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민 편집국장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자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가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그를 비롯한 8명의 임원이 회사에서 스톡옵션으로 받은 44만993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한 번에 처분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분을 처분한 날은 상장한 지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고, 코스피200 지수 편입된 날이었다.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알고 경영에 책임을 지는 경영진이 호재에 맞춰 지분을 팔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들의 매도 전후로 카카오페이와 카카오 계열사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통상 대주주나 경영진의 자사주 매도는 주가 하락 신호로 여겨진다. 회사의 현재 상황과 전망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이 택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주주와 경영진도 주식을 팔아야하는 이유가 있다. 이들에게 주식을 절대 팔아선 안된다고 강요할 수는 없다. 지난해말 전세계 증시를 놀라게했던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사례를 보면 시사하는 바가 있다. 머스크는 지난해 11월초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지분 10%를 팔아도 되는지 묻는 질문을 올렸다. 스톡옵션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1700만주 정도였다. 그리고 바로 매각을 시작했다. 매각이 시작되자 주가는 수직낙하했다. 사상 최고가인 1243달러를 넘었던 주가는 900달러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테슬라 주가 챠트(자료=네이버) 국내외를 막론하고 테슬라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머스크를 향해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난을 쏟아냈다. 최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의 갑작스런 지분 매도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말까지 2개월간 총 1560만주를 팔아 약 164억달러(약 19조 4500억원)를 현금화했다. 머스크는 “지분 10% 매각 목표에 근접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머스크의 매도 물량이 거의 다 나왔다는 보도 이후 테슬라 주가는 새해 벽두부터 10% 넘게 폭등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만료되는 스톡옵션이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주식을 팔아야 했다"면서 "테슬라 주가가 10% 이상 오르도록 하기 위해 추가로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6.24달러(약 7441원)에 테슬라 주식 2300만주를 인수할 권리(스톡옵션)가 있다. 순자산이 2760억달러(약 329조원)로 평가되는 머스크는 올해 110억달러(약 13조 1000억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일론 머스크에겐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세금 납부라는 자사주 매각의 필요성이 있었다. 류 대표는 카카오 경영을 맡게 되면서 '자회사와의 이해관계 상충' 등을 이유로 카카오페이 주식을 매도했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서 IPO(상장)까지 성공한 이들은 물론이고 대기업의 대주주나 임원들이라도 주식을 팔아야할 이유는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이 타계한 후 삼성그룹 오너 일가는 12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신고하며 이를 납부하기 위해 보유 지분을 팔아야했다. 문제는 매각할 때 투자자와 시장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한다는 생각이다. 투자자들과 소통을 통해 신뢰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오너 일가처럼 처분을 위한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공시를 하는 방법이 있다. 직접 매각하더라도 공시를 비롯한 여러 방법으로 투자자들에게 미리 알려야한다는 얘기다. 법이나 제도로 정비되는 것도 괜찮겠다. 대주주나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도해야할 때는 매도 기간과 한도를 정하는 것이다. 문형민 편집국장

[데스크 칼럼] 대주주·경영진 자사주 매각에도 예의 있어야

문형민 기자 승인 2022.01.12 15:36 | 최종 수정 2022.01.12 15:41 의견 1
문형민 편집국장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자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가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그를 비롯한 8명의 임원이 회사에서 스톡옵션으로 받은 44만993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한 번에 처분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분을 처분한 날은 상장한 지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고, 코스피200 지수 편입된 날이었다.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알고 경영에 책임을 지는 경영진이 호재에 맞춰 지분을 팔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들의 매도 전후로 카카오페이와 카카오 계열사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통상 대주주나 경영진의 자사주 매도는 주가 하락 신호로 여겨진다. 회사의 현재 상황과 전망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이 택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주주와 경영진도 주식을 팔아야하는 이유가 있다. 이들에게 주식을 절대 팔아선 안된다고 강요할 수는 없다.

지난해말 전세계 증시를 놀라게했던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사례를 보면 시사하는 바가 있다.

머스크는 지난해 11월초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지분 10%를 팔아도 되는지 묻는 질문을 올렸다. 스톡옵션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1700만주 정도였다. 그리고 바로 매각을 시작했다. 매각이 시작되자 주가는 수직낙하했다. 사상 최고가인 1243달러를 넘었던 주가는 900달러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테슬라 주가 챠트(자료=네이버)


국내외를 막론하고 테슬라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머스크를 향해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난을 쏟아냈다. 최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의 갑작스런 지분 매도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말까지 2개월간 총 1560만주를 팔아 약 164억달러(약 19조 4500억원)를 현금화했다.

머스크는 “지분 10% 매각 목표에 근접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머스크의 매도 물량이 거의 다 나왔다는 보도 이후 테슬라 주가는 새해 벽두부터 10% 넘게 폭등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만료되는 스톡옵션이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주식을 팔아야 했다"면서 "테슬라 주가가 10% 이상 오르도록 하기 위해 추가로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6.24달러(약 7441원)에 테슬라 주식 2300만주를 인수할 권리(스톡옵션)가 있다. 순자산이 2760억달러(약 329조원)로 평가되는 머스크는 올해 110억달러(약 13조 1000억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일론 머스크에겐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세금 납부라는 자사주 매각의 필요성이 있었다. 류 대표는 카카오 경영을 맡게 되면서 '자회사와의 이해관계 상충' 등을 이유로 카카오페이 주식을 매도했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서 IPO(상장)까지 성공한 이들은 물론이고 대기업의 대주주나 임원들이라도 주식을 팔아야할 이유는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이 타계한 후 삼성그룹 오너 일가는 12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신고하며 이를 납부하기 위해 보유 지분을 팔아야했다.

문제는 매각할 때 투자자와 시장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한다는 생각이다. 투자자들과 소통을 통해 신뢰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오너 일가처럼 처분을 위한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공시를 하는 방법이 있다. 직접 매각하더라도 공시를 비롯한 여러 방법으로 투자자들에게 미리 알려야한다는 얘기다.

법이나 제도로 정비되는 것도 괜찮겠다. 대주주나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도해야할 때는 매도 기간과 한도를 정하는 것이다.

문형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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