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파행 위기를 맞았다. 시공단과 조합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둔촌주공의 재건축 역사와 현재 상황 그리고 향후 전망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둔촌주공 전경 (사진=현대건설)
둔촌주공아파트는 지난 1979년 서울시 강동구 둔촌 1동에 준공됐다. 당시 강남 개발과 함께 인근 지역에 베드타운 조성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렇게 해서 잠실주공과 함께 탄생한 대규모 주거 단지다.
143개동에 총 5930세대가 거주한 둔촌주공 아파트는 2003년부터 재건축 사업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재건축 추진위원회의 설립 인가가 이뤄진 것도 그 해다. 2006년에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준공 이후 30년이 넘은 시점인 2009년 12월에는 조합 설립을 인가 받았으며 이듬해 시공사 선정에 나섰다.
국내 최대 면적 재건축 단지였던만큼 관심이 쏟아졌다. 초기에 계획된 정비계획(안)은 9090가구를 새로 짓는 사업이었다. 이후 2017년 재건축 계획이 확정되고 임대 아파트 1046가구를 포함해 총 1만2032세대의 전례없는 규모의 아파트 단지 조성이 이뤄지게 됐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시공사를 찾아나서는 과정에서는 잡음도 적지 않았다.
초기 시공사 선정이 두 번이나 무산되기도 했으며 GS건설과 삼성물산, 대림산업(현 DL이앤씨)를 아예 입찰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둔촌주공 재건축사업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조합원 89명이 '시공사선정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비대위는 특정 건설사를 배제한 지명경쟁 입찰은 조합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동부지방법원이 일부 조합원이 제기한 해당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시공사 선정이 예정대로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에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삼성물산은 사업 참여를 포기하게 됐다.
현대건설사업단(현대건설·대우건설·HDC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과 금호건설·경남기업 컨소시엄, 스위트사업단(한양·벽산건설 컨소시엄)이 경합을 벌인 끝에 최종적으로 현대건설사업단이 시공권을 확보했다.
시공사 선정 이후로도 일부 조합원은 임시 총회 자체를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에서는 총회 과정의 적법성을 인정했다. 현대건설사업단의 시공사 지위가 공고해졌다.
시공사 선정까지 끝마쳤으나 사업은 계속 삐걱거렸다. 철거 예정 시기를 2013년으로 잡았으나 조합장과 조합원은 물론 시공사와도 다툼이 잦아지면서 2016년까지 사업이 지연됐다.
그해 공정위가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입찰 과정에서 경쟁업체를 ‘들러리’로 세워 입찰에 참여했다는 혐의로 지난달부터 컨소시엄 주관사인 현대건설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건설사와 조합 갈등도 있었다. 무상지분율 164%를 약속한 현대건설 사업단은 조합과 마찰 끝에 150%로 매듭을 짓기도 했다.
2017년 7월부터는 재건축을 위한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됐다. 당시 강일동 주민센터 등에 따르면 2018년 1월 5일까지 둔촌주공 주민들의 이주율이 95.2%를 기록하는 등 비치적거리면서도 사업은 진행됐다.
그러나 이후 사업 파열음은 그 어느때보다 커졌다. 분양가 산정과 공사비 증액 등을 놓고 시공단과 조합의 갈등이 노출되면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시 둔촌주공은 워낙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업지다"라며 "워낙 규모가 크다보니 조합원이 같은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웠던 게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