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영화에 ‘옷장공포’를 도입한 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 월광·㈜퍼펙트스톰필름). 하정우-김남길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두 배우의 호흡을 보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하다 싶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무섭고 예상외로 메시지가 묵직하다. ‘아빠’여서, ‘퇴마사’여서만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사회적 어른답게 약자인 아이를 구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로 ‘클로젯’이 완성된 데에는 두 주연배우 하정우-김남길의 공이 크다. 서울 삼청로 카페에서 하정우를 만났다. 직장인들이 매일 직장에 가듯 꾸준히 소처럼 일한다 해서 일찌감치 ‘소정우’라는 별명이 붙은 배우 하정우지만, 공포영화 속에서 그를 만나는 건 처음. 게다가 제작까지 했다.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걸까. “무서운 영화 절대 못 봐요. ‘링’ 시리즈를 못 봤어요. 20대 때 실수로 ‘주온’을 봤는데, 제가 본 호러로 유일하죠. ‘클로젯’은 제가 참여한 영화가 아니면 눈뜨고 못 봤을 거예요. 알고 있으니까, ‘어둑시니’(영화 속 귀신) 디자인도 다 보고 함께 얘기했던 거라 볼 수 있는 거죠. 보다 보니 익숙해서요. 초면에 이걸 봤다, 아휴.” 그런데 왜 공포일까. “저도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지만 우리나라에서 기획되는 상황이 그렇지 않잖아요. 그렇다면 저예산으로 기획하고 제작하는 수밖에 없겟구나 생각했죠. 어떤 장르를 관객 분들께 보여 드리는 게 좋을까, 여러 퍼즐들이 맞춰져서 이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하게 됐습니다.” 퍼즐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신선도, 메시지, 재미 그리고 예산에 대한 조각들이었다. “처음 하는 호러라 개인적으로 신선해요. 그렇다고 메시지만으론 관객을 만나긴 어렵고 재미가 있어야 하잖아요. (제작 여력을 감안할 때) 예산 막대하게 들이지 않고 가성비 좋게 메시지와 재미를 담을 수 있는 ‘복합장르’면 좋겠다 생각했고요. 영화 ‘겟 아웃’을 흥미롭게 봤고 이런 스타일의 유행이 한 번은 오지 않을까 했고. 해서 현재와 같은 (호러에 판타지, 드라마가 더해진) ‘클로젯’이 나왔습니다. 다음 준비하는 것도 비슷해요, 남길이 주려고요(웃음). 물론 본인이 좋다면요.” 배우로서 다양한 장르를 통해 관객을 만나고 싶은 마음, 한 명의 영화인으로서 관객이 다채로운 ‘영화 밥상’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스스로 기획, 제작에 나선 하정우. ‘하정우 첫 공포’의 배경에는 그가 늘 강조해 왔던 영화철학, ‘캐릭터보다 작품, 작품보다 관객’의 종착지 ‘관객’이 있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18년차 배우의 다양성 고심을 들으며 필모그래피를 채운 작품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지난 2003년 영화 ‘마들렌’으로 데뷔한 이후 ‘용서 받지 못한 자’ ‘추격자’ ‘멋진 하루’ ‘국가대표’ ‘황해’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러브 픽션’ ‘베를린’ ‘더 테러 라이브’ ‘군도: 민란의 시대’ ‘암살’ ‘아가씨’ ‘터널’ ‘1987’ ‘신과 함께’ 시리즈 등 우리 기억에 오래 남을 작품들 속에서 배우로서 열심히 달리는가 하면. ‘577프로젝트’를 기획?출연하고, ‘롤러코스터’를 연출하고, ‘허삼관’을 연출?주연했다. 