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섭 상상인저축은행 대표(왼쪽)와 송기문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대표(오른쪽)의 모습 (사진=상상인그룹)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저축 상품을 알아보던 중 고민에 빠졌다. 저금리 시대에 연 2~3%대의 정기예금 통장이 연이어 등장했기 때문이다. ‘20일 개좌개설 제한’으로 인해 신중하게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A씨는 결국 토스뱅크가 내놓는 연 2% 수시입출금식 통장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일부 저축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이 고금리 수신상품을 내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당국의 대출 규제가 이어지고 시중은행의 수신 경쟁력이 떨어지는 빈틈을 파고들었다. 특히 연 2%대 금리를 내세운 토스뱅크와 유일한 3%대 금리를 자랑하는 상상인저축은행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저축은행과 인터넷은행은 중금리 대출이란 영역을 놓고 경쟁을 벌이면서 실탄 확보를 위해 애를 쓰고 있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예·적금 등 고금리 수신상품이다.
■ 연 3% 저축상품 등장에 업계 집중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상인저축은행과 계열사인 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은 지난 1일부터 자사 금융 애플리케이션 ‘뱅뱅뱅’을 통해 연이율 3.32%를 지급하는 ‘500억 한도 한정 3.32% 정기예금’을 선보였다. 가입금액은 최대 1000만원까지며 가입 기간은 6개월이다.
계열사인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앱 ‘크크크’에서도 동시에 출시했기 때문에 1계좌씩 총 2계좌까지 개설할 수 있다. 그간 금융사들의 예금상품 금리가 연 1~2%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연 3%대의 수신상품이 나왔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앞서 웰컴저축은행 또한 최근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연 2.4%로 조정했다. OK저축은행 또한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골프 개최를 기념해 2000억원 한도의 연 2.5% 정기예금을 선보였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 금리는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자산규모 상위 저축은행 등이 고금리 수신 상품을 내놓으면서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 연 2% 금리 내세운 인터넷전문은행
인터넷전문은행도 수신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수신상품은 토스뱅크의 ‘연 2% 통장’이다. 만기, 금액과 상관없이 수시 입출금 통장에 돈을 맡기기만 하면 연 2% 금리가 붙는다. 이자는 일할 계산해 매달 준다. 시중은행 입출금 통장 금리가 연 0.1% 수준인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금리다.
카카오뱅크는 수시 입출금 통장 ‘세이프박스’ 한도를 기존 1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으로 늘렸다. 세이프박스는 하루만 돈을 맡겨도 연 0.8%의 이자가 붙고 통장 안에서 잔액을 분리해 관리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케이뱅크는 이달 1일부터 대표 예금 상품인 ‘코드K정기예금’의 금리를 0.1%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코드K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1.5%가 됐다.
■ 경쟁력 잃었지만 “아직 괜찮아”
저축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약진에도 시중은행은 별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연 0.1%대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정책적·전략적 차원에서 금리를 높일 필요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수신 잔액 추이를 보면 지난해 말 대비 지난달 기준 정기예금은 비슷한 수준이고 정기적금은 14.02%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요구불예금이 12.87% 늘었다. 이에 은행들은 전체 예금 잔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구불예금만으로도 수익성 방어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당국의 대출 규제로 인해 자금 조달에 대한 필요성이 줄었다”며 “비용, 전략 면에서 요구불예금 확보가 더욱 요구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