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이라는 표현도 부족할만큼 사건·사고가 많았던 2024년이 가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5년 한국 경제는 국내외 여러 여건들을 볼 때 긍정적으로 보기 힘듭니다. 뷰어스는 힘든 시기에 우리 산업계는 어떻게 될 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 위기를 극복할 지 고민을 담아 풀어봅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에너지원인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전력기기가 주목받는 가운데, 로봇과 드론 기술도 AI와 결합해 혁신의 기회를 열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업들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솔루션을 선보이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루마니아 클라우니스 요하니스 대통령(오른쪽)이 두산에너빌리티 박지원 회장(가운데)과 함께 SMR(소형모듈원자로)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두산에너빌리티)


■ SMR, 구글·MS·아마존 채택 새 에너지원…두산에너빌, 美에 주기기 공급

SMR이 AI 시대에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친환경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주요 IT 기업들이 SMR 도입을 가속화하면서 SMR 제작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이 높고, 석탄 에너지보다 친환경적이면서도 긴 발전소 수명 등의 이유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형 원전에 비해 SMR은 초기 자본 투자가 적게 든다.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일부 SMR 설계는 기존 핵폐기물을 연료로 재사용할 수 있는 환경적 이점이 있고, 설계가 단순하고 지하에 설치돼 안전성도 높다.

이러한 장점들로 인해 미국 IT 기업들은 SMR을 속속 채택하고 있다. 구글은 카이로스파워와 계약을 체결해 오는 2030년까지 500MW의 전력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웹서비스도 SMR을 활용해 AI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최대 SMR 설계 업체인 뉴스케일파워의 370억 달러(약 50조원) 규모 SMR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 증기발생기 튜브 등 주기기를 납품할 예정이며, 공급 물량은 2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뉴스케일파워는 IT 인프라 기업 스탠더드파워에 오는 2029년부터 SMR 24기를 공급하기로 했다.

■ AI 데이터센터·신재생에너지 확대에…HD현대·효성·LS, 전력기기 호황

AI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 확충과 노후 전력망 교체,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이 호황을 맞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위치한 알 지하즈(Al Gihaz)에서 네옴시티 내 구축되는 신규 변전소용 전력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HD현대일렉트릭 김도균 전력영업부문장(왼쪽)과 알 지하즈의 사미 알 앙가리 부회장. (사진=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큰 성장을 보이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작년 3분기 매출 7887억원, 영업이익 1638억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3.6%, 영업이익은 91.8%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20.8% 수준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전력 설비 수요 증가로 배전기기와 회전기기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전력기기 부문 매출도 지난해부터 북미와 유럽 등 주력 시장에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누적 수주액은 30억2500만 달러로, 연 목표 80.8%를 달성했다. 수주잔고는 53억99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6.1% 증가했다.

LS일렉트릭도 전력기기 시장 호황에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능력 확대와 기술 혁신에 주력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 수주 금액이 2021년 1003억원에서 2024년 6341억원으로 6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의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작년 3분기 매출은 1조212억원, 영업이익은 665억원을 기록했다. LS일렉트릭은 미국 법인에 대한 시설투자를 지속해 북미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다. 국내에서도 부산사업장 초고압 전력기기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1000억원을 투자해 1만3223㎡ 규모의 신규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효성중공업은 2024년 유럽 시장에서 전력기기 분야에서 1조원 이상의 수주를 달성했다. 유럽 수주 증가와 북미 시장 성장을 위해 미국 테네시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멤피스 공장 전경. (사진=효성중공업)


효성중공업도 전력기기 시장 호황에 발맞춰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전력기기 분야에서 1조원 이상의 수주를 달성했다. 덴마크 오스테드와 2900억원 규모의 초고업 전력기기 수주 등 특히 대용량 초고압변압기 분야에서 영국, 스코틀랜드, 노르웨이 시장에서 400kV 변압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호황에 힘입어 효성중공업은 생산라인도 확대하고 있다. 1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멤피스와 경남 창원의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동시에 증설해 전체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을 40% 이상 확대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신재생에너지 등의 성장으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와 노후 전력 인프라 교체 수요가 미국과 유럽에서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이 이를 기회로 삼아 생산능력 확대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해외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고 했다.

