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생활경제부장 가까이 하기도 어렵고 멀리 하기도 어려운 관계 상대를 가리켜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고 하지요. 친구는 친구인데 썩 좋지 않은 일에 관여하는 친구 또는 친척 가운데 늘 말썽을 달고 다니는 친척에 대해 쓰기에 적절한 표현입니다. 한 마디로 너무 가까이해서 좋을 것 없다는 얘기죠. 그렇다면 공인과 유명인으로 옮겨가보겠습니다. 이를테면 정치인, 공무원, 기업가, 연예인들은 이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을 상기해야 하겠지요. 신분과 지위 탓에 늘 호의적이고, 필요이상으로 가까이 오는 이들에게 빙 둘러싸여 있을테니까요. 최근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을 보면서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부쩍 많네요. 그러게 왜 기업가가 SNS 같은 것을 해서 화를 부르냐는 지적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룹을 위해서, 사업을 위해서 기업가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는 훈수인 셈이죠. 정 부회장의 SNS를 보면요, 일반인들이 엿볼 수 없었던 재벌의 라이프 스타일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바깥에서 한 없이 멀어 보이는 기업가지만 집에서는 어쩔 수 없는 아빠더군요. 직접 요리를 하면서 취미 생활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골프를 배우는 정 부회장을 보면요 골퍼들도 힘을 얻어요. 재벌가에서 나고 자란 정 부회장도 드라이버와 퍼터 앞에서는 우리와 다를 바 없이 공평하니까요. 이토록 정겨워서, 심리적 거리감이 좁혀져서 정 부회장에게 붙은 별명이 있지 않습니까? 바로 ‘용진이 형’입니다. 언제 재벌가 부회장을 형이라고 불러보겠습니까. 호칭은 참으로 신기해서 정 부회장과 신세계 관련 부정적 기사 한 번 보십시오. 정 부회장 옹호 댓글이 쏟아집니다. 흡사 진짜 옆집 형 같아서, 진짜 내 형 같아서 편을 드는 것이겠지요. 그런 그가 ‘멸공’이라는 단어 하나에 그야말로 폭격을 맞고 있습니다. 정 부회장을 팔로우하고 있는 입장에서 애초 ‘멸공’이라는 단어, 그렇게 심각하고 진지하게 올린 게시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아재’라는 단어를 쓸 때, ‘옛날 사람’이라고 선배들을 놀릴 때 아재와 옛날 사람에 비아냥을 묻혀 뾰족하게 공격하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최초 정 부회장 게시물에 ‘멸공’이라는 단어가 올라왔을 때도 그랬어요. 뭐 진지하게 공산당을 때려 잡자거나 배척하자는 의미 아니었습니다. 그냥 옛날사람 티내면서 가볍게 올린 재치였지요. 근데 이게 신세계 계열사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네요. ‘멸공’을 정치적으로 해석해서 이때다 싶은 야권 인사들이 이를 각각 자신의 SNS를 통해 패러디를 하면서 논란이 시작되었지요? 이것을 본 유권자들은 또 편을 갈라 여권을 공격한다면서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고요. 지금이 어떤 때입니까. 제 20대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두고 있는 때이지 않습니까. 하필 이런 때에 웬만한 인플루언서 코를 납작하게 눌러줄 만큼 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기업가의 피드를 활용해 상대당을 깎아 내리자는 의도가 명백히 보였어요. 그러니 또 언론은 가만히 있겠습니까? 연일 ‘멸공’ 관련 기사가 쏟아졌지요. 이준석 국민의 힘 국민의 힘 대표가 그러더군요. 멸공을 패더리디하는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익살로 봐주세요”라고요. 맞습니다. 정 부회장이야 말로 ‘익살’이었어요. 그런 그의 게시물을 정치인들이 선거에 이용하면서 익살이 더 이상 익살이 아닌 게 되어 버렸지만요. 우리 국민들 수준 어떤가요? 아직도 정치인들의 철 지난 색깔론에 휘둘리는 정도는 아닙니다. 제20대 대통령 후보들의 행보만 봐도 알 수 있어요. 그 어느 때 보다 네거티브한 발언들을 자제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는 상대 후보를 비난하고 깎아 내리는 것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피력해야 할 때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 만큼 국민들 수준 높아졌어요. 그런데 기업가의 부린 익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정치인들에게 휘둘려 하물며 불매운동이라니요. 진짜 불매운동에 나서야 하는 일들 너무나 많습니다. 국민들이 똘똘 뭉쳐서, 소비자들이 하나가 돼서 “우리를 호구로 보지 말아라”라고 외칠 기업들 많아요. 지금 신세계그룹에 대고 당신은 공산당을 멸하자고 했으니 당신네 물건은 사지 않겠다고 윽박지를 때가 아니란 말입니다. 익살은 익살로 받아들이고 ‘허허~’ 웃고 지나갈 여유 정도는 갖고 살자고요.

