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파행 위기를 맞았다. 시공단과 조합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둔촌주공의 재건축 역사와 현재 상황 그리고 향후 전망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둔촌주공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현장 (사진=정지수 기자)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에서 칼자루는 결국 조합이 쥐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조합이 기존 현대건설 시공사업단과 계약 해지를 선택할 수도 있고 공사비 증액 계약을 인정하고 사업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에서 어쨌든 갑의 위치에 있는 건 조합이다"라며 "다만 계약 해지에 대한 책임이 누군가에게 있는지 따져야 하고 조합에 책임이 있다고 하면 조합원들의 피해가 큰 만큼 쉽게 계약해지를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 정비사업 코디네이터 활동보고서에 따르면 코디네이터팀의 법률적 판단은 시공사업단의 손을 들어줬다. 코디네이터팀은 지난 2019년 총회에서 '공사계약의 변경의 건'이 의결되면서 조합의 의사가 결정됐고 전임 조합장이 이를 집행한 것에 대해 대표권 남용이나 업무상 배임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봤다. 서울시는 코디네이터팀의 의견 등을 종합해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나서기도 했으나 양 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양 측이 입장을 좁히지 못하자 서울시 코디네이터팀은 조합에게 시공단을 상대로 변경계약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할 것을 제안했다. 공사비 논란에 대해 사법부 판단에 따르고 이와 별도로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 그러나 조합은 지난달 21일 소송 제기는 물론 오는 15일부터 10일 이상 시공사업단이 공사를 중단할 경우 별도의 총회를 열고 계약을 해지 하겠다는 강수를 뒀다. 조합 관계자는 "실제 공사 중단 시 재개에 대한 기약없이 시공사의 결정만 기다리며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가게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 실제 계약 해지 이뤄지면 소송전 격화에 사업 장기 표류 가능성 부동산 업계에서는 둔촌주공 일반 분양이 아무리 빠르더라도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 상반기에나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초 지난 2020년 4월에 일반분양이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2년 넘게 미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공사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일반 분양가를 확정할 수 없다. 조합이 시공사업단과 계약해지 대신 공사비 증액 계약을 인정하고 극적으로 타협하더라도 택지조성비 결정 등 분양가 확정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계약해지를 결정하고 새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건설 시공사업단은 공사중단 이후 계약해지가 이뤄진다면 매몰비용에 대한 청구는 물론 각종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법률적 검토에도 들어갈 전망이다. 사업시공단은 그동안 투입한 공사비와 조합에 빌려준 대여금 등 각종 비용이 2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계약해지에 따른 각종 손해배상 소송으로 인한 비용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합 측은 계약해지가 이뤄진다면 공사 중단에 따른 책임이 사업시공단에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 정비사업 전문 변호사는 "계약 해지에 대한 귀책 사유는 표면적으로 공사 중단이지만 공사 중단의 배경에 결국 공사비 증액 계약이 있다"라며 "이와 관련한 총회가 적법한 절차로 이뤄졌는지, 총회에서는 공사비 증액에 대한 조합원들에게 정확하게 고지가 됐는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이 새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리스크가 적지 않은 사업지로 낙인이 찍힌 상황에서 사업에 선뜻 나설 대형건설사를 찾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사업이 장기 표류 할 우려가 높다. 결국 분양일과 입주일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조합원의 피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조합원이 대여한 이주비도 1조2800억원 규모로 시공사업단이 사업비를 통해 이주비 이자를 해결하고 있다. 공사 중단이 이뤄진다면 조합원은 최악의 경우 이를 일시에 감당해야 한다. 시공사업단 측도 조합원의 피해에 대해 우려하는 상황이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제대로 설명조차 해주지 않으니까 공사중단 관련 설명회를 사업단 쪽에서 해야만 하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재건축]③<미래> 갈림길에 선 조합, 사업 지연은 불가피

