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제약 이슈 치매약과 비만약(자료=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제약산업을 향한 관심이 짙어지고 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제약업계는 신약개발 여력이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상당히 부족한 편이었다. 최근들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재평가되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 제약사 복제약을 주로 출시했다면 최근에는 국내에서 개발한 의약품을 기술수출 하는 등 신약개발의 주체로서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면역 관리를 향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건강기능식품 출시도 활발한 상태다. 다만 의약당국과의 마찰로 빚어지는 갈등을 피하진 못 하고 있다. 뷰어스는 2021년 새해를 맞이하며 제약업계의 지난해를 돌아보고 올해를 전망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지난해 제약업계는 비만과 치매 치료제를 둘러싼 분쟁이 눈에 띄었다. 불규칙한 식습관과 영양 과다 등으로 전 세계 비만 인구는 점차 늘고 있다. 의학 발달로 고령화 인구가 많아지면서 치매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관련 의약품을 향한 관심과 기대도 높지만 지난해 분위기를 보면 국내 비만약 시장은 발전하는 반면 치매약 시장은 퇴보했다. ■ 발암 우려 벨빅 퇴출에도 굳건한 비만약 시장 ‘탄탄대로’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규모는 3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6%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스스로 주사하는 살 빼는 약 삭센다 열풍이 기록을 올리는 데 큰 몫을 했다. 여기에 신제품 큐시미아까지 인기를 타면서 국내 비만약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시장에서 퇴출된 비만 치료제도 있었다. 국내 비만약 시장 3위를 차지하고 있던 식욕억제제 벨빅이 발암 우려로 판매 중단을 맞은 것이다.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개발한 로카세린 성분의 비만치료제로 시상하부에 있는 식욕 억제 뉴런에 있는 5-HT2C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해 음식을 덜 먹게 돕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일동제약이 유통과 판매를 맡아왔으며 연간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인기 품목이었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벨빅의 장기 임상 연구 결과 약을 먹은 환자의 암 발병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투여 기간이 길어질수록 췌장암, 직장암, 폐암 등의 발병 사례가 많아진다는 점을 밝혀내 지난 2월 에자이는 벨빅 판매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동일 성분인 일동제약 벨빅정과 벨빅엑스알정 등 2개 품목을 회수하라고 명령했다. 이렇게 시장 3위 품목이 퇴출됐지만 비만약 시장 성장세를 막진 못했다. 의약품 순위 변동만 있었을 뿐 전체적인 시장 활기는 여전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시장 성장세는 높이 평가된다. ■ 치매·인지장애 환자 괴롭히는 새 약가제도…제약사들 치매약 출시 피할 것 비만약 시장과 반대로 국내 치매약 시장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치매치료제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둘러싼 당국과 제약사 간 분쟁도 이어져오고 있다. 정부는 1년여 전부터 종근당과 대웅바이오 등 130개 제약사에 치매약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 축소 계획을 알렸다.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치매 환자뿐만 아니라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에게도 처방되며 보험료 누수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탓이다. 지난 2020년 콜린알포 총 처방액 중 환자의 자기부담금(약가의 30%)을 빼고 제약사로 들어간 보험 급여액은 약가(약 5000억원)의 70%인 약 3500억원이다. 향후 5년간 해당 제약사들이 임상 재평가를 실시한 후에도 효능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지 못 하면 연간 3500억원씩 보험 급여를 뱉어내야 한다. 이 때문에 당초 재평가 대상 업체였던 134곳의 제약사 중 60곳 내외가 임상 재평가를 포기했다. 보험 급여 환수 위험에 콜린알포세레이트 판매를 포기한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은 보건복지부 행정명령에 따라 제약사들이 향후 5년간 임상재평가로 효과를 입증하는 데 실패해 콜린알포 허가가 취소되면 임상계획서 제출일부터 허가 취소일까지 약 5년간 보험 급여액을 건보공단에 돌려줘야 하는 `보험금 환수 계약`을 추진 중이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자체 생동시험과 원료의약품 등록 등 2가지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약가가 낮게 책정되는 신규 약가제도가 시행되면서 치매약 출시에도 제동이 걸렸다. 새 약가제도가 시행된 7월 이후에 도네페질, 메만틴,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등 국내 허가된 치매약 성분의 제네릭 등재가 뚝 끊겼다. 새 약가제도에 따라 치매약 제네릭은 기존보다 약가가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어 수익성 때문에 아예 포기하는 제약사가 많은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약가제도가 생겨나면서 제약사들이 치매약 출시를 머뭇거리게 만든다는 게 전문가 등의 평가다. 약가제도가 변하지 않는 이상 추후에도 치매 치료제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의견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 재평가를 주도하고 있는 제약사 중 한 곳인 종근당 관계자는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등) 적응증 입증을 위해 공동임상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 재평가 참여사가 많이 빠진 것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올해도 비만약은 뜨고 치매약은 지는 지난해 모습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국내 65세 이상 추정 치매환자 수 약 75만에 이른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치매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오는 ▲2024년에는 100만 명 ▲2039년에 200만 명 ▲2050년에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치매와 비만 모두 당장 사망에 이르게 하진 않지만 서서히 생명을 위협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어느 약이 사회에 더 필요하다고 단정할 순 없으나 치매 치료제가 규제에 막혀 환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더 안타까운 점은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2021 의약품 신호등] ①치매 약 지고 비만약 뜬다…고령화 시대 역행하는 약 세계