■ AI로 로봇·드론 혁신 기회 마련…현대차·LG전자, 자율주행·서비스 로봇 선봬

AI 기술로 로봇과 드론 분야에서도 혁신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AI를 적용한 자율주행 기술의 발달로 현대차그룹은 스스로 판단하고 작동하는 인간형 로봇을 선보였다. LG전자는 서비스 로봇을 내놓고 로봇의 가전화를 노리고 있다. 두산로보틱스, HD현대로보틱스, 한화로보틱스 등도 협동로봇에 AI를 적용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실내에서 라이다와 카메라 센서로 공간을 파악하고 스스로 이동하는 로봇을 내놓는가 하면,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였다.

최근엔 자사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이 로봇이 서랍과 같이 세밀한 공간의 물건을 집어서 다른 곳의 서랍장으로 스스로 판단해 옮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가 계란을 집는 모습을 공개한 데 대응해 기술 경쟁을 벌인 것으로 풀이됐다.

현대차그룹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가 사람의 원격 조종 없이 완전 자율적으로 수납장에서 부품을 꺼내 다른 수납장에 옮기는 모습(왼쪽부터 오른쪽)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유튜브)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공개한 휴먼로봇 옵티머스 2세대가 손가락으로 계란을 집는 시연을 보이고 있다. (사진=테슬라 옵티머스)


특히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크게 관심을 갖고 있는 싱가포르 ‘현대차 글로벌 혁신센터’에서 AI와 로봇이 융합된 셀 방식의 제조를 구현해 보였다. 이곳에서는 생산 현장에서 입고 힘을 덜 들일 수 있는 조끼형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도 시범 운영해 주목받기도 했다.

LG전자는 서비스로봇 ‘클로이’를 구글과 협력해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탑재해 이용자의 질문에 자연스럽게 답변하게 했다. LG전자의 클로이 로봇 생산은 작년 3월 기준 1000대를 넘어섰다. 2024년 로봇 관련 매출액은 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가량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협동로봇도 AI를 적용해 생산 현장의 주요 공정에서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AWS와 협력해 생성형 AI를 로봇 프로그래밍에 도입했다. 6개의 거대 언어모델(LLM)을 활용해 로봇이 사람의 지시를 스스로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AI를 활용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업계 고객사를 중심으로 수주를 확대해 산업용 로봇의 수익성을 개선했다.

한화로보틱스도 다양한 AI 기반 로봇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AI 비전 솔루션 ‘RAIV(Robot AI Vision)’은 물건을 집어 이동시키는 픽앤플레이스와 대상체를 정렬하는 로케이터 등의 공정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협동로봇 ‘HCR 시리즈’, 와인 디켄팅을 수행하는 ‘소믈리에 비노봇’, 용접 협동로봇, 커피 서비스 로봇 등 다양한 AI 기반 로봇을 공개했다.

파블로항공이 지난 4월24일 1068대의 불꽃드론으로 새로운 기네스 세계기록을 세웠다. 불꽃드론으로 파블로항공 로고를 표현하고 있다. (사진=파블로항공)


드론 분야에서도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통한 자율비행 능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상업용 드론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약 5045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 평균 성장률은 약 46%에 이른다.

특히 국내 드론 기업 중에서는 내년 상장을 앞두고 있는 파블로항공이 주목된다. 파블로항공은 AI 기술을 활용해 정밀한 드론 군집 제어를 실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1068대의 ‘불꽃드론’으로 군집 드론쇼를 진행하는 등 기술력을 입증해 보였다.

파블로항공이 자체 개발한 실시간 드론 관제 시스템 ‘팜넷(PAMNet)’은 AI 기술을 활용한 원격다중모빌리티 관제시스템이다. 이는 드론과 자율주행차, 무인트럭 등 다양한 무인 모빌리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통제할 수 있다. 향후 도심항공교통(UAM) 관리라든지, 국방 분야에서 중고도 무인항공기(MUAV) 등으로도 개발과 진출할 수 있어서 기대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