정지수 기자 승인 2022.04.12 14:46 | 최종 수정 2022.04.12 15:12 의견 0

국내 최대 규모의 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파행 위기를 맞았다. 시공단과 조합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둔촌주공의 재건축 역사와 현재 상황 그리고 향후 전망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둔촌주공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현장 (사진=정지수 기자)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에서 칼자루는 결국 조합이 쥐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조합이 기존 현대건설 시공사업단과 계약 해지를 선택할 수도 있고 공사비 증액 계약을 인정하고 사업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에서 어쨌든 갑의 위치에 있는 건 조합이다"라며 "다만 계약 해지에 대한 책임이 누군가에게 있는지 따져야 하고 조합에 책임이 있다고 하면 조합원들의 피해가 큰 만큼 쉽게 계약해지를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 정비사업 코디네이터 활동보고서에 따르면 코디네이터팀의 법률적 판단은 시공사업단의 손을 들어줬다.

코디네이터팀은 지난 2019년 총회에서 '공사계약의 변경의 건'이 의결되면서 조합의 의사가 결정됐고 전임 조합장이 이를 집행한 것에 대해 대표권 남용이나 업무상 배임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봤다.

서울시는 코디네이터팀의 의견 등을 종합해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나서기도 했으나 양 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양 측이 입장을 좁히지 못하자 서울시 코디네이터팀은 조합에게 시공단을 상대로 변경계약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할 것을 제안했다. 공사비 논란에 대해 사법부 판단에 따르고 이와 별도로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

그러나 조합은 지난달 21일 소송 제기는 물론 오는 15일부터 10일 이상 시공사업단이 공사를 중단할 경우 별도의 총회를 열고 계약을 해지 하겠다는 강수를 뒀다.

조합 관계자는 "실제 공사 중단 시 재개에 대한 기약없이 시공사의 결정만 기다리며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가게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 실제 계약 해지 이뤄지면 소송전 격화에 사업 장기 표류 가능성

부동산 업계에서는 둔촌주공 일반 분양이 아무리 빠르더라도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 상반기에나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초 지난 2020년 4월에 일반분양이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2년 넘게 미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공사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일반 분양가를 확정할 수 없다.

조합이 시공사업단과 계약해지 대신 공사비 증액 계약을 인정하고 극적으로 타협하더라도 택지조성비 결정 등 분양가 확정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계약해지를 결정하고 새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건설 시공사업단은 공사중단 이후 계약해지가 이뤄진다면 매몰비용에 대한 청구는 물론 각종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법률적 검토에도 들어갈 전망이다.

사업시공단은 그동안 투입한 공사비와 조합에 빌려준 대여금 등 각종 비용이 2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계약해지에 따른 각종 손해배상 소송으로 인한 비용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합 측은 계약해지가 이뤄진다면 공사 중단에 따른 책임이 사업시공단에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 정비사업 전문 변호사는 "계약 해지에 대한 귀책 사유는 표면적으로 공사 중단이지만 공사 중단의 배경에 결국 공사비 증액 계약이 있다"라며 "이와 관련한 총회가 적법한 절차로 이뤄졌는지, 총회에서는 공사비 증액에 대한 조합원들에게 정확하게 고지가 됐는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이 새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리스크가 적지 않은 사업지로 낙인이 찍힌 상황에서 사업에 선뜻 나설 대형건설사를 찾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사업이 장기 표류 할 우려가 높다.

결국 분양일과 입주일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조합원의 피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조합원이 대여한 이주비도 1조2800억원 규모로 시공사업단이 사업비를 통해 이주비 이자를 해결하고 있다. 공사 중단이 이뤄진다면 조합원은 최악의 경우 이를 일시에 감당해야 한다.

시공사업단 측도 조합원의 피해에 대해 우려하는 상황이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제대로 설명조차 해주지 않으니까 공사중단 관련 설명회를 사업단 쪽에서 해야만 하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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