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4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노후계획도시특별법)’ 시행 이후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5개 신도시 중 13개 단지가 선도지구로 선정되며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사업 전반에 대한 주민 갈등과 이주 대책 미비, 추가 분담금 등 현실적인 장애물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실제 착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기 신도시인 경기 고양 일산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

■ 전체 아파트 86.5%가 30년 이상… 노후화 심각

3일 부동산R114의 조사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아파트 재고 중 30년 이상 된 비중은 86.5%에 달한다. 평촌이 93.1%로 가장 높았고, 산본(88.2%), 분당(86.8%), 일산(83.8%), 중동(81.7%) 순이다.

노후화가 심화되면서 정비 수요는 커졌고 선도지구로 가장 많은 재건축 단지를 포함한 분당은 1만948세대가 지정됐다. 뒤를 이어 일산(8912세대), 중동(5957세대), 평촌(5460세대), 산본(4620세대) 순이다.

1기 신도시 30년 초과 아파트 비중. 29만여 가구 기준. (자료=부동산R114)


■ 선도지구 발표 이후 ‘분당·평촌’만 가격 상승

선도지구 발표 이후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역별 온도차를 보였다. 발표 직후 일주일간 0.4% 상승한 데 이어, 6개월 누적 상승률은 1.3%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분당(2.6%)과 평촌(2.7%)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두 지역은 입지 경쟁력과 사업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정비사업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산, 중동, 산본 등은 가격 반등이 미미하거나 되레 약세를 나타냈다. 이는 공공기여 부담, 추가 분담금, 이주비 부족 등 현실적인 사업 리스크가 여전히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발표 후 기간별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변동률. (자료=부동산R114)


■ 특별법 시행 1년… 아직 갈 길 먼 정비사업

노후계획도시특별법 시행 이후 지자체 주도로 정비기본계획 수립이 진행 중이다. 최근 성남시 분당과 고양시 일산이 정비계획 승인을 받으며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해당 법은 도시 단위 통합 정비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실제 착공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선도지구 선정이 전체가 아닌 일부에 그쳤고, 정비계획 승인만으로는 주민 설득과 갈등 해소, 분양가 산정, 사업성 확보 등의 복잡한 과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부동산R114 리서치랩 김지연 책임연구원은 “오는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라는 로드맵이 현실화되려면 예정된 2차 선도지구 발표와 차기 정부의 정책 기조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