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사진=영화사 두둥) [뷰어스=남우정 기자] “연기할 때 에너지가 느껴진다는 반응을 보면 힘이 나요. 그게 삶의 보람이죠” 천상 배우라는 말이 딱이다. 80세가 넘은 나이, 연기 경력 62년인 배우 이순재는 영화, 드라마, 연극을 오가며 여전히 연기에 빠져있다. 딴따라라고 괄시를 받고 집안의 반대와 돈을 벌기도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순재는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후회하지 않았다.  “좋아서 선택한 일이니까요. 우리 땐 괄시 받았던 직업이죠. 돈과도 거리가 멀고 대부분이 집안에서 반대하는 직업이에요. 그땐 장가가기도 힘들고 집에선 아웃사이더였죠. 그런 조건 가운데에서도 보람하나 가지고 하는 거에요. 다시 태어나도 해야죠. 지금 같은 시대에 열심히 하면 나도 빌딩 한 채는 갖지 않았을까요(웃음)” 스스로 연기를 사랑하고 배우라는 직업에 자부심이 있는 만큼 현 영화, 드라마 시스템과 후배들에게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예능에서 얻은 ‘직진 순재’라는 별명처럼 거침이 없었다. 그렇지만 애정이 있음에 나올 수 있는 노배우의 지적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또 후배들 못지않게 현장을 지키고 있는 활발히 활약하는 현역 배우이기에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배우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근데 젊었을 때 멜로드라마가 잘 되면 계속 그걸 하게 돼요. 자기도 모르게 그쪽으로만 추구하게 되죠. 그럴 때 빨리 벗어버려야 해요. 거기에 얽매이다가 끝나죠. 자꾸 새로운 과제에 도전해야 해요. 그게 이 작업의 보람이고 맛이 있는 거죠. 연기도 변형하고 바꿔야 해요. 좋은 대본을 보면 흥분되는데 어떤 건 맨날 똑같고 배우가 해볼 게 없어요. 그래도 자신의 것을 찾아야하고 그 노력이 발전하는 계기가 돼요” (사진=영화사 두둥) 이순재는 배우가 한 가지 이미지에 고착되는 것을 경계했다. 돈은 엄청 벌지 모르겠지만 관객들이 보기엔 똑같은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좋은 후배들과 연기 호흡을 맞출 때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좋은 배우들 많죠. 최민식, 송강호, 이병헌도 열심히 하고 김명민은 역할마다 변신하려는 자세가 대단해요. 작품이 성공을 하든 실패를 했든 배우의 노력은 나타나요. 그게 볼만해요. 내가 좋은 후배들에게 하는 격려의 말은 딱 한 가지, ‘평생해’라는 말이에요. 돈 벌었다고 사장 되지 말고 배우로 평생 하라고. 물론 그 조건은 실력이 따라 붙어야죠” (사진=영화사 두둥) ■ “늙은이들도 시청률에 1%라도 기여할 수 있어요” 현역에서 그 누구보다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순재에게 이번 영화 ‘덕구’는 남다르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후 어린 손자 덕구(정지훈)와 덕희(박지윤)을 홀로 키우며 살아가는 할아버지(이순재)가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그린 ‘덕구’. 이순재가 노개런티로 출연해 영화의 90% 이상을 책임진다.  “오랜만에 주연을 했어요. 지금까지 시나리오를 수천 번 봐서 이젠 보면 어떤지 알아요. ‘덕구’는 아주 자연스럽더라고요. 억지 설정 없이 심금을 울렸어요. 또 우리 나이에 주연 제안이 오겠나 싶기도 했죠” ‘덕구’는 할아버지와 손주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다문화가정에 대한 시선이 담긴 작품이기도 하다. 이순재는 꾸밈없는 그 이야기에 마음이 끌렸다. 영화는 전반부부터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지만 이순재는 최대한 감정의 절제를 위해 노력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울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절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로서는 애들을 보내는 장면도 그렇지만 며느리를 마주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절제한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더라고요. 배우가 다 해버리면 관객의 몫이 없어지더라고요. 스크린에서 배우가 절절 울면 관객은 방관자가 되어 버리죠. 과거 신파 연기와는 달라요” 80세가 넘은 나이에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스크린 주연으로 당당히 설 수 있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다. 이순재라는 배우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최근 시니어 배우들의 활약에 이순재 역시 힘을 얻고 의지를 다졌다.  “노년은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아직도 늙은이의 이야기가 있어요. 방송국에다 지나가는 이야기로 늙은이 세대 시트콤 만들자고 하기도 했어요. 얼마든지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룰 수 있어요. 지금 남아있는 늙은이들, 시청률에 1%라도 기여할 수 있는 인물들이에요. 우리는 작품에 참여할 때 그런 의식을 가지고 해요. 연금이나 타먹는 입장이 아니라 다 욕심과 의지를 가지고 있어요. 자리를 마련해 끼워주면 다 자기 몫을 할 겁니다”

[남우정의 마주보기] 이순재의 이유 있는 쓴소리

남우정 기자 승인 2018.04.11 08:00 | 최종 수정 2136.07.20 00:00 의견 0
이순재(사진=영화사 두둥)
이순재(사진=영화사 두둥)

[뷰어스=남우정 기자] “연기할 때 에너지가 느껴진다는 반응을 보면 힘이 나요. 그게 삶의 보람이죠”

천상 배우라는 말이 딱이다. 80세가 넘은 나이, 연기 경력 62년인 배우 이순재는 영화, 드라마, 연극을 오가며 여전히 연기에 빠져있다. 딴따라라고 괄시를 받고 집안의 반대와 돈을 벌기도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순재는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후회하지 않았다. 

