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사진=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20018년 8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 도입 이후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경영진 측의 의사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연이어 실패해 체면을 구기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전임 김성주 이사장이나 현 김용진 이사장 모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는 성공했지만 결과는 고배를 마시는 '굴욕' 뿐이었다. 국민연금이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할 뿐 책임 있는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23일 국민연금과 재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주요 기업의 향방을 가름할 수 있는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지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16일 열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할안에 대한 임시 주총에서 반대 의결권 행사했다. 분할계획의 취지와 목적에 공감하지만 배터리사업 등 핵심사업부문의 비상장화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지분 약 8%를 보유한 2대주주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분할 안건은 80.2%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LG화학 2대 주주로 10.2%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같은 논리로 지난해 10월 LG화학 배터리사업부 물적분할 관련 주총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82.3%라는 높은 찬성률로 안건이 승인됐다. 국민연금은 지난 1월에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관련해서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역시 명분은 주주가치 훼손이었다. 그러나 결론은 69.98% 찬성이었다. 이밖에도 국민연금은 삼광글라스의 합병·분할계획과 한일시멘트의 HLK홀딩스 합병 건, 한국콜마의 제약 CMO·CDMO 사업부문 양도 건에도 반대표를 던졌지만 모두 가결됐다.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살펴보면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 실제로 부결된 비중은 ▲2016년 0.33% ▲2017년 1.88% ▲2018년 1.11% ▲2019년 3.36% ▲2020년 1.34%였다. 국민연금이 주주인 회사에서 이사·감사 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해도 실제로 부결되는 비율 역시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상반기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회사의 이사·감사 의결에서 174건의 반대 의견을 냈는데 실제 부결된 건수는 7건(4%)에 그쳤다. 연도별로 이사·감사 선임 안건에 대한 반대 의견 대비 부결 비율을 보면 2017년과 2018년은 0.9%에 그쳤고 2019년 6%로 높아졌다가 2020년 2.4%로 다시 낮아졌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 3월 지분이 8.52%인 대한항공의 주총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으나 조 회장은 찬성률 82.84%로 재선임됐다. 지난해엔 10% 지분을 보유한 효성과 관련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를 받은 조현준 회장의 대표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행사했지만 조 회장은 70% 이상의 찬성률로 재선임됐다. 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이 불거진 책임을 물어 감시의무를 소홀히 한 사외이사에 대해 재선임을 반대했지만 이 역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때문에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등 국민연금은 수탁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받았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에서 상당한 지배력을 가지는 국민연금이 시장과 괴리되는 선택을 이어가면서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각에선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곤욕을 겪은 국민연금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찬성표를 던지면서 비판을 겪었기 때문에 인수·합병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영향력과 무관하게 리스크를 줄이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다른 기관투자자나 연기금의 나침반 역할을 했던 것과는 이질적이라는 비판이다. 김용진 이사장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김성주 전 이사장이 스튜어드코드십을 도입한 이후 실질적으로 주요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김 이사장이 취임한 지난해 8월 이후부터였기 때문이다. 정치인 출신인 김성주 전 이사장과는 달리 김용진 이사장은 기획재정부 2차관으로 정통 관련 출신이다. 국민연금 안팎의 기대를 모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 있어서 현재까지는 '낙제점'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더욱이 국민연금이 지난 3월 '산업재해 다발 기업'인 포스코의 최정우 회장 유임안에 중립을 결정하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발동에 소극적이다”는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용진 이사장으로서는 어려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연금, 주요 주총서 반대했지만 연이은 패배로 체면 구겨…김용진 이사장 '굴욕'

장원주 기자 승인 2021.09.24 09:08 | 최종 수정 2021.09.24 10:02 의견 0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사진=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20018년 8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 도입 이후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경영진 측의 의사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연이어 실패해 체면을 구기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전임 김성주 이사장이나 현 김용진 이사장 모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는 성공했지만 결과는 고배를 마시는 '굴욕' 뿐이었다. 국민연금이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할 뿐 책임 있는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23일 국민연금과 재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주요 기업의 향방을 가름할 수 있는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지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16일 열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할안에 대한 임시 주총에서 반대 의결권 행사했다. 분할계획의 취지와 목적에 공감하지만 배터리사업 등 핵심사업부문의 비상장화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지분 약 8%를 보유한 2대주주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분할 안건은 80.2%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LG화학 2대 주주로 10.2%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같은 논리로 지난해 10월 LG화학 배터리사업부 물적분할 관련 주총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82.3%라는 높은 찬성률로 안건이 승인됐다.

국민연금은 지난 1월에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관련해서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역시 명분은 주주가치 훼손이었다. 그러나 결론은 69.98% 찬성이었다.

이밖에도 국민연금은 삼광글라스의 합병·분할계획과 한일시멘트의 HLK홀딩스 합병 건, 한국콜마의 제약 CMO·CDMO 사업부문 양도 건에도 반대표를 던졌지만 모두 가결됐다.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살펴보면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 실제로 부결된 비중은 ▲2016년 0.33% ▲2017년 1.88% ▲2018년 1.11% ▲2019년 3.36% ▲2020년 1.34%였다.

국민연금이 주주인 회사에서 이사·감사 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해도 실제로 부결되는 비율 역시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상반기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회사의 이사·감사 의결에서 174건의 반대 의견을 냈는데 실제 부결된 건수는 7건(4%)에 그쳤다.

연도별로 이사·감사 선임 안건에 대한 반대 의견 대비 부결 비율을 보면 2017년과 2018년은 0.9%에 그쳤고 2019년 6%로 높아졌다가 2020년 2.4%로 다시 낮아졌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 3월 지분이 8.52%인 대한항공의 주총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으나 조 회장은 찬성률 82.84%로 재선임됐다. 지난해엔 10% 지분을 보유한 효성과 관련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를 받은 조현준 회장의 대표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행사했지만 조 회장은 70% 이상의 찬성률로 재선임됐다. 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이 불거진 책임을 물어 감시의무를 소홀히 한 사외이사에 대해 재선임을 반대했지만 이 역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때문에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등 국민연금은 수탁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받았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에서 상당한 지배력을 가지는 국민연금이 시장과 괴리되는 선택을 이어가면서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각에선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곤욕을 겪은 국민연금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찬성표를 던지면서 비판을 겪었기 때문에 인수·합병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영향력과 무관하게 리스크를 줄이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다른 기관투자자나 연기금의 나침반 역할을 했던 것과는 이질적이라는 비판이다.

김용진 이사장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김성주 전 이사장이 스튜어드코드십을 도입한 이후 실질적으로 주요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김 이사장이 취임한 지난해 8월 이후부터였기 때문이다. 정치인 출신인 김성주 전 이사장과는 달리 김용진 이사장은 기획재정부 2차관으로 정통 관련 출신이다. 국민연금 안팎의 기대를 모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 있어서 현재까지는 '낙제점'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더욱이 국민연금이 지난 3월 '산업재해 다발 기업'인 포스코의 최정우 회장 유임안에 중립을 결정하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발동에 소극적이다”는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용진 이사장으로서는 어려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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