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8월부터 원유가격이 리터당 21원 인상된다. 소비자들은 우유와 관련 제품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원유 기본가격이 지난 7월28일 낙농가와 유업계의 긴 줄다리기 끝에 내년 8월1일부로 리터당 21원 인상이 확정됐다. 그동안 유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학교 급식 중단과 더불어 저출산 시대에 우유 소비량 감소를 주장하며 원유 가격을 내리거나 동결해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반면 낙농가는 생산비 인상 등을 이유로 원유 가격을 리터당 21~26원 인상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 일단 양측의 합의에 따라 당장 우유 소비자가격이 오르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비싼 우유가격이 시간만 늦춰졌을 뿐 오르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판매 가격 인상에 대한 부분은 아직 계획이 없다. 내년 원유 가격 인상 후 소비심리나 시장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우유 재료값에 있어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50%)이 적지 않은 만큼 원유 가격 인상이 시행되는 시점에서 우유는 물론 치즈, 아이스크림 등의 관련 제품도 함께 오를 가능성이 높다. 원유가격이 오르면 우유를 원료로 하는 커피, 빵, 과자, 아이스크림, 분유 등 연관 식음료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주로 소비하는 식품 상당수에 우유가 사용되기 때문에 소비자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실제로 2018년 당시 원유 가격이 리터당 922원에서 926원으로 오른 이후 유업계에는 우유 소비가 가격을 3.6~4.5%가량 올렸다. 제빵 프랜차이즈와 커피 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등도 연이어 빵과 커피, 아이스크림 가격을 인상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우유와 관련 제품 가격 상승에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원유가격연동제가 실시된 후인 2014년부터 연도별 생산비는 100 리터당 2014년 7만9623원에서 2016년 7만5953원으로 감소했다가 이후 0.9%, 1.1%, 2%씩 매년 올라 3년간 평균 1.3% 증가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달 말 보도자료를 통해 “원유가 상승이 유가공제품 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를 배제한 채 상황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우유 생산비 비목별 계산기준을 면밀히 검토해 소비자 후생을 도모하는 원유가격 연동제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유생산비를 증가시키는 원인인 자가노동비는 사육두수별 비용 차이가 크며, 소규모 낙농가와 대규모 낙농가의 생산비 불균형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낙농진흥회는 이같은 소비자단체협의회의 주장에 반발했다. 낙농진흥회는 최근 "유업체들이 생산하는 유제품의 원가에 대한 검증 등은 살피지 않고 정해진 제도권 내에서 결정되는 원유가격연동제에 소비자의 후생을 도모하라는 점은 유업체의 입장만 대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비용 상승, 사료가격 및 최저임금 인상 등 각종 생산비 상승 요인에도 불구하고 생산자들이 원유기본가격 인상시기를 내년 8월1일로 양보했지만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 같은 낙농가들의 희생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원유가격연동제는 2011년 구제역 사태를 겪으며 정부가 낙농가 보호를 위해 지난 2013년 도입했다. 원유 기본가격은 매년 5월 말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의 10% 범위에서 결정한다.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4% 이상일 경우에만 협상을 통해 조정한다. 증감률이 ±4% 미만일 경우 2년마다 협상이 이뤄진다. 결정된 가격은 그해 8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상품의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되지만 시장 상황보다 생산비에 근거하는 이유는 낙농가 보호 때문이다. 정부는 낙농가의 생산비를 원유가격에 탄력적으로 반영해 농가를 보호하고 유가공업체와의 갈등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해당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낙농가와 유가공 업체가 개별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을 따랐다. 일각에서는 원유가격 연동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 되고 있다.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이 떨어져 자연스럽게 공급량과 가격이 감소해야 하지만 시장 수급 상황보다 원유생산비에 근거해 결정 되면서 시장 원리가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평행선을 달렸던 원유가격 협상이 일단락됐지만 그 중심에 소비자는 단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고난의 시기를 겪는 유업계와 생산비 증가로 인해 원유가격을 올려달라는 낙농가의 고래 싸움에 소비자는 철저히 외면된 모습이다. 대다수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체감상 부담됐던 우유 가격이 우려되지만 이를 낙농가와 유업계는 서로 본인들의 어려운 사정만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유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제품군 중 하나에 속한다. 위축된 소비심리가 만연한 가운데 소비자들이 우유 및 유제품 가격에 부담을 느껴 소비가 줄어든다면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타격이 올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 어떤 선택이 옳을지 내년 8월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관련 업계 당사자들이 소비자들의 마음도 헤아리고 경영악화를 타개할 수 있을지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심영범의 플래시] 원유가격 협상, 소비자는 그 중심에 없었다

유업계와 낙농가, 내년 8월부터 원유가격 리터당 21원 인상 합의
소비자단체협의회 "소비자를 배제한 결정으로 원유가격 연동제 재검토해야"

심영범 기자 승인 2020.08.05 15:41 의견 0
내년 8월부터 원유가격이 리터당 21원 인상된다. 소비자들은 우유와 관련 제품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원유 기본가격이 지난 7월28일 낙농가와 유업계의 긴 줄다리기 끝에 내년 8월1일부로 리터당 21원 인상이 확정됐다.

