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지난 1일부터 IRP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운용수수료와 자산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주기로 했다 (사진=우리은행)

개인형 퇴직연금(IRP) 시장을 둘러싸고 금융권의 경쟁이 치열하다. ‘수수료 면제’ 혜택을 내세운 증권사의 공세에 은행들도 고객 이탈 잡기 위해 공짜 수수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각종 혜택을 더 하고 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일부터 인터넷뱅킹과 우리WON뱅킹을 통해 IRP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운용수수료와 자산관리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주기로 했다.

IRP는 직장인이 노후 자금을 적립하거나 퇴직금을 쌓은 후 55세 이후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찾을 수 있는 퇴직연금 제도이다. 지난 6월 기준 국내 IPR계좌 적립금은 은행, 증권사, 보험사를 합쳐 총 41조원 수준이다.

공짜 수수료는 증권사들이 먼저 시작했다. 증권사에 이어 지방은행들이 가세했고, 여기에 우리은행까지 합세했다. DGB대구은행은 비대면으로 IRP에 가입할 경우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으며 BNK금융지주 계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도 IRP 수수료 면제에 나섰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아직 수수료 면제는 아니고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11월 말까지 개인형 IRP에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최신 휴대폰 등 다양한 경품을 증정한다. 신한은행도 약 2000명에게 치킨 기프티콘을 제공하고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IRP 가입자에게 각종 상품권을 증정한다.

그렇지만 은행들은 내부적으로 수수료 면제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고객 이탈과 비이자 수익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증권사들이 수수료 면제 정책을 시행하면서 증권사로 IRP 고객들이 대거 이동했다.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한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 포털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 은행권의 IRP 설정액은 27조7946억원으로 전분기 말 보다 7774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증권업계 IRP 설정액은 10조1516억원으로 같은 기간 1조416억원 불었다.

물론 증권업계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은행권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도 자금 쏠림의 이유다. 주요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은 두 자릿수까지 확대되는 모습이지만 은행권은 3%를 넘지 못하고 있다.

또 은행 비이자 부문 이익의 핵심으로 꼽히는 퇴직연금 시장을 놓치게 되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기조를 따라가기 더욱 어려워진다. 은행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해야 하는 필수 시장인 셈이다.

은행은 IRP 적립금이 이미 수조원에 달하는 만큼 IRP 수수료를 면제할 경우 적잖은 이익 감소를 감수해야한다는 게 문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진 수수료 면제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수수료를 면제하는 일시적인 혜택보다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