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도 금소법으로 인한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추진된 지 10년 만에 지난달 25일 시행됐다. 오랜기간 준비했음에도 시행 초기부터 혼선과 잡음이 적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뷰어스는 금소헙 시행 한달을 점검하는 기획을 준비했다.-편집자주- “많은 상품을 한꺼번에 가입하시는 분들의 경우 상품을 다 소개하고 녹취까지 하다 보면 오전 시간은 다 써야 가능해요.” “약관도 각 증권사마다 제각각이라 이해가 되지 않아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습니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증권업계 현장에선 지속적으로 볼멘소리가 나온다. 업무량 증가와 고객들의 불만, 영업 활동 위축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약 등의 업무가 겹치는 경우 업무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고객 대응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더불어 다음 달 시행 예정인 ‘고난도금융상품 규제’까지 시행 날짜가 다가오면서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고난도 상품은 최대원금손실 가능 금액이 원금의 20%를 초과할 수 있는 파생결합증권, 파생상품, 운용자산(펀드) 등을 뜻한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1일 제8차 정례회의를 열고 ‘심사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는 다음 달 10일부터 고난도 상품을 판매할 때는 녹취와 2영업일 이상의 숙려기간 부여가 의무화된다. 증권사들은 금소법 시행으로 방대한 내용의 투자성향 분석, 설명의무를 충족하는 상품설명서 고지 등을 만드는데도 인력을 추가로 쏟고 있다. 여기에 추가되는 고난도금융상품 규제는 설명서, 전산 구조 등을 바꾸는 업무까지 가중될 수밖에 없다. ■ 설명 의무 커지며 영업활동 위축 우려 금소법 시행에 따라 증권업계는 상품 약관을 일일이 개정했다. 영업을 하면서 상품에 대한 설명 시간 역시 늘어 현장 업무량도 늘어났다. 앞서 주가연계증권(ELS)과 사모펀드 사태를 겪으며 판매 절차 시스템을 재정비한 영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품을 판매하며 전보다 설명을 많이 해야 하고 녹취할 부분도 늘어났다”며 “대응이 어렵지는 않지만 피로도는 누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증권사 풍경도 이전과 달라졌다. 한 명의 고객을 응대하는 시간이 기존 10분에서 40분 가량으로 늘었다. 상품 설명을 하는 영업점 직원과 들어야 하는 고객 모두 피로도가 높아졌다. 이에 SK증권, 삼성증권 등 각 증권사 영업점은 입간판을 통해 업무 지연에 대한 고객들의 양해를 구했다. 일부 증권사 영업점도 대면 신규 계좌 개설에 제한을 뒀다. 또 계좌개설·외화증권 거래 약정 등의 업무를 비대면으로 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영업활동 자체가 어려워지자 증권사들의 수익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 상품 판매가 평소의 1/3 수준으로 줄었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으며 업무량 증가와 판매 저조 등 현실적 어려움도 상당하다고 토로한다. ■ 상품 약관 개정도 제각각 설명 의무가 늘어난 것과 더불어 상품 약관 개정에 대한 각 증권사의 불만도 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내놓은 가이드라인만으로는 모든 약관 문구를 고치는 데 한계가 있는 데다 표준약관이 제정돼도 각사 상황에 맞춰 재수정을 거쳐야 한다. 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약관 개정 속도가 회사, 상품별로 다를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상품 가입 편의성과 증권사의 실적 확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금융투자협회는 금소법과 관련한 표준약관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금투협이 개정한 표준약관은 일임형종합자산관리(ISA)계좌, 신용거래, 신용거래설명서, 수익증권저축, 연금저축계좌설정, 외국집합투자증권 등이다. 다만 금투협이 제시한 표준약관은 증권사들에게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각 증권사는 회사 상황에 맞는 법리적인 판단을 거쳐 약관을 개별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인력·시간 낭비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금소법 시행 한 달이 넘었지만 지속해서 약관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금융당국 개선안도 효율 미비 결국 금융당국에선 이러한 증권업계의 불만 사항을 접수해 핵심 요약설명서 위주로 설명해도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금융사 직원이 고객에게 요약설명서만 읽어도 금소법상 설명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기로 하고 ‘면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다. 핵심 요약설명서란 금융상품 설명서의 맨 앞 장에 위치하도록 규정된 상품 요약본이다. 다만 당국의 이번 조치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주먹구구식 대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고객과 직원 모두가 비효율을 경험한 뒤에서야 나왔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일시적인 방안만 내세울 게 아니라 금융사의 불완전판매를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효율적인 제도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소법 시행 한 달] ③ “설명·녹취하느라 진빠져”…고난도금융상품 규제도 걱정

영업 활동 위축 등 현실적인 어려움 봉착
미비한 효율로 환영받지 못한 개선안

최동수 기자 승인 2021.04.29 15:23 | 최종 수정 2021.04.29 15:26 의견 0
증권업계도 금소법으로 인한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추진된 지 10년 만에 지난달 25일 시행됐다. 오랜기간 준비했음에도 시행 초기부터 혼선과 잡음이 적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뷰어스는 금소헙 시행 한달을 점검하는 기획을 준비했다.-편집자주-

“많은 상품을 한꺼번에 가입하시는 분들의 경우 상품을 다 소개하고 녹취까지 하다 보면 오전 시간은 다 써야 가능해요.”

