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이 다 했다”는 특정 작품에서 한 배우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말이다. 그 배우를 중심으로 다른 배우들의 포지션이 설정되고,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러나 이 말도 두 종류가 있다. 해당 배우가 다른 배우들과 경쟁해 ‘쟁취’하는 경우와 그 배우의 등장 자체인 경우다. 영화 ‘정직한 후보’는 후자의 의미로, ‘라미란 원맨쇼’로 정리될 수 있다.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가장 쉬웠던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분)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로 브라질 영화가 원작이다.  주상숙은의 거짓말은 화려하다. 사람들에게 “해주겠다”라고 말하는 거의 모든 내용이 거짓말이다. 하이라이트는 어릴 적 자신을 어렵게 키우고 장학재단을 설립했다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내용이다. 결국 주상숙은 손녀가 정직한 인간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 할머니의 뜻대로 정말 ‘정직한’ 사람이 된다. 그리고 이는 여러 뜻하지 않는 사건들을 만들어낸다.  ‘정직한 후보’에서 주상숙이 하는 거짓말은 사실 낯설지 않다. 수십 년간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숱하게 쏟아낸 말의 대부분이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선거 때만 고개 숙이고, 당선되면 ‘보이지 않는 깁스’를 한 정치인들의 모습을 주상숙은 짧은 시간에 보여준다.  스토리가 단순한 만큼 흐름 역시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움직인다. 때문에 뜻하지 않게 ‘정직한 후보’가 된 직후의 모습은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영화가 가질 수 있는 단점마저도 커버하면서 끌고 가는 것은 배우 라미란이다. 언뜻 보면 ‘걸캅스’의 라미란과 ‘특별시민’의 라미란을 적당히 합쳐 놓은 듯한 느낌도 든다. 그러나 라미란을 이 지점에서 캐릭터를 업그레이드시켰다. 영화가 끝난 후 주상숙 역할에 라미란 이외에 다른 배우를 대체해 생각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정치 입문 때부터 주상숙 곁을 지킨 희철 역의 김무열과 남편 역의 윤경호, 당 대표 역의 손종학이나 경쟁 후보 역의 조한철-조수향의 연기는 라미란을 든든하게 받혀주면서도 각자의 연기 선을 잘 지켰다. 특히 할머니 역으로 나오는 나문희는 영화 전체가 가볍게 뜬다는 느낌을 아래서 잡아준다.  한편에서는 총선 시즌과 맞물려 주목을 받을 영화라는 말도 하지만, 영화가 선거 분위기를 탈 가능성은 낮다. 라미란이라는 배우의 진가를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는 가벼운 코미디 영화정도로 생각하고 극장을 찾으면 오히려 짭짤한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시네마 리뷰] ‘정직한 후보’ 한줄 평 “라미란이 다 했다”

유명준 기자 승인 2020.02.07 14:15 의견 0
 


“000이 다 했다”는 특정 작품에서 한 배우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말이다. 그 배우를 중심으로 다른 배우들의 포지션이 설정되고,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러나 이 말도 두 종류가 있다. 해당 배우가 다른 배우들과 경쟁해 ‘쟁취’하는 경우와 그 배우의 등장 자체인 경우다. 영화 ‘정직한 후보’는 후자의 의미로, ‘라미란 원맨쇼’로 정리될 수 있다.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가장 쉬웠던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분)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로 브라질 영화가 원작이다. 

주상숙은의 거짓말은 화려하다. 사람들에게 “해주겠다”라고 말하는 거의 모든 내용이 거짓말이다. 하이라이트는 어릴 적 자신을 어렵게 키우고 장학재단을 설립했다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내용이다. 결국 주상숙은 손녀가 정직한 인간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 할머니의 뜻대로 정말 ‘정직한’ 사람이 된다. 그리고 이는 여러 뜻하지 않는 사건들을 만들어낸다. 

‘정직한 후보’에서 주상숙이 하는 거짓말은 사실 낯설지 않다. 수십 년간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숱하게 쏟아낸 말의 대부분이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선거 때만 고개 숙이고, 당선되면 ‘보이지 않는 깁스’를 한 정치인들의 모습을 주상숙은 짧은 시간에 보여준다. 

스토리가 단순한 만큼 흐름 역시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움직인다. 때문에 뜻하지 않게 ‘정직한 후보’가 된 직후의 모습은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영화가 가질 수 있는 단점마저도 커버하면서 끌고 가는 것은 배우 라미란이다.

언뜻 보면 ‘걸캅스’의 라미란과 ‘특별시민’의 라미란을 적당히 합쳐 놓은 듯한 느낌도 든다. 그러나 라미란을 이 지점에서 캐릭터를 업그레이드시켰다. 영화가 끝난 후 주상숙 역할에 라미란 이외에 다른 배우를 대체해 생각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정치 입문 때부터 주상숙 곁을 지킨 희철 역의 김무열과 남편 역의 윤경호, 당 대표 역의 손종학이나 경쟁 후보 역의 조한철-조수향의 연기는 라미란을 든든하게 받혀주면서도 각자의 연기 선을 잘 지켰다. 특히 할머니 역으로 나오는 나문희는 영화 전체가 가볍게 뜬다는 느낌을 아래서 잡아준다. 

한편에서는 총선 시즌과 맞물려 주목을 받을 영화라는 말도 하지만, 영화가 선거 분위기를 탈 가능성은 낮다. 라미란이라는 배우의 진가를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는 가벼운 코미디 영화정도로 생각하고 극장을 찾으면 오히려 짭짤한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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