ‘책 읽어드립니다’ 정민석 PD는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책 선정을 꼽으면서 “제작진, 출연자들의 직접 책 추천은 물론 자문 위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혹여 판매량에 부정한 영향을 끼치고, 출판사들끼리의 경쟁을 막기 위해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정PD는 “책 선정을 위해 도와주는 분들이 있다. 그 선정 기준에 공정성을 두기 위해 공개하긴 어려울 것 같다. 책은 출판사마다 번역이 다를 것이다. 가장 원문과 비슷하게, 가장 쉽게 풀어낸 책을 선택하고 있다”고 기준을 설명했다.  이어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서 책을 쉽게 접하고 읽으시면 좋겠다. 1시간 동안 1권의 책을 소개하는 건, 더 늘어지거나 지루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책 1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가겠다”고 덧붙였다.

[View 기획┃북큐레이션③] 소개만 했는데 판매량 ‘쑥’, 미디어가 느껴야 할 책임감

절판된 도서, 방송 탄 이후 재출간…3개월간 10만부 판매

박정선 기자 승인 2019.11.21 09:21 | 최종 수정 2019.11.22 09:28 의견 0
사진=tvN '알쓸신잡3' 방송캡처

“제가 읽은 책 중에 감명 깊게 읽은 구절을 적어 놓는 것에서 편견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소설은 별로’라는 솔직한 평을 적어놨는데, 실제로 그 소설의 판매량이 줄었다. 그만큼 무게감을 느끼고 더욱 신중하려고 한다” 

한 동네책방 주인장은 자신의 개인적인 리뷰가, 독자들에게 편견을 심어주는 행위가 된 사례를 겪고 책임감을 절실히 느꼈다. 동네책방도 그런데, 유명 미디어 플랫폼을 거친다면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실제로 북큐레이션은 독자들로 하여금 책을 접하게 하는 하나의 ‘통로’ 역할을 해야 한다. 자칫 편향된 독서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tvN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를 통해 미디어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9월 24일 첫 방송된 ‘요즘책방’에 소개된 책들은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책을 급히 새로 찍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책 중 판매량의 변화가 가장 크게 나타난 도서는 단연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다. 방송 후 일주일간 판매량이 직전 동기 대비 476% 늘고, 예스24 9월 5주 종합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같은 기준 ‘군주론’의 판매량은 391%, ‘징비록’은 304% 각각 증가했다. 지난 10월 15일 방송에 소개된 ‘멋진 신세계’는 방송 후 3일이 지난 18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3위, 소설·시·희곡 분야 2위에 올랐다. 

MBC 예능 프로그램 ‘같이펀딩’은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실현시키는 다양한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중 배우 유인나가 진행하는 오디오북 제작 프로젝트를 통해 다수의 책이 추천 도서로 소개되면서 영향력을 보이기도 했다. 

‘같이펀딩’의 경우 지난 9월 29일 방송에서 배우 유인나와 강하늘이 오디오북 제작 도서로 박준 시인의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를 선정했다. 해당 도서는 방송 이후 일주일 간 판매량이 직전 일주일 대비 13배 증가했고, 예스24 소설·시·희곡 분야 10월 1주 베스트셀러 3위를 차지했다. 

사진=tvN '책읽어드립니다', MBC '같이펀딩' 방송캡처

또 ‘같이펀딩’에 노출된 도서들은 대부분 방송 전 일주일 간 판매량이 10권 미만에 불과했으나, 방송 이후 5배에서 크게는 250배 이상 증가하는 변화를 보였다. 가장 판매 증가율이 높은 도서는 280배를 기록한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이며,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154배)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150배) ‘원숭이는 왜 철학 교사가 될 수 없을까?’(135배) ‘넌 (안)작가’(100배) 등의 도서도 판매량이 100배 이상 늘어났다. 

김영하 작가는 ‘알쓸신잡’을 통해 절판된 책도 다시 살려냈다. 그는 시즌3 마지막 방송 당시 “웬만하면 절판된 책은 안 가지고 나오려고 했는데, 이런 책은 사라져서는 안 된다”며 “요새는 만화를 웹툰으로 보다 보니 출판만화를 잘 안 산다. 그런데 이것은 좀 사주셨으면 좋겠고, 누군가 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내 어머니 이야기’를 소개했다. 방송 이후 이 책은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 1위 올랐고, 곧 재출간이 결정돼 편집과 디자인을 새로 거친 개정판이 출간됐다. 이후 3개월 동안 무려 10만부가 넘게 판매됐다. 

이처럼 미디어를 통한 북큐레이션의 영향력이 큰 만큼, 방송에서 다루는 책을 선정하는 과정도 까다롭다. ‘책 읽어드립니다’ 정민석 PD는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책 선정을 꼽으면서 “제작진, 출연자들의 직접 책 추천은 물론 자문 위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혹여 판매량에 부정한 영향을 끼치고, 출판사들끼리의 경쟁을 막기 위해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정PD는 “책 선정을 위해 도와주는 분들이 있다. 그 선정 기준에 공정성을 두기 위해 공개하긴 어려울 것 같다. 책은 출판사마다 번역이 다를 것이다. 가장 원문과 비슷하게, 가장 쉽게 풀어낸 책을 선택하고 있다”고 기준을 설명했다. 

이어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서 책을 쉽게 접하고 읽으시면 좋겠다. 1시간 동안 1권의 책을 소개하는 건, 더 늘어지거나 지루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책 1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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