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2~3세 경영이 안착화하면서 미래 먹거리 창출에 고심하고 있다. 과거 1세대 경영인들이 사업 영역을 무분별하게 '문어발' 식으로 확장했다면 현 총수들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새로운 영역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청출어람청어람'이다. -편집자 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승부사'로 통한다. 평소에는 조용한 듯 지내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굵직한 인수합병(M&A)를 이뤄내며 그룹의 외연을 내실 있게 확장해내는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과거 전력'으로 인한 취업제한이 풀리면서 경영 일선에 복귀한 김 회장은 '승부사'라는 명성에 걸맞게 한화의 미래를 향한 큰 밑그림을 하나씩 완성해가고 있다. 김 회장이 그려나가는 한화의 청사진에 재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그린수소와 태양광 셀 양 날개로 신재생에너지 시장 공략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혁신의 속도를 높여 K방산, K에너지, K금융 등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나아가야 한다"며 "미래 모빌리티, 항공우주, 그린수소 에너지, 디지털 금융 솔루션 등 신규 사업에서도 세계를 상대로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해 달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린수소를 담당하고 있는 중심축은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사장이 대표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선 한화솔루션이다. 한화솔루션은 수전해 기술 연구 강화를 위해 연초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 수전해기술개발팀을 수소기술연구센터로 키웠다. 아울러 정훈택 미국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LANL) 수석연구원을 수소기술연구센터장으로 전격 영입하는 등 수소기술 확보를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한화는 최근 생산에서 저장, 충전, 발전에 이르기까지 수소 산업 생태계의 전 과정에 참여하는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 로드맵을 내놨다. 한화의 강점인 태양광을 활용해 탄소 배출 없이 '그린수소'를 만드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이를 위해 한화솔루션 수소기술연구센터는 전력 소모가 많은 기존 수전해 기술의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 기술(AEMEC)'을 개발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신재생에너지 전력과 수전해 기술을 기반으로 한 그린수소의 공급부터 압축, 운송, 충전 발전 및 활용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을 이미 갖춰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암모니아를 활용한 수소 생산·공급 시설 구축에도 나섰다. 최근 ㈜한화는 한화임팩트(옛 한화종합화학), 원익머트리얼즈, 원익홀딩스와 함께 암모니아를 기반으로 한 수소 생산·공급에 협력해 나가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MOU에 따라 4개사는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추후 대규모 수소 생산·공급시설의 구축까지 함께 협력해나간다. 암모니아의 경우 부피당 수소를 저장하는 밀도가 액화수소보다 높아 수소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존 액화 암모니아 운송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경제적이다. 한화솔루션 첨단소재 부문은 탄소섬유를 활용한 수소저장 탱크 사업을 준비 중이다. 유럽연합(EU)과 국내에서 각각 차량 및 드론용 수소저장 탱크 인증을 완료했고 2019년 12월 일본 태광후지킨의 수소탱크 사업 인수, 2020년 12월에는 미국 시마론 인수로 소형부터 대용량까지 다양한 수소탱크 생산기술을 확보했다. 한화는 신재생에너지의 큰 축인 차세대 태양광 부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의 태양광 셀·모듈 판매사업에서 벗어나 태양광 발전소를 개발·건설·운영하는 태양광발전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이하 한화큐셀)은 최근 미국 텍사스주 북동쪽에 자리한 패닌 카운티에 168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했다. 168MW는 국내 기준 약 23만8000명이 연간 가정용으로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발전소는 한화큐셀이 직접 운영한다. 이번 발전소 준공으로 한화큐셀은 미국에서 100MW 이상 발전소를 추가 확보하게 됐다. 한화큐셀은 지난 2018년 텍사스 내 최대인 235MW 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했다. 한화큐셀은 지난달 20일 독일 태양광 모듈 제조사와 태양광 셀 특허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독일 제조사는 한화큐셀의 특허 기술 사용 및 해당 기술이 적용된 태양광 모듈의 생산, 판매 권한을 획득하게 된다. 이번 계약으로 한화큐셀은 태양광 셀 기술에서 선도적 지위를 굳히고 경쟁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해외 제조사로부터 특허 유효성과 기술 우수성을 인정받는 선례를 만들었다. 한화큐셀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수의 검증기관으로부터 품질 우수성을 인정받아왔다. 글로벌 태양광 전문 검증기관 피브이이엘이 실시하는 '태양광 모듈 신뢰성 평가'에서 6년 연속 '톱 퍼포머'로 선정됐다. 지난해 말에는 세계적 검증기관인 독일 티유브이 라인란드의 신규 태양광 모듈 품질 평가에서 업계 최초로 인증을 획득했다. ■ 차세대 먹거리, 항공우주 산업은 누리호를 타고 날아간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우주항공 산업에 진출한 곳은 한화가 유일하다. 한국 기술로 만든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1차 발사일이 오는 21일로 확정되면서 사업에 참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우주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누리호 개발에 따른 경제유발 효과가 약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에 사용되는 총 6기의 엔진을 납품했다. 누리호는 길이 47.2m, 무게 200톤의 3단형 우주발사체로 설계됐다. 1단 로켓은 75톤급 액체엔진 4기를 묶어 300톤급 추력을 내고 2단은 75톤급 액체엔진 1기, 3단은 7톤급 액체엔진 1기가 장착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세계에서 7번째로 75톤급 엔진 개발·생산에 성공했다. 각 로켓의 비행제어 및 자세제어시스템과 엔진 공급계 밸브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아직 이익이 발생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우주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인공위성 전문업체인 쎄트렉아이 지분 30%를 사들이기로 하는 등 우주 사업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시스템도 위성 탑재체인 영상레이더(SAR)와 위성 안테나 등 위성 사업과 도심 에어택시 등 신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엔 ‘우주인터넷’ 기업 원웹에 3억달러(약 3527억원)를 투자해 이사회에 합류했다. 여기에도 김 사장이 활약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직을 겸임하면서 우주항공 사업도 직접 진두지휘하게 됐다. 같은 달 출범한 한화그룹의 우주항공산업 전담조직인 '스페이스 허브' 팀장도 맡았다. 스페이스 허브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 쎄트렉아이 전문 인력들이 참여한다. 발사체, 위성 등 제작 분야와 통신, 지구 관측, 에너지 등 서비스 분야로 나눠 연구·투자에 집중하고 해당 분야 인재도 영입한다. 김 회장은 우주 사업 등 신사업들이 대규모 장기 투자가 필요한 어려운 길임에도 누군가는 해야한다는 사명감으로 과감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8월 취임 40주년을 맞아 사내방송을 통해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현재 69년을 넘어) 100년 기업 한화를 향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김 회장의 눈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가장 잘 표현한 어구라는 평가다.