시장 3위 벨빅 퇴출에도 굳건한 비만약 시장 성장세 여전...치매약은 퇴보

이인애 기자 승인 2021.01.04 14:57 의견 0

2020년 제약 이슈 치매약과 비만약(자료=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제약산업을 향한 관심이 짙어지고 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제약업계는 신약개발 여력이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 상당히 부족한 편이었다. 최근들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재평가되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 제약사 복제약을 주로 출시했다면 최근에는 국내에서 개발한 의약품을 기술수출 하는 등 신약개발의 주체로서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면역 관리를 향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건강기능식품 출시도 활발한 상태다. 다만 의약당국과의 마찰로 빚어지는 갈등을 피하진 못 하고 있다. 뷰어스는 2021년 새해를 맞이하며 제약업계의 지난해를 돌아보고 올해를 전망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지난해 제약업계는 비만과 치매 치료제를 둘러싼 분쟁이 눈에 띄었다. 불규칙한 식습관과 영양 과다 등으로 전 세계 비만 인구는 점차 늘고 있다. 의학 발달로 고령화 인구가 많아지면서 치매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관련 의약품을 향한 관심과 기대도 높지만 지난해 분위기를 보면 국내 비만약 시장은 발전하는 반면 치매약 시장은 퇴보했다.

■ 발암 우려 벨빅 퇴출에도 굳건한 비만약 시장 ‘탄탄대로’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규모는 3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6%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스스로 주사하는 살 빼는 약 삭센다 열풍이 기록을 올리는 데 큰 몫을 했다. 여기에 신제품 큐시미아까지 인기를 타면서 국내 비만약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시장에서 퇴출된 비만 치료제도 있었다. 국내 비만약 시장 3위를 차지하고 있던 식욕억제제 벨빅이 발암 우려로 판매 중단을 맞은 것이다.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개발한 로카세린 성분의 비만치료제로 시상하부에 있는 식욕 억제 뉴런에 있는 5-HT2C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해 음식을 덜 먹게 돕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일동제약이 유통과 판매를 맡아왔으며 연간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인기 품목이었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벨빅의 장기 임상 연구 결과 약을 먹은 환자의 암 발병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투여 기간이 길어질수록 췌장암, 직장암, 폐암 등의 발병 사례가 많아진다는 점을 밝혀내 지난 2월 에자이는 벨빅 판매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동일 성분인 일동제약 벨빅정과 벨빅엑스알정 등 2개 품목을 회수하라고 명령했다.

이렇게 시장 3위 품목이 퇴출됐지만 비만약 시장 성장세를 막진 못했다. 의약품 순위 변동만 있었을 뿐 전체적인 시장 활기는 여전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시장 성장세는 높이 평가된다.

■ 치매·인지장애 환자 괴롭히는 새 약가제도…제약사들 치매약 출시 피할 것

비만약 시장과 반대로 국내 치매약 시장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치매치료제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둘러싼 당국과 제약사 간 분쟁도 이어져오고 있다. 정부는 1년여 전부터 종근당과 대웅바이오 등 130개 제약사에 치매약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 축소 계획을 알렸다. 콜린알포세레이트가 치매 환자뿐만 아니라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에게도 처방되며 보험료 누수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탓이다.

지난 2020년 콜린알포 총 처방액 중 환자의 자기부담금(약가의 30%)을 빼고 제약사로 들어간 보험 급여액은 약가(약 5000억원)의 70%인 약 3500억원이다. 향후 5년간 해당 제약사들이 임상 재평가를 실시한 후에도 효능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지 못 하면 연간 3500억원씩 보험 급여를 뱉어내야 한다. 이 때문에 당초 재평가 대상 업체였던 134곳의 제약사 중 60곳 내외가 임상 재평가를 포기했다. 보험 급여 환수 위험에 콜린알포세레이트 판매를 포기한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은 보건복지부 행정명령에 따라 제약사들이 향후 5년간 임상재평가로 효과를 입증하는 데 실패해 콜린알포 허가가 취소되면 임상계획서 제출일부터 허가 취소일까지 약 5년간 보험 급여액을 건보공단에 돌려줘야 하는 `보험금 환수 계약`을 추진 중이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자체 생동시험과 원료의약품 등록 등 2가지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약가가 낮게 책정되는 신규 약가제도가 시행되면서 치매약 출시에도 제동이 걸렸다.

새 약가제도가 시행된 7월 이후에 도네페질, 메만틴,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등 국내 허가된 치매약 성분의 제네릭 등재가 뚝 끊겼다. 새 약가제도에 따라 치매약 제네릭은 기존보다 약가가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어 수익성 때문에 아예 포기하는 제약사가 많은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약가제도가 생겨나면서 제약사들이 치매약 출시를 머뭇거리게 만든다는 게 전문가 등의 평가다. 약가제도가 변하지 않는 이상 추후에도 치매 치료제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의견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 재평가를 주도하고 있는 제약사 중 한 곳인 종근당 관계자는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등) 적응증 입증을 위해 공동임상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 재평가 참여사가 많이 빠진 것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올해도 비만약은 뜨고 치매약은 지는 지난해 모습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국내 65세 이상 추정 치매환자 수 약 75만에 이른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치매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오는 ▲2024년에는 100만 명 ▲2039년에 200만 명 ▲2050년에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치매와 비만 모두 당장 사망에 이르게 하진 않지만 서서히 생명을 위협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어느 약이 사회에 더 필요하다고 단정할 순 없으나 치매 치료제가 규제에 막혀 환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더 안타까운 점은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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