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의 카드 결제율이 떨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나서서 보험료에 대한 카드 결제를 독려하고 있음에도 결제율이 떨어지고 있다. 보험사와 카드사간 수수료 문제로 인한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없어서다. 결국 보험 가입자들만 불편한 현금 결제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보험료 전체 신용카드납 지수는 생명보험사 11.3%, 손해보험사 17.1% 수준이다. 신용카드납 지수는 전체 수입보험료에서 카드 결제 수입보험료의 비중을 수치화한 것으로 이 비중이 높을수록 카드로 보험료를 낸 고객이 많다는 의미다.
보험사별로는 ▲삼성생명 0.5% ▲ABL생명 0.3% ▲미래에셋생명 6.6% ▲신한라이프 18.3% ▲KB생명 25.7% ▲하나생명 8.3% ▲NH농협생명 4.1% 순이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생보사보다는 다소 높은 편이다. 순위별로 보면 ▲삼성화재 17.9% ▲DB손해보험 16.9% ▲메리츠화재 16.5% ▲KB손해보험 15.8% ▲흥국화재 15.3% ▲현대해상 13.3% ▲농협손해보험 9.3% 등이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등을 비롯해 푸르덴셜생명, IBK연금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 등은 카드납부를 아예 받지 않고 있다.
카드 결제율은 대형 보험사보다는 중소 보험사가 높았고 온라인 판매가 활발한 보험사들이 높았다. 또한 자동차보험을 많이 판매하는 손해보험사가 생명보험사에 비해 카드 결제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8년 4월부터 카드 결제율을 높이기 위해 신용카드납 지수를 도입했다. 하지만 보험사와 카드사가 수수료 문제를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
보험사는 현재 2%대로 책정된 수수료율이 너무 높다는 입장이다. 대체로 장기간 가입하는 보험업 특성상 보험료 납부를 카드로 할 경우 카드 수수료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A보험사 관계자는 “생명보험의 경우 대부분 10년 이상 가입을 하는 데 이를 카드로 결제하면 수수료를 계속 낼 수밖에 없어 부담이 크다”며 “이익을 내야 하는 사업 구조상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B보험사 관계자는 “보험계약을 카드로 받으면 신용카드사와 소비자에게 수수료와 이자를 이중으로 지급해야 한다”며 “수수료를 현재와 같이 유지하며 카드 납부만 확대하면 보험사의 손해만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카드 수수료율이 적격비용 등 기준에 따라 산출되는데 이를 무시하고 보험사만 낮춰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업계도 어려운 상황인데 수수료를 낮추는 것은 결국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이라며 “결국 어쩔 수 없이 보험료 카드 결제를 방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러한 대립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건 소비자들이다. 최근 카드 결제 이용률은 크게 늘어났지만 보험료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연체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는 신용카드를 이용한 보험료 납부 의무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연이어 발의하는 등 노력 중이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