“좋아서 선택한 일이니까요. 우리 땐 괄시 받았던 직업이죠. 돈과도 거리가 멀고 대부분이 집안에서 반대하는 직업이에요. 그땐 장가가기도 힘들고 집에선 아웃사이더였죠. 그런 조건 가운데에서도 보람하나 가지고 하는 거에요. 다시 태어나도 해야죠. 지금 같은 시대에 열심히 하면 나도 빌딩 한 채는 갖지 않았을까요(웃음)”

스스로 연기를 사랑하고 배우라는 직업에 자부심이 있는 만큼 현 영화, 드라마 시스템과 후배들에게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예능에서 얻은 ‘직진 순재’라는 별명처럼 거침이 없었다. 그렇지만 애정이 있음에 나올 수 있는 노배우의 지적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또 후배들 못지않게 현장을 지키고 있는 활발히 활약하는 현역 배우이기에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배우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근데 젊었을 때 멜로드라마가 잘 되면 계속 그걸 하게 돼요. 자기도 모르게 그쪽으로만 추구하게 되죠. 그럴 때 빨리 벗어버려야 해요. 거기에 얽매이다가 끝나죠. 자꾸 새로운 과제에 도전해야 해요. 그게 이 작업의 보람이고 맛이 있는 거죠. 연기도 변형하고 바꿔야 해요. 좋은 대본을 보면 흥분되는데 어떤 건 맨날 똑같고 배우가 해볼 게 없어요. 그래도 자신의 것을 찾아야하고 그 노력이 발전하는 계기가 돼요”

(사진=영화사 두둥)

이순재는 배우가 한 가지 이미지에 고착되는 것을 경계했다. 돈은 엄청 벌지 모르겠지만 관객들이 보기엔 똑같은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좋은 후배들과 연기 호흡을 맞출 때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좋은 배우들 많죠. 최민식, 송강호, 이병헌도 열심히 하고 김명민은 역할마다 변신하려는 자세가 대단해요. 작품이 성공을 하든 실패를 했든 배우의 노력은 나타나요. 그게 볼만해요. 내가 좋은 후배들에게 하는 격려의 말은 딱 한 가지, ‘평생해’라는 말이에요. 돈 벌었다고 사장 되지 말고 배우로 평생 하라고. 물론 그 조건은 실력이 따라 붙어야죠”

(사진=영화사 두둥)

■ “늙은이들도 시청률에 1%라도 기여할 수 있어요”

현역에서 그 누구보다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순재에게 이번 영화 ‘덕구’는 남다르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후 어린 손자 덕구(정지훈)와 덕희(박지윤)을 홀로 키우며 살아가는 할아버지(이순재)가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그린 ‘덕구’. 이순재가 노개런티로 출연해 영화의 90% 이상을 책임진다. 

“오랜만에 주연을 했어요. 지금까지 시나리오를 수천 번 봐서 이젠 보면 어떤지 알아요. ‘덕구’는 아주 자연스럽더라고요. 억지 설정 없이 심금을 울렸어요. 또 우리 나이에 주연 제안이 오겠나 싶기도 했죠”

‘덕구’는 할아버지와 손주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다문화가정에 대한 시선이 담긴 작품이기도 하다. 이순재는 꾸밈없는 그 이야기에 마음이 끌렸다. 영화는 전반부부터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지만 이순재는 최대한 감정의 절제를 위해 노력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울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절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로서는 애들을 보내는 장면도 그렇지만 며느리를 마주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절제한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더라고요. 배우가 다 해버리면 관객의 몫이 없어지더라고요. 스크린에서 배우가 절절 울면 관객은 방관자가 되어 버리죠. 과거 신파 연기와는 달라요”

80세가 넘은 나이에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스크린 주연으로 당당히 설 수 있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다. 이순재라는 배우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최근 시니어 배우들의 활약에 이순재 역시 힘을 얻고 의지를 다졌다. 

“노년은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아직도 늙은이의 이야기가 있어요. 방송국에다 지나가는 이야기로 늙은이 세대 시트콤 만들자고 하기도 했어요. 얼마든지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룰 수 있어요. 지금 남아있는 늙은이들, 시청률에 1%라도 기여할 수 있는 인물들이에요. 우리는 작품에 참여할 때 그런 의식을 가지고 해요. 연금이나 타먹는 입장이 아니라 다 욕심과 의지를 가지고 있어요. 자리를 마련해 끼워주면 다 자기 몫을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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