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각 사) '한국형 게임' 수익모델(BM)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한때 국내 게임사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시킨 방식이 한계에 다달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무슨 일이든 정도가 지나치면 안하니만 못한 법. 극악으로 치닫는 확률을 조여오자 이용자들은 반기를 들었다. 뷰어스는 K-게임에 닥친 위기와 게임업계가 걸어나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국형 게임'은 확률형 아이템을 기초로한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MMORPG 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이다. 수많은 이용자가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서로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함께 적에 대항해 싸우거나 팀을 구성해 서로 대치하는 등의 플레이 스타일이다. ■MMORPG와 확률형 아이템은 흥행공식? 성장에 취했다 국내 최초로 MMORPG를 선보인 것은 넥슨의 '바람의 나라'다. 하지만 정착과 성공을 이뤄낸 주인공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다. 넥슨이 '바람의 나라'를 출시한 1년 뒤인 지난 1997년 엔씨는 PC '리니지'를 세상에 공개했다. 부족한 인터넷 환경 속에서 떠오른 '리니지'는 게임 이용자들에게 큰 충격을 전해주었다. 약 10년 뒤 모바일 게임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자 엔씨는 지난 2017년 '리니지M'을 출시했다. 그리고 엔씨는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했다. 이용자가 뽑기를 통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물론 확률은 게임 아이템별로 천차만별이었다. 이용자들은 캐릭터를 강화하고 원하는 아이템을 갖기 위해 계속해서 돈을 투자했다. 돈을 써야 이기는 방식이 확산됐다. 당시 PC 온라인 게임과 달리 모바일 게임은 월 결제 한도가 없었기에 고삐를 잡을 방법도 없었다. 그렇게 들어오는 돈은 멈출 줄 몰랐고, 그 해 엔씨는 처음으로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엔씨의 성공을 지켜본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흥행 공식으로 삼았다. '리니지M' 공개 이후 많은 게임사들은 이른바 리니지형 BM을 적용해 게임을 개발했다. 만들기도 쉬워 가성비 수익모델로도 불렸다. 별다른 콘텐츠를 구성할 필요 없이 아이템별 확률만 넣어주면 됐다. 게임사가 별다른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도 이용자들 스스로 지갑을 열게 됐다. 그렇게 게임업계는 MMORPG와 확률형 아이템을 기반으로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 촛불에서 횃불로 번지다 그러나 올해 초 넥슨 '메이플스토리'를 중심으로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시작됐다. 점차 과해지는 확률과 노골적인 과금 유도에 이용자들이 견디지 못하고 반기를 든 것이다. 이후 '마비노기', '페이트그랜드오더' 등 국내 게임에 대응하며 트럭 시위까지 나섰다. 촛불이 모이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이후 다른 게임사로도 눈길이 쏠렸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확률형 아이템을 적용하고 있는 게임사들은 모두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엔씨는 콘텐츠 업데이트 이전으로 되돌리는 '리니지M' 롤백 논란까지 겹치면서 이용자들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많은 이용자들은 'NO 엔씨'를 외치며 불매 운동을 진행했다. '린저씨(리니지+아저씨)'라 불리는 오랜 리니지 팬들마저 다른 게임으로 옮겨갔다.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 생각했던 분위기는 들불처럼 번져갔다. 특히 신뢰를 회복할 몇 차례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엔씨가 변하지 않자 여론은 더욱 싸늘해졌다. 마침내 혁명처럼 바뀌었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반토막 났으며 접속자 수도 예전만 못했다. 엔씨가 잔뜩 기대했던 신작 '블레이드앤소울2(블소2)'가 출시 직후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한때 100만원을 웃돌던 엔씨 주가는 60만원선도 붕괴됐다. 시가총액도 5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연내 출시 예정인 '리니지W'가 사실상 엔씨가 붙잡을 수 있는 막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리니지W가 게임성과 과금 BM 측면에서 실질적 차별화 요소를 얼마나 확보했는지로 귀결된다"며 "기존 리니지 기반의 게임성 및 과금 BM에 의존하지 않고 혁신적인 신작을 개발하여 출시하는 것이 중장기 기업가치 증가를 도모할 수 있는 확실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게임 쇼크] ①‘돈 써야 이기는 방식’ 이젠 질렸다