[총수들의 미래전략] ③'승부사' 김승연의 한화, 수소와 태양광 달고 우주 정조준

장원주 기자 승인 2021.10.16 17:07 | 최종 수정 2021.10.18 08:47 의견 0

재계는 2~3세 경영이 안착화하면서 미래 먹거리 창출에 고심하고 있다. 과거 1세대 경영인들이 사업 영역을 무분별하게 '문어발' 식으로 확장했다면 현 총수들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새로운 영역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청출어람청어람'이다. -편집자 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승부사'로 통한다. 평소에는 조용한 듯 지내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굵직한 인수합병(M&A)를 이뤄내며 그룹의 외연을 내실 있게 확장해내는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과거 전력'으로 인한 취업제한이 풀리면서 경영 일선에 복귀한 김 회장은 '승부사'라는 명성에 걸맞게 한화의 미래를 향한 큰 밑그림을 하나씩 완성해가고 있다. 김 회장이 그려나가는 한화의 청사진에 재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그린수소와 태양광 셀 양 날개로 신재생에너지 시장 공략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혁신의 속도를 높여 K방산, K에너지, K금융 등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나아가야 한다"며 "미래 모빌리티, 항공우주, 그린수소 에너지, 디지털 금융 솔루션 등 신규 사업에서도 세계를 상대로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해 달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린수소를 담당하고 있는 중심축은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사장이 대표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선 한화솔루션이다. 한화솔루션은 수전해 기술 연구 강화를 위해 연초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 수전해기술개발팀을 수소기술연구센터로 키웠다. 아울러 정훈택 미국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LANL) 수석연구원을 수소기술연구센터장으로 전격 영입하는 등 수소기술 확보를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한화는 최근 생산에서 저장, 충전, 발전에 이르기까지 수소 산업 생태계의 전 과정에 참여하는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 로드맵을 내놨다. 한화의 강점인 태양광을 활용해 탄소 배출 없이 '그린수소'를 만드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이를 위해 한화솔루션 수소기술연구센터는 전력 소모가 많은 기존 수전해 기술의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 기술(AEMEC)'을 개발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신재생에너지 전력과 수전해 기술을 기반으로 한 그린수소의 공급부터 압축, 운송, 충전 발전 및 활용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을 이미 갖춰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암모니아를 활용한 수소 생산·공급 시설 구축에도 나섰다.