이병헌 공효진 주연의 ‘싱글라이더’와 이선균과 호흡을 맞춘 ‘PNC: 더 벙커’를 제작했고, 이병헌과 공조한 ‘백두산’을 덱스터스튜디오와 공동제작했다. 그리고 ‘클로젯’ 역시 제작과 주연을 겸했다. 그래도 본업은 배우. 임시완 배성우와 감동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보스턴 1947’의 촬영을 마쳤고, ‘신과 함께’의 주지훈, ‘터널’의 김성훈 감독과 재회한 역시나 실화영화 ‘피랍’의 촬영을 앞두고 있다. 단역과 내레이션을 포함해 현재까지 관객을 만난 영화만 41개 작품. 짧지 않은 히스토리 속에서 하정우는 명실상부한 주연배우로 성장했다. 연출과 제작을 해도 “배우가 1번”이라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지만, 대한민국 영화계에서도 ‘언제나 출연을 환영하는’ 캐스팅 1순위 배우로 성장했다. 김남길이 매체 인터뷰에서 말하듯 “한 장면이 아니라 큰 그림을 보며 연기하는 배우, 상대역이나 영화 전체와의 밸런스를 맞추며 연기하는 배우”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대학시절부터 다듬어온 연기 태도에 더해 연출과 제작의 경험이 자양분이 됐다. 그렇다면. 짧다 할 수 없고 적다 할 수 없는 배우 하정우로서의 시간과 작품들 속에서 그는 원톱 주연배우의 역할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됐을까. “아니에요.” “저는 그동안 1번 배우라는 게 영화 전체를 서포트 하고, 2번 주연을 빛내는 거라고 생각해 왔어요. ‘신과 함께’에서 지훈이나 동욱이가 빛나야 하는 거지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1번이 돋보여선 영화가 촌스러워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클로젯’을 통해 관객 분들의 꾸짖음이랄까 희망사항을 들었어요. 하정우가 보였으면 좋겠다, 네가 멋있었으면 좋겠다. 제 생각과 다르지만 숙연히 받아들여야지요. 아니, 생각이 바뀌었다는 게 맞아요. 관객 분들이 원하신다면,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는 아니어도 분명 포인트가 되는 멋짐이 있어야겠다. 영화는 영화 자체가 아니라 관객을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랫동안 생각하고 결론내고 지켜온 자신의 연기철학을 부분이라도 바꾸는 게 쉬운 일일까. 하정우에겐 가능했다. 자신이 영화철학의 궁극의 목표로 삼는 ‘관객’의 생각이고 요구라면 받아 안는 게 맞다는 것. 하정우의 영화철학에 걸맞은 선로변경이다. 어쩌면 ‘피랍’부터 그 달라짐을 확인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멋진 하정우보다 영화 전체의 균형에 초점을 둔 ‘클로젯’ 연상원의 연기를 놓치지 말자. “상원이는 딸을 대하는 데 어색한 사람이에요.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죠. 어쩌면 딸 이나만 엄마를 잃은 게 아니라 아내를 잃은 상원에게도 같은 경험, 엄마를 잃은 또 다른 아이의 심정인데. 어른이라는, 아빠라는 위치 하나만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것. 어색하고 어설펐기 때문에, 10년 동안 돈만 보내던 사람이 이제 딸의 손을 잡고 함께 감당해 나가야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을 겁니다. 쉽지 않았어요. 김광빈 감독과 많은 얘기를 나누었죠. 감독님의 어린 시절, 감독님 아버지와의 얘기를 들었는데. 아버님이 미국에 계셨고, 1년에 한 번 만나는데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고 해요. 동네 슈퍼 아저씨보다 어색해서요. 이해의 시작점이 됐어요.” “상원이는 그래서 딸에게 어른한테 말하듯 하죠, 남한테 설명하듯이. 이 인형은 뉴욕에서 왔고, 한정판이고?