MMORPG와 아이템을 구매하는 BM모델..엔씨 등 게임사 가파른 성장
선 넘는 게임사에 이용자 반발..게임업계 사상 최대 위기

송인화 기자 승인 2021.09.20 09:00 의견 0
(사진=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각 사)

'한국형 게임' 수익모델(BM)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한때 국내 게임사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시킨 방식이 한계에 다달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무슨 일이든 정도가 지나치면 안하니만 못한 법. 극악으로 치닫는 확률을 조여오자 이용자들은 반기를 들었다. 뷰어스는 K-게임에 닥친 위기와 게임업계가 걸어나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국형 게임'은 확률형 아이템을 기초로한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MMORPG Massive Multi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이다. 수많은 이용자가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서로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함께 적에 대항해 싸우거나 팀을 구성해 서로 대치하는 등의 플레이 스타일이다.


■MMORPG와 확률형 아이템은 흥행공식? 성장에 취했다

국내 최초로 MMORPG를 선보인 것은 넥슨의 '바람의 나라'다. 하지만 정착과 성공을 이뤄낸 주인공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다. 넥슨이 '바람의 나라'를 출시한 1년 뒤인 지난 1997년 엔씨는 PC '리니지'를 세상에 공개했다. 부족한 인터넷 환경 속에서 떠오른 '리니지'는 게임 이용자들에게 큰 충격을 전해주었다.

약 10년 뒤 모바일 게임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자 엔씨는 지난 2017년 '리니지M'을 출시했다. 그리고 엔씨는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했다. 이용자가 뽑기를 통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물론 확률은 게임 아이템별로 천차만별이었다. 이용자들은 캐릭터를 강화하고 원하는 아이템을 갖기 위해 계속해서 돈을 투자했다. 돈을 써야 이기는 방식이 확산됐다. 당시 PC 온라인 게임과 달리 모바일 게임은 월 결제 한도가 없었기에 고삐를 잡을 방법도 없었다. 그렇게 들어오는 돈은 멈출 줄 몰랐고, 그 해 엔씨는 처음으로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엔씨의 성공을 지켜본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흥행 공식으로 삼았다. '리니지M' 공개 이후 많은 게임사들은 이른바 리니지형 BM을 적용해 게임을 개발했다.

만들기도 쉬워 가성비 수익모델로도 불렸다. 별다른 콘텐츠를 구성할 필요 없이 아이템별 확률만 넣어주면 됐다. 게임사가 별다른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도 이용자들 스스로 지갑을 열게 됐다. 그렇게 게임업계는 MMORPG와 확률형 아이템을 기반으로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 촛불에서 횃불로 번지다

그러나 올해 초 넥슨 '메이플스토리'를 중심으로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시작됐다. 점차 과해지는 확률과 노골적인 과금 유도에 이용자들이 견디지 못하고 반기를 든 것이다. 이후 '마비노기', '페이트그랜드오더' 등 국내 게임에 대응하며 트럭 시위까지 나섰다. 촛불이 모이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이후 다른 게임사로도 눈길이 쏠렸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확률형 아이템을 적용하고 있는 게임사들은 모두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엔씨는 콘텐츠 업데이트 이전으로 되돌리는 '리니지M' 롤백 논란까지 겹치면서 이용자들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많은 이용자들은 'NO 엔씨'를 외치며 불매 운동을 진행했다. '린저씨(리니지+아저씨)'라 불리는 오랜 리니지 팬들마저 다른 게임으로 옮겨갔다.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 생각했던 분위기는 들불처럼 번져갔다. 특히 신뢰를 회복할 몇 차례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엔씨가 변하지 않자 여론은 더욱 싸늘해졌다. 마침내 혁명처럼 바뀌었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반토막 났으며 접속자 수도 예전만 못했다. 엔씨가 잔뜩 기대했던 신작 '블레이드앤소울2(블소2)'가 출시 직후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한때 100만원을 웃돌던 엔씨 주가는 60만원선도 붕괴됐다. 시가총액도 5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연내 출시 예정인 '리니지W'가 사실상 엔씨가 붙잡을 수 있는 막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리니지W가 게임성과 과금 BM 측면에서 실질적 차별화 요소를 얼마나 확보했는지로 귀결된다"며 "기존 리니지 기반의 게임성 및 과금 BM에 의존하지 않고 혁신적인 신작을 개발하여 출시하는 것이 중장기 기업가치 증가를 도모할 수 있는 확실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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