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은 다시 국민적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적어도 한걸음은 뗐다. 정몽규 HDC그룹회장이 공사 중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단지를 전면철거하고 재시공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정 회장은 이와 함께 "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를 사랑하시는 모든 고객과 국민 여러분의 불안감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고 현장 입주자 대표 측이 꾸준히 전체동을 모두 철거하고 전면 재시공해줄 것을 요구함에 따라 내려진 결정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 11일 사고 발생 후 약 4개월 만에 나온 대책이다. 부분 철거와 전면 철거를 두고 장고 끝에 둔 수다. 결국 손해를 보더라도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전면 철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시장 신뢰는 기업의 존속과 관련한 문제다. 영업중단이나 영업정지와 같은 행정적 처분은 강제성을 가지지만 처분은 처벌의 목적이 있는 만큼 신뢰 회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결국 정 회장이 바라는 신뢰 회복은 HDC현산 손에 의해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두 번의 사고로 인해 HDC현대산업개발에게 남은 신뢰 회복의 길은 가시밭길이다. 정 회장이 이번에 전체동을 철거하고 아파트를 새로 짓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HDC현산이 감당해야할 손실비용은 3700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공사비 상승 등을 고려하면 손실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손실비용 3700억원은 HDC현산이 지난 2018년 영업이익인 3179억원보다 많은 수치다.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5514억원과 58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분명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액수다. 사실상 1년치 장사 수익 대부분을 손실비용으로 처리해야하는 셈이다. 그러나 HDC현산의 현금성 자산만 1조8000억원 가량으로 기업의 존폐를 다툴만한 사안은 아니다. 적어도 '돈' 문제에 관련해서는 말이다. 정 회장의 말대로 신뢰회복만이 시장에서의 생존을 보장한다. 잠깐의 눈 앞에 물리적인 이익만을 보고 달리기에는 HDC현산의 원죄가 작지 않다. 다행스럽게도 HDC현산이 적어도 '악수'를 두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뢰 회복을 위한 힘겨운 첫발을 뗐다. 결자해지의 자세로 말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HDC현산이 걷는 가시밭길이 '아이파크' 브랜드와 입주민들을 위한 꽃길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빈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HDC현대산업개발의 결자해지, 신뢰회복 향한 첫발

정지수 기자 승인 2022.05.06 12:28 의견 0


HDC현대산업개발은 다시 국민적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적어도 한걸음은 뗐다.

정몽규 HDC그룹회장이 공사 중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단지를 전면철거하고 재시공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정 회장은 이와 함께 "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를 사랑하시는 모든 고객과 국민 여러분의 불안감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고 현장 입주자 대표 측이 꾸준히 전체동을 모두 철거하고 전면 재시공해줄 것을 요구함에 따라 내려진 결정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 11일 사고 발생 후 약 4개월 만에 나온 대책이다. 부분 철거와 전면 철거를 두고 장고 끝에 둔 수다. 결국 손해를 보더라도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전면 철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시장 신뢰는 기업의 존속과 관련한 문제다. 영업중단이나 영업정지와 같은 행정적 처분은 강제성을 가지지만 처분은 처벌의 목적이 있는 만큼 신뢰 회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결국 정 회장이 바라는 신뢰 회복은 HDC현산 손에 의해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두 번의 사고로 인해 HDC현대산업개발에게 남은 신뢰 회복의 길은 가시밭길이다.

정 회장이 이번에 전체동을 철거하고 아파트를 새로 짓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HDC현산이 감당해야할 손실비용은 3700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공사비 상승 등을 고려하면 손실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손실비용 3700억원은 HDC현산이 지난 2018년 영업이익인 3179억원보다 많은 수치다.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5514억원과 58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분명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액수다. 사실상 1년치 장사 수익 대부분을 손실비용으로 처리해야하는 셈이다.

그러나 HDC현산의 현금성 자산만 1조8000억원 가량으로 기업의 존폐를 다툴만한 사안은 아니다. 적어도 '돈' 문제에 관련해서는 말이다.

정 회장의 말대로 신뢰회복만이 시장에서의 생존을 보장한다. 잠깐의 눈 앞에 물리적인 이익만을 보고 달리기에는 HDC현산의 원죄가 작지 않다.

다행스럽게도 HDC현산이 적어도 '악수'를 두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뢰 회복을 위한 힘겨운 첫발을 뗐다. 결자해지의 자세로 말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HDC현산이 걷는 가시밭길이 '아이파크' 브랜드와 입주민들을 위한 꽃길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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