…, 유치하지만 자기로서는 베스트를 하는 건데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그랬던 상원이 경훈(김남길 분)을 통해 하나씩 깨닫고, 명진이(김시아 분)와 아버지(박성웅 분) 모습을 보며 또 깨닫고.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 가는 여정이 영화 ‘클로젯’의 상원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모든 걸 다 깨닫고 아버지가 됐어!…는 아니지만, 진짜 아버지가 되는 첫 시작이죠.” 아버지 역이면 딸 얘기가 빠질 수 없다. 딸 이나 역의 허율은 어린이배우라고는 믿기지 않을 표정과 에너지를 보여 준다. 어린이배우에 대한 언급에서도 큰 그림을 보는 제작자 하정우의 눈이 보인다. 허율에 대한 평가, 연기 지도에 대해 물었을 때였다. 허율뿐 아니라 정시아에 대해서도 얘기를 보탰는데, 영화 속에서 내 딸 이나만이 아니라 명진을 포함해 세상의 아버지로서 세상의 딸을 구하던 것과 마찬가지의 모습이었다. “너무나 죄송한데 (연기 지도는) 특이사항이 없어요. 연기 가르친 선생님이 계신데. ‘허삼관’ 때 채널을 한 명으로 고정시켜 놓았어요. ‘어떤 누구도 아이에게 연기나 연기 외적인 얘기해서 스트레스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게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에요. ‘허삼관’ 때 만난 전문인력을 이번에 그대로 소개했어요. 율, 시아와 늘 함께해 주셨죠. 현장에서는 공기도 안 좋고 작업이 터프하니까, 항상 최고의 상태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했어요.” “연기는 참 잘해요. 그러니 율이가 500 대 1을 뚫고 캐스팅이 됐겠죠. 시아는 그래서 제가 ‘백두산’에 소개했던 것이고. (두 배우 다) 센스 있고 똑똑하고, 어른스럽다는 게 아이에게 칭찬인지 조심스럽지만 전혀 무리 없이 촬영 진행이 됐어요. 대단해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제작자로서 하정우의 모습을 조금 더 들여다볼까. 김광빈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클로젯’에 제작을 맡은 윤종빈과 하정우는 물심양면 힘을 보탰다. 제작을 하지 않아도 늘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에 아이디어를 내는 그다. 이번엔 어떤 아이디어를 냈을까. “족집게처럼 아이디어 냈다기보다는, 그래서 이게 달라졌다기보다는. 날카로워지고, 보편적 부분도 생기고,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불필요한 것을 거둬 내는 일반적 과정과 비슷했어요. 이번에 더 웃겼어야 한다, 웃기는 게 너무 많았다 상반된 지적을 동시에 들었어요. 더 웃길 수도, 뺄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진 않습니다만 관객과의 생각 차, 오차의 범위를 줄이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배우로서 ‘클로젯’은 하정우에게 어떤 영화로 남을까. “액션, 애드리브 없는 영화가 오랜만이에요. 이번엔 이런 진지한 캐릭터 해야겠다, 캐릭터를 생각하기보다는 장르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다른 장르, 보여드린 적 없는 장르를 해야겠다는 게 중요했어요. ‘신과 함께’ ‘1987’ ‘PMC’ ‘백두산’보다 좀 더 움직임이 가벼운 장르, 보다 건조한 게 없을까? 결과론적 얘기일 수 있겠지만 바로 전작인 ‘백두산’과 영화의 결이 다르고 캐릭터가 극과 극이라 저 개인으로는 ‘밸런스’가 맞춰지는구나, 정도로 생각합니다.” 배우 하정우를 설명하는 키워드에 소처럼 일하는 ‘소정우’, 여름극장가를 책임지는 ‘하(夏)정우’, 연기하는 목적이자 영화철학의 종착지 ‘관객’에 한 가지를 보태야겠다. ‘밸런스’. 영화 전체의 밸런스, 상대역과의 밸런스 중시에 이어 균형미를 아는 하정우가 관객의 희망에 따라 작품 못지않게 자신을 빛낼 내일을 기대한다. 홍종선 기자

