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이스메이커무브웍스 제공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 정지영 감독은 기억해야 하지만, 잊혀진 사건들을 영화 주제로 삼아왔다. 영화가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 정 감독이지만, 그의 영화가 만들어내는 파장은 늘 유의미했다. ‘블랙머니’는 양민혁 검사(조진웅 분)가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소재로 했다. 정 감독은 이미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사건이지만, 전달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영화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나간 사건이지만 당시 상당히 유명했던 사건이다. 언론에서도 떠들고 국회에서도 말이 많았다. 다만 경제 문제기 때문에 어려워서 대중들이 기피한 경향이 있다. 잘 들여다보니까 그냥 지나가서는 안 되는 사건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반드시 드러내서 문제 제기를 해야만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것 같더라.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특히 2,30대 관객들이 알아야 할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블랙머니’는 사건을 직접 접하지 못한 젊은 청년들에게 지금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날카롭게 알려줄 작품이기 때문이다. “젊은 층에게는 어렸을 때 일어난 일이니 잘 모르고, 새삼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재미에 빠져들다 보면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이 불만이 어디서 왔는지, 그게 어떤 문제들에서 비롯됐는지 알게 된다” ‘론스타 사건’은 최근 일어난 일이며, 동시에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재 진행 중인 일이기도 하다. 문제적 사건들을 영화화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정 감독이지만, 가까운 사건을 다뤘기 때문에 유독 조심스러운 것은 있었다. 사진=영화 '블랙머니' 스틸 “(사건과 관련된) 실존 인물들이 있지 않나. 그 사람들이 방해를 할 것 같아 불안감이 있었다. 우려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준비 기간을 비롯해 촬영을 할 때 소문을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는 상관이 없다. 압력을 넣는다고 해서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누군가가 배우에게 ‘그런 거 찍으면 안 돼. 나쁜 거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면 배우가 연기하면서 다른 생각을 할 게 아니냐. 몰입에 방해가 된다. 그런 이유로 걱정을 한 것이다” ‘남영동 1985’ 이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타의로 활동을 멈춰야 했던 아픈 기억에 대해서도 의연하게 회상했다. 개인에 대한 억울함보다는 문화계 전체가 후퇴하고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웠다던 정 감독에게서는 영화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느껴졌다.  “내가 선택한 운명이다. ‘남영동 1985’를 내가 선택해서 찍지 않았나. 다만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생존권을 박탈하려고 했던 그 세력들, 그들은 밉다. 그건 인간으로서는 할 짓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화는 문화 예술이지 않나. 문화 예술계의 사람들은 남이 안 하는 짓을 하는 게 맞다. 그런 사람들의 창작 작업을 억압시킨다는 건, 문화 예술을 발전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 나라 자체를 후퇴시킨다는 뜻과 같다. 그 기간에 멜로드라마, 사극을 찍으려고 했다. 먹고는 살아야 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못 찍게 되더라. 완전히 생존권을 박탈당한 것이다” 그럼에도 다시 사회 고발 영화로 돌아온 이유를 묻자 특별한 사명감은 없다며, 그저 취향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유쾌하게 말한 정 감독이지만, 그만의 뚝심으로 만들어낸 ‘블랙머니’가 관객들에게 전하는 울림만큼은 오롯이 남을 것이다. “이 같은 사회 고발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든 상관없다고 말하는 게 아닐 것이다. 단지 취향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사명감 때문에 이런 영화들을 하는 건 아니다. 내 취향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②편으로 이어짐

[마주보기①] 정지영 감독 “사회 고발 영화, 취향이기 때문에 하는 것”

정지영 감독, 7년 만에 ‘블랙머니’로 돌아온 이유

장수정 기자 승인 2019.11.19 13:10 의견 0
사진=에이스메이커무브웍스 제공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 등 정지영 감독은 기억해야 하지만, 잊혀진 사건들을 영화 주제로 삼아왔다. 영화가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 정 감독이지만, 그의 영화가 만들어내는 파장은 늘 유의미했다.

‘블랙머니’는 양민혁 검사(조진웅 분)가 피의자의 자살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소재로 했다. 정 감독은 이미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사건이지만, 전달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영화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나간 사건이지만 당시 상당히 유명했던 사건이다. 언론에서도 떠들고 국회에서도 말이 많았다. 다만 경제 문제기 때문에 어려워서 대중들이 기피한 경향이 있다. 잘 들여다보니까 그냥 지나가서는 안 되는 사건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반드시 드러내서 문제 제기를 해야만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것 같더라.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특히 2,30대 관객들이 알아야 할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블랙머니’는 사건을 직접 접하지 못한 젊은 청년들에게 지금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날카롭게 알려줄 작품이기 때문이다.

“젊은 층에게는 어렸을 때 일어난 일이니 잘 모르고, 새삼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재미에 빠져들다 보면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이 불만이 어디서 왔는지, 그게 어떤 문제들에서 비롯됐는지 알게 된다”

‘론스타 사건’은 최근 일어난 일이며, 동시에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재 진행 중인 일이기도 하다. 문제적 사건들을 영화화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정 감독이지만, 가까운 사건을 다뤘기 때문에 유독 조심스러운 것은 있었다.

사진=영화 '블랙머니' 스틸


“(사건과 관련된) 실존 인물들이 있지 않나. 그 사람들이 방해를 할 것 같아 불안감이 있었다. 우려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준비 기간을 비롯해 촬영을 할 때 소문을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는 상관이 없다. 압력을 넣는다고 해서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누군가가 배우에게 ‘그런 거 찍으면 안 돼. 나쁜 거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면 배우가 연기하면서 다른 생각을 할 게 아니냐. 몰입에 방해가 된다. 그런 이유로 걱정을 한 것이다”

‘남영동 1985’ 이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타의로 활동을 멈춰야 했던 아픈 기억에 대해서도 의연하게 회상했다. 개인에 대한 억울함보다는 문화계 전체가 후퇴하고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웠다던 정 감독에게서는 영화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느껴졌다. 

“내가 선택한 운명이다. ‘남영동 1985’를 내가 선택해서 찍지 않았나. 다만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생존권을 박탈하려고 했던 그 세력들, 그들은 밉다. 그건 인간으로서는 할 짓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화는 문화 예술이지 않나. 문화 예술계의 사람들은 남이 안 하는 짓을 하는 게 맞다. 그런 사람들의 창작 작업을 억압시킨다는 건, 문화 예술을 발전시키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 나라 자체를 후퇴시킨다는 뜻과 같다. 그 기간에 멜로드라마, 사극을 찍으려고 했다. 먹고는 살아야 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못 찍게 되더라. 완전히 생존권을 박탈당한 것이다”

그럼에도 다시 사회 고발 영화로 돌아온 이유를 묻자 특별한 사명감은 없다며, 그저 취향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유쾌하게 말한 정 감독이지만, 그만의 뚝심으로 만들어낸 ‘블랙머니’가 관객들에게 전하는 울림만큼은 오롯이 남을 것이다.

“이 같은 사회 고발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든 상관없다고 말하는 게 아닐 것이다. 단지 취향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사명감 때문에 이런 영화들을 하는 건 아니다. 내 취향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②편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