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6·27 대책 발표 이후 2주 연속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한강벨트 주요 지역의 상승폭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시장에서는 강력한 대출 규제와 매수심리 위축 때문으로 보고 있다. 단기 조정 이후 가을 성수기 반등 가능성이 나오면서도 실수요자 진입 장벽과 양극화 심화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아파트. (사진=손기호 기자)


■ 강남·마용성 등 한강벨트, 상승폭 절반 이하로

1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첫째 주(7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0.40%에서 0.29%로 낮아졌다. 6월 넷째 주 0.43% 이후 2주 연속 상승폭이 둔화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강남구는 0.73%에서 0.34%로, 서초구는 0.65%에서 0.48%로, 송파구는 0.75%에서 0.38%로 각각 상승폭이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강동구(0.62%→0.29%), 마포구(0.85%→0.60%), 성동구(0.89%→0.70%), 용산구(0.58%→0.37%) 등 한강벨트와 신흥 프리미엄 지역도 마찬가지 흐름을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은 “신축·재건축 기대 단지 중심으로 상승세가 유지되나 전반적인 매수 문의가 줄면서 관망 추세가 강화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 대출 규제 직격탄…실수요자까지 위축

6·27 대책의 핵심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 최대 6억원으로 축소, 전세대출 조건 강화, 다주택자 대출 규제 등이다. 기존 주택 보유자의 전세대출이 축소되고 신규 주담대 운용이 어려워지면서 고가 주택 중심의 매수세에 제동이 걸렸다.

한강벨트의 대표 지역인 용산구 한남동 일대도 대출 규제의 충격을 빠르게 체감하고 있다.

앞서 본지가 규제가 나온지 1주일 시점에 만난 한남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6·27 대책 발표 이후 한남동 일대 거래가 사실상 멈춘 상태”라며 “가계약까지 체결한 매수자들도 대출이 막히면서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유예기간 없이 즉시 규제를 시행하면서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켰다”며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현금 여력이 충분한 이들만 접근 가능한 구조로 바뀌었고 중산층 이하 실수요자는 밀려나고 고가 주택만 더 오르는 양극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은행은 정부 방침이 명확하지 않다며 대출을 일시 중단하거나 계약금 지급을 보류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 거래·전세시장 동반 둔화, 지방은 약세 지속

전세시장에도 대출 규제 영향이 일부 반영되고 있다. 전세자금대출이 어려워지며 일부 수요층은 월세로 이동하거나 전세시장 참여를 미루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는 중저가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방 아파트값은 –0.03%로 58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 성남 분당구(1.17%→0.46%), 과천(0.98%→0.47%) 등 수도권 인기 지역도 상승률이 반토막 났으나 상승세는 유지되고 있다.

이번 상승폭 둔화는 숨고르기라는 해석이다. 그간 신고가 소폭 조정되는 수준이고 집값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유례없이 강력한 대출 규제에 적응하는 데 적어도 3개월 이상은 서울 집값이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며 “신고가 대비 소폭 조정되거나 호가를 높여놨던 게 현실화되는 수준이고, 집값 하락이 크게 나타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서울 입주 물량이 줄고 있고 금리 인하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가을 이사철에 금리 인하 기대와 맞물려 가격이 다시 오를 수도 있다 ”면서 “대출 규제 여파로 실수요자까지 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했다. 실수요자 보호와 주택 공급 확대 등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