[마주보기] ‘클로젯’ 하정우 “1번 배우의 역할, 생각이 달라졌다”

18년차 배우의 첫 공포 "무서운 영화 못 보는데 ‘클로젯’ 선택한 이유는…"

홍종선 대중문화 전문기자 승인 2020.02.10 13:37 의견 0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영화에 ‘옷장공포’를 도입한 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 월광·㈜퍼펙트스톰필름).

하정우-김남길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두 배우의 호흡을 보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하다 싶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무섭고 예상외로 메시지가 묵직하다. ‘아빠’여서, ‘퇴마사’여서만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사회적 어른답게 약자인 아이를 구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로 ‘클로젯’이 완성된 데에는 두 주연배우 하정우-김남길의 공이 크다. 서울 삼청로 카페에서 하정우를 만났다.

직장인들이 매일 직장에 가듯 꾸준히 소처럼 일한다 해서 일찌감치 ‘소정우’라는 별명이 붙은 배우 하정우지만, 공포영화 속에서 그를 만나는 건 처음. 게다가 제작까지 했다.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걸까.

“무서운 영화 절대 못 봐요. ‘링’ 시리즈를 못 봤어요. 20대 때 실수로 ‘주온’을 봤는데, 제가 본 호러로 유일하죠. ‘클로젯’은 제가 참여한 영화가 아니면 눈뜨고 못 봤을 거예요. 알고 있으니까, ‘어둑시니’(영화 속 귀신) 디자인도 다 보고 함께 얘기했던 거라 볼 수 있는 거죠. 보다 보니 익숙해서요. 초면에 이걸 봤다, 아휴.”

그런데 왜 공포일까.

“저도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지만 우리나라에서 기획되는 상황이 그렇지 않잖아요. 그렇다면 저예산으로 기획하고 제작하는 수밖에 없겟구나 생각했죠. 어떤 장르를 관객 분들께 보여 드리는 게 좋을까, 여러 퍼즐들이 맞춰져서 이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하게 됐습니다.”

퍼즐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신선도, 메시지, 재미 그리고 예산에 대한 조각들이었다.

“처음 하는 호러라 개인적으로 신선해요. 그렇다고 메시지만으론 관객을 만나긴 어렵고 재미가 있어야 하잖아요. (제작 여력을 감안할 때) 예산 막대하게 들이지 않고 가성비 좋게 메시지와 재미를 담을 수 있는 ‘복합장르’면 좋겠다 생각했고요. 영화 ‘겟 아웃’을 흥미롭게 봤고 이런 스타일의 유행이 한 번은 오지 않을까 했고. 해서 현재와 같은 (호러에 판타지, 드라마가 더해진) ‘클로젯’이 나왔습니다. 다음 준비하는 것도 비슷해요, 남길이 주려고요(웃음). 물론 본인이 좋다면요.”

배우로서 다양한 장르를 통해 관객을 만나고 싶은 마음, 한 명의 영화인으로서 관객이 다채로운 ‘영화 밥상’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스스로 기획, 제작에 나선 하정우. ‘하정우 첫 공포’의 배경에는 그가 늘 강조해 왔던 영화철학, ‘캐릭터보다 작품, 작품보다 관객’의 종착지 ‘관객’이 있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18년차 배우의 다양성 고심을 들으며 필모그래피를 채운 작품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지난 2003년 영화 ‘마들렌’으로 데뷔한 이후 ‘용서 받지 못한 자’ ‘추격자’ ‘멋진 하루’ ‘국가대표’ ‘황해’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러브 픽션’ ‘베를린’ ‘더 테러 라이브’ ‘군도: 민란의 시대’ ‘암살’ ‘아가씨’ ‘터널’ ‘1987’ ‘신과 함께’ 시리즈 등 우리 기억에 오래 남을 작품들 속에서 배우로서 열심히 달리는가 하면. ‘577프로젝트’를 기획?출연하고, ‘롤러코스터’를 연출하고, ‘허삼관’을 연출?주연했다. 이병헌 공효진 주연의 ‘싱글라이더’와 이선균과 호흡을 맞춘 ‘PNC: 더 벙커’를 제작했고, 이병헌과 공조한 ‘백두산’을 덱스터스튜디오와 공동제작했다. 그리고 ‘클로젯’ 역시 제작과 주연을 겸했다. 그래도 본업은 배우. 임시완 배성우와 감동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보스턴 1947’의 촬영을 마쳤고, ‘신과 함께’의 주지훈, ‘터널’의 김성훈 감독과 재회한 역시나 실화영화 ‘피랍’의 촬영을 앞두고 있다.