그동안 유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학교 급식 중단과 더불어 저출산 시대에 우유 소비량 감소를 주장하며 원유 가격을 내리거나 동결해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반면 낙농가는 생산비 인상 등을 이유로 원유 가격을 리터당 21~26원 인상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

일단 양측의 합의에 따라 당장 우유 소비자가격이 오르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비싼 우유가격이 시간만 늦춰졌을 뿐 오르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판매 가격 인상에 대한 부분은 아직 계획이 없다. 내년 원유 가격 인상 후 소비심리나 시장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우유 재료값에 있어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50%)이 적지 않은 만큼 원유 가격 인상이 시행되는 시점에서 우유는 물론 치즈, 아이스크림 등의 관련 제품도 함께 오를 가능성이 높다.

원유가격이 오르면 우유를 원료로 하는 커피, 빵, 과자, 아이스크림, 분유 등 연관 식음료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주로 소비하는 식품 상당수에 우유가 사용되기 때문에 소비자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실제로 2018년 당시 원유 가격이 리터당 922원에서 926원으로 오른 이후 유업계에는 우유 소비가 가격을 3.6~4.5%가량 올렸다. 제빵 프랜차이즈와 커피 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등도 연이어 빵과 커피, 아이스크림 가격을 인상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우유와 관련 제품 가격 상승에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원유가격연동제가 실시된 후인 2014년부터 연도별 생산비는 100 리터당 2014년 7만9623원에서 2016년 7만5953원으로 감소했다가 이후 0.9%, 1.1%, 2%씩 매년 올라 3년간 평균 1.3% 증가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달 말 보도자료를 통해 “원유가 상승이 유가공제품 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를 배제한 채 상황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우유 생산비 비목별 계산기준을 면밀히 검토해 소비자 후생을 도모하는 원유가격 연동제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유생산비를 증가시키는 원인인 자가노동비는 사육두수별 비용 차이가 크며, 소규모 낙농가와 대규모 낙농가의 생산비 불균형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낙농진흥회는 이같은 소비자단체협의회의 주장에 반발했다.

낙농진흥회는 최근 "유업체들이 생산하는 유제품의 원가에 대한 검증 등은 살피지 않고 정해진 제도권 내에서 결정되는 원유가격연동제에 소비자의 후생을 도모하라는 점은 유업체의 입장만 대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비용 상승, 사료가격 및 최저임금 인상 등 각종 생산비 상승 요인에도 불구하고 생산자들이 원유기본가격 인상시기를 내년 8월1일로 양보했지만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 같은 낙농가들의 희생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원유가격연동제는 2011년 구제역 사태를 겪으며 정부가 낙농가 보호를 위해 지난 2013년 도입했다. 원유 기본가격은 매년 5월 말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의 10% 범위에서 결정한다.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4% 이상일 경우에만 협상을 통해 조정한다. 증감률이 ±4% 미만일 경우 2년마다 협상이 이뤄진다. 결정된 가격은 그해 8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상품의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되지만 시장 상황보다 생산비에 근거하는 이유는 낙농가 보호 때문이다. 정부는 낙농가의 생산비를 원유가격에 탄력적으로 반영해 농가를 보호하고 유가공업체와의 갈등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해당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낙농가와 유가공 업체가 개별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을 따랐다.

일각에서는 원유가격 연동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 되고 있다.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이 떨어져 자연스럽게 공급량과 가격이 감소해야 하지만 시장 수급 상황보다 원유생산비에 근거해 결정 되면서 시장 원리가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평행선을 달렸던 원유가격 협상이 일단락됐지만 그 중심에 소비자는 단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고난의 시기를 겪는 유업계와 생산비 증가로 인해 원유가격을 올려달라는 낙농가의 고래 싸움에 소비자는 철저히 외면된 모습이다.

대다수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체감상 부담됐던 우유 가격이 우려되지만 이를 낙농가와 유업계는 서로 본인들의 어려운 사정만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유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제품군 중 하나에 속한다. 위축된 소비심리가 만연한 가운데 소비자들이 우유 및 유제품 가격에 부담을 느껴 소비가 줄어든다면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타격이 올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 어떤 선택이 옳을지 내년 8월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관련 업계 당사자들이 소비자들의 마음도 헤아리고 경영악화를 타개할 수 있을지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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