최근 ㈜한화는 한화임팩트(옛 한화종합화학), 원익머트리얼즈, 원익홀딩스와 함께 암모니아를 기반으로 한 수소 생산·공급에 협력해 나가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MOU에 따라 4개사는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추후 대규모 수소 생산·공급시설의 구축까지 함께 협력해나간다.

암모니아의 경우 부피당 수소를 저장하는 밀도가 액화수소보다 높아 수소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존 액화 암모니아 운송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경제적이다.

한화솔루션 첨단소재 부문은 탄소섬유를 활용한 수소저장 탱크 사업을 준비 중이다. 유럽연합(EU)과 국내에서 각각 차량 및 드론용 수소저장 탱크 인증을 완료했고 2019년 12월 일본 태광후지킨의 수소탱크 사업 인수, 2020년 12월에는 미국 시마론 인수로 소형부터 대용량까지 다양한 수소탱크 생산기술을 확보했다.

한화는 신재생에너지의 큰 축인 차세대 태양광 부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의 태양광 셀·모듈 판매사업에서 벗어나 태양광 발전소를 개발·건설·운영하는 태양광발전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이하 한화큐셀)은 최근 미국 텍사스주 북동쪽에 자리한 패닌 카운티에 168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했다. 168MW는 국내 기준 약 23만8000명이 연간 가정용으로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발전소는 한화큐셀이 직접 운영한다.
이번 발전소 준공으로 한화큐셀은 미국에서 100MW 이상 발전소를 추가 확보하게 됐다. 한화큐셀은 지난 2018년 텍사스 내 최대인 235MW 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했다.

한화큐셀은 지난달 20일 독일 태양광 모듈 제조사와 태양광 셀 특허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독일 제조사는 한화큐셀의 특허 기술 사용 및 해당 기술이 적용된 태양광 모듈의 생산, 판매 권한을 획득하게 된다. 이번 계약으로 한화큐셀은 태양광 셀 기술에서 선도적 지위를 굳히고 경쟁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해외 제조사로부터 특허 유효성과 기술 우수성을 인정받는 선례를 만들었다.

한화큐셀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수의 검증기관으로부터 품질 우수성을 인정받아왔다. 글로벌 태양광 전문 검증기관 피브이이엘이 실시하는 '태양광 모듈 신뢰성 평가'에서 6년 연속 '톱 퍼포머'로 선정됐다. 지난해 말에는 세계적 검증기관인 독일 티유브이 라인란드의 신규 태양광 모듈 품질 평가에서 업계 최초로 인증을 획득했다.

■ 차세대 먹거리, 항공우주 산업은 누리호를 타고 날아간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우주항공 산업에 진출한 곳은 한화가 유일하다.

한국 기술로 만든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1차 발사일이 오는 21일로 확정되면서 사업에 참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우주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누리호 개발에 따른 경제유발 효과가 약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에 사용되는 총 6기의 엔진을 납품했다. 누리호는 길이 47.2m, 무게 200톤의 3단형 우주발사체로 설계됐다. 1단 로켓은 75톤급 액체엔진 4기를 묶어 300톤급 추력을 내고 2단은 75톤급 액체엔진 1기, 3단은 7톤급 액체엔진 1기가 장착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세계에서 7번째로 75톤급 엔진 개발·생산에 성공했다. 각 로켓의 비행제어 및 자세제어시스템과 엔진 공급계 밸브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아직 이익이 발생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우주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인공위성 전문업체인 쎄트렉아이 지분 30%를 사들이기로 하는 등 우주 사업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시스템도 위성 탑재체인 영상레이더(SAR)와 위성 안테나 등 위성 사업과 도심 에어택시 등 신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엔 ‘우주인터넷’ 기업 원웹에 3억달러(약 3527억원)를 투자해 이사회에 합류했다.

여기에도 김 사장이 활약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직을 겸임하면서 우주항공 사업도 직접 진두지휘하게 됐다. 같은 달 출범한 한화그룹의 우주항공산업 전담조직인 '스페이스 허브' 팀장도 맡았다. 스페이스 허브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 쎄트렉아이 전문 인력들이 참여한다. 발사체, 위성 등 제작 분야와 통신, 지구 관측, 에너지 등 서비스 분야로 나눠 연구·투자에 집중하고 해당 분야 인재도 영입한다.

김 회장은 우주 사업 등 신사업들이 대규모 장기 투자가 필요한 어려운 길임에도 누군가는 해야한다는 사명감으로 과감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8월 취임 40주년을 맞아 사내방송을 통해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현재 69년을 넘어) 100년 기업 한화를 향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김 회장의 눈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가장 잘 표현한 어구라는 평가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