단역과 내레이션을 포함해 현재까지 관객을 만난 영화만 41개 작품. 짧지 않은 히스토리 속에서 하정우는 명실상부한 주연배우로 성장했다. 연출과 제작을 해도 “배우가 1번”이라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지만, 대한민국 영화계에서도 ‘언제나 출연을 환영하는’ 캐스팅 1순위 배우로 성장했다. 김남길이 매체 인터뷰에서 말하듯 “한 장면이 아니라 큰 그림을 보며 연기하는 배우, 상대역이나 영화 전체와의 밸런스를 맞추며 연기하는 배우”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대학시절부터 다듬어온 연기 태도에 더해 연출과 제작의 경험이 자양분이 됐다.

그렇다면. 짧다 할 수 없고 적다 할 수 없는 배우 하정우로서의 시간과 작품들 속에서 그는 원톱 주연배우의 역할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됐을까.

“아니에요.”

“저는 그동안 1번 배우라는 게 영화 전체를 서포트 하고, 2번 주연을 빛내는 거라고 생각해 왔어요. ‘신과 함께’에서 지훈이나 동욱이가 빛나야 하는 거지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1번이 돋보여선 영화가 촌스러워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클로젯’을 통해 관객 분들의 꾸짖음이랄까 희망사항을 들었어요. 하정우가 보였으면 좋겠다, 네가 멋있었으면 좋겠다. 제 생각과 다르지만 숙연히 받아들여야지요. 아니, 생각이 바뀌었다는 게 맞아요. 관객 분들이 원하신다면,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는 아니어도 분명 포인트가 되는 멋짐이 있어야겠다. 영화는 영화 자체가 아니라 관객을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랫동안 생각하고 결론내고 지켜온 자신의 연기철학을 부분이라도 바꾸는 게 쉬운 일일까. 하정우에겐 가능했다. 자신이 영화철학의 궁극의 목표로 삼는 ‘관객’의 생각이고 요구라면 받아 안는 게 맞다는 것. 하정우의 영화철학에 걸맞은 선로변경이다. 어쩌면 ‘피랍’부터 그 달라짐을 확인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멋진 하정우보다 영화 전체의 균형에 초점을 둔 ‘클로젯’ 연상원의 연기를 놓치지 말자.

“상원이는 딸을 대하는 데 어색한 사람이에요.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죠. 어쩌면 딸 이나만 엄마를 잃은 게 아니라 아내를 잃은 상원에게도 같은 경험, 엄마를 잃은 또 다른 아이의 심정인데. 어른이라는, 아빠라는 위치 하나만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것. 어색하고 어설펐기 때문에, 10년 동안 돈만 보내던 사람이 이제 딸의 손을 잡고 함께 감당해 나가야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을 겁니다. 쉽지 않았어요. 김광빈 감독과 많은 얘기를 나누었죠. 감독님의 어린 시절, 감독님 아버지와의 얘기를 들었는데. 아버님이 미국에 계셨고, 1년에 한 번 만나는데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고 해요. 동네 슈퍼 아저씨보다 어색해서요. 이해의 시작점이 됐어요.”

“상원이는 그래서 딸에게 어른한테 말하듯 하죠, 남한테 설명하듯이. 이 인형은 뉴욕에서 왔고, 한정판이고?…, 유치하지만 자기로서는 베스트를 하는 건데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그랬던 상원이 경훈(김남길 분)을 통해 하나씩 깨닫고, 명진이(김시아 분)와 아버지(박성웅 분) 모습을 보며 또 깨닫고.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 가는 여정이 영화 ‘클로젯’의 상원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모든 걸 다 깨닫고 아버지가 됐어!…는 아니지만, 진짜 아버지가 되는 첫 시작이죠.”

