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반경 1km 이내에 대형마트·기업형 수퍼마켓 등의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규제를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일몰 기간이 2025년 11월까지 연장됐다. 울며겨자먹기로 점포를 정리하고 임원들 임금을 삭감하는 등 자구책을 쓰며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는 대형마트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의 상황을 맞이했다.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대형마트는 지난 2012년부터 소상공인 보호 등의 명분으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매월 2주차, 4주차 일요일에 의무휴업을 실시하고 있다. 잇따른 ‘족쇄’에 묶인 대형마트들의 한숨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으로 인해 대형마트가 신음하고 있다. 그 사이 식자재마트가 급성장하며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료=연합뉴스) 그런데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이같은 규제에서 열외된 업체가 있다. 바로 ‘식자재마트’다. 식자재마트는 점포면적 990㎡ 미만의 중형슈퍼마켓을 일컫는다. 점포의 면적은 대략 661~900㎡이다. 대기업의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판매물품은 비슷하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에 약 6만개의 식자재마트가 영업 중이다. 식자재마트 선두주자는 장보고식자재마트로 작년에 매출 3164억원을 기록했다. 우리마트(1964억원) 윈플러스마트(1749억원) 트라이얼코리아(1232억원) 세계로마트(989억원) 등도 대표적인 식자재마트다. 대형마트가 여러 규제에 손발이 꽁꽁 묶인 사이 식자재마트는 정부로부터 별다른 제재 없이  급성장했다. 이에 따라 식자재마트가 전통시장을 비롯한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비례대표)은 지난 7일 산업통상부 국정감사에서 식자재마트의 규모와 매출의 급성장 그리고 대형마트에 버금가는 식자재마트가 영업규제를 전혀 받지 않으면서 골목상권의 포식자로 등장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식자재마트는 365일 24시간 영업 규제에서 자유롭다. 또한 가격 후려치기 등을 통한 납품업체들의 고통을 담보로 전통시장들이 따라갈 수 없는 가격경쟁력과 막강한 영업력을 갖췄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에서 제대로 된 시장조사 등을 거치지 않고 소상공인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탁상공론식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정부는 대형마트와 더불어 복합쇼핑몰에 대해서 의무휴업 등 규제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커머스 시장이 코로나19 이후 더욱 활성화됨에 따라 뒤늦게 부랴부랴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련 규제 법안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식자재마트를 대형마트와 달리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유통산업발전법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엄격한 잣대로 유통업계에 규제를 만들었던 과거의 사례를 복기해보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식자재마트가 급속도로 성장해 왔지만 정부는 수수방관했다. 반면 대형마트 규제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제도의 취지는 소상공인 보호와 근로자의 건강 문제 등이라고 했지만 실효성은 없다고 본다”며 “이제 더 이상 소상공인의 생존 문제를  대형마트만의 문제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골목상권은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업계, 그리고 식자재마트 등으로 인해 점점 어려워지는 형편이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은 유통공룡인 대형마트들을 규제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을 경우 소비자들은 굳이 전통시장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 쿠팡 등을 비롯한 이커머스를 통한 소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커머스와 관련된 규제방안을 뒤늦게서야 마련하려 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식자재마트 규제 논란 관련 정책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으로 가면 안 된다. 대형마트는 대형마트대로 골목상권은 골목상권대로 그 누구도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시장 조사와 더불어 식자재마트로부터 파생된 부작용을 철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인 목적은 기업과 소상공인이 모두 공존하며 상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영범의 플래시] 급성장한 식자재마트는 왜 규제 논의없나?

대형마트 유통산업발전법 규제 묶인 사이 식자재마트는 승승장구
최승재 의원, 산업부 국감서 식자재마트의 단가후려치기 지적

심영범 기자 승인 2020.10.15 14:39 의견 0

전통시장 반경 1km 이내에 대형마트·기업형 수퍼마켓 등의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규제를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일몰 기간이 2025년 11월까지 연장됐다.

울며겨자먹기로 점포를 정리하고 임원들 임금을 삭감하는 등 자구책을 쓰며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는 대형마트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의 상황을 맞이했다.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대형마트는 지난 2012년부터 소상공인 보호 등의 명분으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매월 2주차, 4주차 일요일에 의무휴업을 실시하고 있다. 잇따른 ‘족쇄’에 묶인 대형마트들의 한숨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으로 인해 대형마트가 신음하고 있다. 그 사이 식자재마트가 급성장하며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자료=연합뉴스)


그런데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이같은 규제에서 열외된 업체가 있다. 바로 ‘식자재마트’다.

식자재마트는 점포면적 990㎡ 미만의 중형슈퍼마켓을 일컫는다. 점포의 면적은 대략 661~900㎡이다. 대기업의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판매물품은 비슷하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에 약 6만개의 식자재마트가 영업 중이다.

식자재마트 선두주자는 장보고식자재마트로 작년에 매출 3164억원을 기록했다. 우리마트(1964억원) 윈플러스마트(1749억원) 트라이얼코리아(1232억원) 세계로마트(989억원) 등도 대표적인 식자재마트다.

대형마트가 여러 규제에 손발이 꽁꽁 묶인 사이 식자재마트는 정부로부터 별다른 제재 없이  급성장했다. 이에 따라 식자재마트가 전통시장을 비롯한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비례대표)은 지난 7일 산업통상부 국정감사에서 식자재마트의 규모와 매출의 급성장 그리고 대형마트에 버금가는 식자재마트가 영업규제를 전혀 받지 않으면서 골목상권의 포식자로 등장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식자재마트는 365일 24시간 영업 규제에서 자유롭다. 또한 가격 후려치기 등을 통한 납품업체들의 고통을 담보로 전통시장들이 따라갈 수 없는 가격경쟁력과 막강한 영업력을 갖췄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에서 제대로 된 시장조사 등을 거치지 않고 소상공인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탁상공론식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정부는 대형마트와 더불어 복합쇼핑몰에 대해서 의무휴업 등 규제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커머스 시장이 코로나19 이후 더욱 활성화됨에 따라 뒤늦게 부랴부랴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련 규제 법안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식자재마트를 대형마트와 달리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유통산업발전법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엄격한 잣대로 유통업계에 규제를 만들었던 과거의 사례를 복기해보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식자재마트가 급속도로 성장해 왔지만 정부는 수수방관했다. 반면 대형마트 규제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제도의 취지는 소상공인 보호와 근로자의 건강 문제 등이라고 했지만 실효성은 없다고 본다”며 “이제 더 이상 소상공인의 생존 문제를  대형마트만의 문제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골목상권은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업계, 그리고 식자재마트 등으로 인해 점점 어려워지는 형편이다. 그동안 정부의 정책은 유통공룡인 대형마트들을 규제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을 경우 소비자들은 굳이 전통시장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 쿠팡 등을 비롯한 이커머스를 통한 소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커머스와 관련된 규제방안을 뒤늦게서야 마련하려 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식자재마트 규제 논란 관련 정책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으로 가면 안 된다. 대형마트는 대형마트대로 골목상권은 골목상권대로 그 누구도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시장 조사와 더불어 식자재마트로부터 파생된 부작용을 철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인 목적은 기업과 소상공인이 모두 공존하며 상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