“약관도 각 증권사마다 제각각이라 이해가 되지 않아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습니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증권업계 현장에선 지속적으로 볼멘소리가 나온다. 업무량 증가와 고객들의 불만, 영업 활동 위축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약 등의 업무가 겹치는 경우 업무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고객 대응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더불어 다음 달 시행 예정인 ‘고난도금융상품 규제’까지 시행 날짜가 다가오면서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고난도 상품은 최대원금손실 가능 금액이 원금의 20%를 초과할 수 있는 파생결합증권, 파생상품, 운용자산(펀드) 등을 뜻한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1일 제8차 정례회의를 열고 ‘심사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는 다음 달 10일부터 고난도 상품을 판매할 때는 녹취와 2영업일 이상의 숙려기간 부여가 의무화된다.

증권사들은 금소법 시행으로 방대한 내용의 투자성향 분석, 설명의무를 충족하는 상품설명서 고지 등을 만드는데도 인력을 추가로 쏟고 있다. 여기에 추가되는 고난도금융상품 규제는 설명서, 전산 구조 등을 바꾸는 업무까지 가중될 수밖에 없다.

■ 설명 의무 커지며 영업활동 위축 우려

금소법 시행에 따라 증권업계는 상품 약관을 일일이 개정했다. 영업을 하면서 상품에 대한 설명 시간 역시 늘어 현장 업무량도 늘어났다. 앞서 주가연계증권(ELS)과 사모펀드 사태를 겪으며 판매 절차 시스템을 재정비한 영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품을 판매하며 전보다 설명을 많이 해야 하고 녹취할 부분도 늘어났다”며 “대응이 어렵지는 않지만 피로도는 누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증권사 풍경도 이전과 달라졌다. 한 명의 고객을 응대하는 시간이 기존 10분에서 40분 가량으로 늘었다. 상품 설명을 하는 영업점 직원과 들어야 하는 고객 모두 피로도가 높아졌다.

이에 SK증권, 삼성증권 등 각 증권사 영업점은 입간판을 통해 업무 지연에 대한 고객들의 양해를 구했다. 일부 증권사 영업점도 대면 신규 계좌 개설에 제한을 뒀다. 또 계좌개설·외화증권 거래 약정 등의 업무를 비대면으로 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영업활동 자체가 어려워지자 증권사들의 수익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 상품 판매가 평소의 1/3 수준으로 줄었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으며 업무량 증가와 판매 저조 등 현실적 어려움도 상당하다고 토로한다.

■ 상품 약관 개정도 제각각

설명 의무가 늘어난 것과 더불어 상품 약관 개정에 대한 각 증권사의 불만도 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내놓은 가이드라인만으로는 모든 약관 문구를 고치는 데 한계가 있는 데다 표준약관이 제정돼도 각사 상황에 맞춰 재수정을 거쳐야 한다.

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약관 개정 속도가 회사, 상품별로 다를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상품 가입 편의성과 증권사의 실적 확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금융투자협회는 금소법과 관련한 표준약관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금투협이 개정한 표준약관은 일임형종합자산관리(ISA)계좌, 신용거래, 신용거래설명서, 수익증권저축, 연금저축계좌설정, 외국집합투자증권 등이다.

다만 금투협이 제시한 표준약관은 증권사들에게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각 증권사는 회사 상황에 맞는 법리적인 판단을 거쳐 약관을 개별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인력·시간 낭비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금소법 시행 한 달이 넘었지만 지속해서 약관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금융당국 개선안도 효율 미비

결국 금융당국에선 이러한 증권업계의 불만 사항을 접수해 핵심 요약설명서 위주로 설명해도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금융사 직원이 고객에게 요약설명서만 읽어도 금소법상 설명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기로 하고 ‘면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다.

핵심 요약설명서란 금융상품 설명서의 맨 앞 장에 위치하도록 규정된 상품 요약본이다.

다만 당국의 이번 조치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주먹구구식 대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고객과 직원 모두가 비효율을 경험한 뒤에서야 나왔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일시적인 방안만 내세울 게 아니라 금융사의 불완전판매를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효율적인 제도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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