[데스크칼럼]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지만…‘익살’없는 정치권과 언론들

박진희 기자 승인 2022.01.11 13:16 | 최종 수정 2022.01.11 13:19 의견 0
박진희 생활경제부장


가까이 하기도 어렵고 멀리 하기도 어려운 관계 상대를 가리켜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고 하지요. 친구는 친구인데 썩 좋지 않은 일에 관여하는 친구 또는 친척 가운데 늘 말썽을 달고 다니는 친척에 대해 쓰기에 적절한 표현입니다. 한 마디로 너무 가까이해서 좋을 것 없다는 얘기죠.

그렇다면 공인과 유명인으로 옮겨가보겠습니다. 이를테면 정치인, 공무원, 기업가, 연예인들은 이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을 상기해야 하겠지요. 신분과 지위 탓에 늘 호의적이고, 필요이상으로 가까이 오는 이들에게 빙 둘러싸여 있을테니까요.

최근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을 보면서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부쩍 많네요. 그러게 왜 기업가가 SNS 같은 것을 해서 화를 부르냐는 지적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룹을 위해서, 사업을 위해서 기업가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는 훈수인 셈이죠.

정 부회장의 SNS를 보면요, 일반인들이 엿볼 수 없었던 재벌의 라이프 스타일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바깥에서 한 없이 멀어 보이는 기업가지만 집에서는 어쩔 수 없는 아빠더군요. 직접 요리를 하면서 취미 생활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골프를 배우는 정 부회장을 보면요 골퍼들도 힘을 얻어요. 재벌가에서 나고 자란 정 부회장도 드라이버와 퍼터 앞에서는 우리와 다를 바 없이 공평하니까요.

이토록 정겨워서, 심리적 거리감이 좁혀져서 정 부회장에게 붙은 별명이 있지 않습니까? 바로 ‘용진이 형’입니다. 언제 재벌가 부회장을 형이라고 불러보겠습니까. 호칭은 참으로 신기해서 정 부회장과 신세계 관련 부정적 기사 한 번 보십시오. 정 부회장 옹호 댓글이 쏟아집니다. 흡사 진짜 옆집 형 같아서, 진짜 내 형 같아서 편을 드는 것이겠지요.

그런 그가 ‘멸공’이라는 단어 하나에 그야말로 폭격을 맞고 있습니다. 정 부회장을 팔로우하고 있는 입장에서 애초 ‘멸공’이라는 단어, 그렇게 심각하고 진지하게 올린 게시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아재’라는 단어를 쓸 때, ‘옛날 사람’이라고 선배들을 놀릴 때 아재와 옛날 사람에 비아냥을 묻혀 뾰족하게 공격하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최초 정 부회장 게시물에 ‘멸공’이라는 단어가 올라왔을 때도 그랬어요. 뭐 진지하게 공산당을 때려 잡자거나 배척하자는 의미 아니었습니다. 그냥 옛날사람 티내면서 가볍게 올린 재치였지요.

근데 이게 신세계 계열사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네요. ‘멸공’을 정치적으로 해석해서 이때다 싶은 야권 인사들이 이를 각각 자신의 SNS를 통해 패러디를 하면서 논란이 시작되었지요? 이것을 본 유권자들은 또 편을 갈라 여권을 공격한다면서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고요. 지금이 어떤 때입니까. 제 20대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두고 있는 때이지 않습니까. 하필 이런 때에 웬만한 인플루언서 코를 납작하게 눌러줄 만큼 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기업가의 피드를 활용해 상대당을 깎아 내리자는 의도가 명백히 보였어요. 그러니 또 언론은 가만히 있겠습니까? 연일 ‘멸공’ 관련 기사가 쏟아졌지요.

이준석 국민의 힘 국민의 힘 대표가 그러더군요. 멸공을 패더리디하는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익살로 봐주세요”라고요. 맞습니다. 정 부회장이야 말로 ‘익살’이었어요. 그런 그의 게시물을 정치인들이 선거에 이용하면서 익살이 더 이상 익살이 아닌 게 되어 버렸지만요.

우리 국민들 수준 어떤가요? 아직도 정치인들의 철 지난 색깔론에 휘둘리는 정도는 아닙니다. 제20대 대통령 후보들의 행보만 봐도 알 수 있어요. 그 어느 때 보다 네거티브한 발언들을 자제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제는 상대 후보를 비난하고 깎아 내리는 것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피력해야 할 때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 만큼 국민들 수준 높아졌어요.

그런데 기업가의 부린 익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정치인들에게 휘둘려 하물며 불매운동이라니요. 진짜 불매운동에 나서야 하는 일들 너무나 많습니다. 국민들이 똘똘 뭉쳐서, 소비자들이 하나가 돼서 “우리를 호구로 보지 말아라”라고 외칠 기업들 많아요. 지금 신세계그룹에 대고 당신은 공산당을 멸하자고 했으니 당신네 물건은 사지 않겠다고 윽박지를 때가 아니란 말입니다.

익살은 익살로 받아들이고 ‘허허~’ 웃고 지나갈 여유 정도는 갖고 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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