아버지 역이면 딸 얘기가 빠질 수 없다. 딸 이나 역의 허율은 어린이배우라고는 믿기지 않을 표정과 에너지를 보여 준다. 어린이배우에 대한 언급에서도 큰 그림을 보는 제작자 하정우의 눈이 보인다. 허율에 대한 평가, 연기 지도에 대해 물었을 때였다. 허율뿐 아니라 정시아에 대해서도 얘기를 보탰는데, 영화 속에서 내 딸 이나만이 아니라 명진을 포함해 세상의 아버지로서 세상의 딸을 구하던 것과 마찬가지의 모습이었다.

“너무나 죄송한데 (연기 지도는) 특이사항이 없어요. 연기 가르친 선생님이 계신데. ‘허삼관’ 때 채널을 한 명으로 고정시켜 놓았어요. ‘어떤 누구도 아이에게 연기나 연기 외적인 얘기해서 스트레스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게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에요. ‘허삼관’ 때 만난 전문인력을 이번에 그대로 소개했어요. 율, 시아와 늘 함께해 주셨죠. 현장에서는 공기도 안 좋고 작업이 터프하니까, 항상 최고의 상태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했어요.”

“연기는 참 잘해요. 그러니 율이가 500 대 1을 뚫고 캐스팅이 됐겠죠. 시아는 그래서 제가 ‘백두산’에 소개했던 것이고. (두 배우 다) 센스 있고 똑똑하고, 어른스럽다는 게 아이에게 칭찬인지 조심스럽지만 전혀 무리 없이 촬영 진행이 됐어요. 대단해요.”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제작자로서 하정우의 모습을 조금 더 들여다볼까. 김광빈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클로젯’에 제작을 맡은 윤종빈과 하정우는 물심양면 힘을 보탰다. 제작을 하지 않아도 늘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에 아이디어를 내는 그다. 이번엔 어떤 아이디어를 냈을까.

“족집게처럼 아이디어 냈다기보다는, 그래서 이게 달라졌다기보다는. 날카로워지고, 보편적 부분도 생기고,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불필요한 것을 거둬 내는 일반적 과정과 비슷했어요. 이번에 더 웃겼어야 한다, 웃기는 게 너무 많았다 상반된 지적을 동시에 들었어요. 더 웃길 수도, 뺄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진 않습니다만 관객과의 생각 차, 오차의 범위를 줄이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배우로서 ‘클로젯’은 하정우에게 어떤 영화로 남을까.

“액션, 애드리브 없는 영화가 오랜만이에요. 이번엔 이런 진지한 캐릭터 해야겠다, 캐릭터를 생각하기보다는 장르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다른 장르, 보여드린 적 없는 장르를 해야겠다는 게 중요했어요. ‘신과 함께’ ‘1987’ ‘PMC’ ‘백두산’보다 좀 더 움직임이 가벼운 장르, 보다 건조한 게 없을까? 결과론적 얘기일 수 있겠지만 바로 전작인 ‘백두산’과 영화의 결이 다르고 캐릭터가 극과 극이라 저 개인으로는 ‘밸런스’가 맞춰지는구나, 정도로 생각합니다.”

배우 하정우를 설명하는 키워드에 소처럼 일하는 ‘소정우’, 여름극장가를 책임지는 ‘하(夏)정우’, 연기하는 목적이자 영화철학의 종착지 ‘관객’에 한 가지를 보태야겠다. ‘밸런스’. 영화 전체의 밸런스, 상대역과의 밸런스 중시에 이어 균형미를 아는 하정우가 관객의 희망에 따라 작품 못지않게 자신을 빛낼 내일을 기대한다.

홍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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