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불문하고 물가에 가면 한번쯤 하는 놀이가 있습니다. 바로 '물수제비' 뜨기. 납작한 돌멩이 하나를 잔잔한 물가에 던져 누가 더 많이 튀기는지를 놓고 경쟁하는 단순한 놀이죠. 그렇게 몇차례 돌멩이를 던지다보면 시선은 돌멩이가 닿은 표면에서 일어나는 파장에 쏠리게 됩니다. 납작하고 작은 돌 하나가 만드는 물결.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힐링되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금융업계에도 작은 돌멩이들이 만든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토스뱅크가 만든 입출금식 통장인데요, 어떤 형태의 금융거래를 하는 고객이든 하나쯤 갖고 있는 게 입출금식 통장임을 감안하면 좀 더 의미있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사실 얼마간 여유가 생긴 돈을 장롱 속에 넣어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장기간 묶어두기도 힘들다보니 고객들은 쉽게 넣고 뺄 수 있는 입출금 통장을 이용하곤 합니다. 장롱 속에 넣어둔 돈이 불어나는 건 아니니 이자 받을 욕심을 내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토스뱅크가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통장에 대해서도 2%의 이자를 지급하겠다며 돌멩이 하나를 던집니다. 노는 돈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준다니 서민들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카드 결제를 얼마나 해야 한다는 둥 복잡하게 따라붙던 요건 하나없이 2%의 금리를 준다니 고객 입장에선 '땡큐'지요. 맡겨놓겠다고 약속한 기한이 없으니 이자를 줄 수 없다던 은행의 말만 한번 듣고 지나쳤는데 사실 이 돈들이 은행에게는 쏠쏠한 장사 밑천이었다는 것도 새삼 생각하게 됐습니다. 국내 4대 은행이 이 '공짜 통장'에 쌓아둔 자금만 해도 무려 600조원. 이런 요구불 예금이 많을수록 은행들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대출영업을 할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거저먹는 장사인 셈이죠. 특히 요구불 예금 규모에서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지난 1분기 예대금리차는 2%를 넘어섰습니다. 두둑하게 쌓인 요구불 예금에는 여전히 제로 수준의 금리를 적용하면서 대출 금리는 시장 금리를 반영하다보니 덩달아 운용수익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토스뱅크가 던진 돌멩이의 파장은 저축은행에서 먼저 퍼져나가는 분위기입니다. 하나저축은행은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하이하나보통예금'에서 3000만원까지 최대 연 2.2%의 금리를 제공하고 SBI저축은행의 '사이다뱅크 입출금통장'은 1억원 한도 안에서 1.2% 금리를 제공키로 했습니다. OK저축은행의 'OK읏통장'과 DGB대구은행도 모두 일정 한도액 내에서 1%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아직까지 시중은행들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고객들의 술렁임이 커질수록 파장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분위기입니다. 이번엔 맞은편 증권가에도 돌멩이 하나가 날아들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돌멩이를 던진 주인공도 토스입니다. 토스증권은 "고객 예탁금으로부터 발생한 이용수익의 대부분을 고객에게 돌려주겠다"며 계좌에 남겨진 예치금에 대해서도 연 1%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업계 평균(0.199%) 대비 무려 5배나 높습니다. 지급 주기도 분기에서 한달로 앞당겼죠. 주식 투자를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주식이 변동성 자산이다보니 계좌에 잔고를 남겨놓는 일은 불가피합니다. 이렇게 잠들어 있는 예탁금만 무려 59조원. 이 역시 누군가에겐 숨겨놓은 곶감이었던 셈입니다. 토스증권의 발표 이후 증권업계도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깁니다. 일단 미래에셋증권이 내달 13일부터 기존 0.2%에서 0.4%로 인상키로 했고 한국투자증권도 인상폭과 시기를 놓고 검토에 착수했습니다. 다른 증권사들도 현 수준을 유지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중론입니다. 어쩌면 금리인상 흐름과 맞물려 당연한 조치일텐데 금리 하락시 반영과 비교해보면 유난히 느리고 인색해보이기만 합니다. 사실 일련의 변화들은 당연한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일 겁니다. 개인들은 금쪽같은 자산을 거저 맡기고 금융사들은 불어난 공짜돈으로 배를 불리는 불공평한 현실이 상식적으로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가는 거죠. 여전히 금융사 주변에는 제법 날렵해보이는 돌멩이가 많습니다. 숨겨져 있는 고객들의 당연한 권리가 고객들 품에 돌아가는 것은 상식입니다. 관건은 누가 앞장설 것인가죠. 과연 다음 돌멩이는 누가, 어디로 던질까요. 최근 금융업계에 일고 있는 일련의 파장들이 더 멀리 퍼져 고객들이 힐링할 수 있는 소식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박민선의 VIEW+] 토스가 던진 돌멩이

박민선 기자 승인 2022.05.23 11:34 | 최종 수정 2022.05.29 14:20 의견 0

남녀노소 불문하고 물가에 가면 한번쯤 하는 놀이가 있습니다. 바로 '물수제비' 뜨기. 납작한 돌멩이 하나를 잔잔한 물가에 던져 누가 더 많이 튀기는지를 놓고 경쟁하는 단순한 놀이죠. 그렇게 몇차례 돌멩이를 던지다보면 시선은 돌멩이가 닿은 표면에서 일어나는 파장에 쏠리게 됩니다. 납작하고 작은 돌 하나가 만드는 물결.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힐링되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금융업계에도 작은 돌멩이들이 만든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토스뱅크가 만든 입출금식 통장인데요, 어떤 형태의 금융거래를 하는 고객이든 하나쯤 갖고 있는 게 입출금식 통장임을 감안하면 좀 더 의미있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사실 얼마간 여유가 생긴 돈을 장롱 속에 넣어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장기간 묶어두기도 힘들다보니 고객들은 쉽게 넣고 뺄 수 있는 입출금 통장을 이용하곤 합니다. 장롱 속에 넣어둔 돈이 불어나는 건 아니니 이자 받을 욕심을 내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토스뱅크가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통장에 대해서도 2%의 이자를 지급하겠다며 돌멩이 하나를 던집니다. 노는 돈이 일을 해서 돈을 벌어준다니 서민들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카드 결제를 얼마나 해야 한다는 둥 복잡하게 따라붙던 요건 하나없이 2%의 금리를 준다니 고객 입장에선 '땡큐'지요.

맡겨놓겠다고 약속한 기한이 없으니 이자를 줄 수 없다던 은행의 말만 한번 듣고 지나쳤는데 사실 이 돈들이 은행에게는 쏠쏠한 장사 밑천이었다는 것도 새삼 생각하게 됐습니다. 국내 4대 은행이 이 '공짜 통장'에 쌓아둔 자금만 해도 무려 600조원. 이런 요구불 예금이 많을수록 은행들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대출영업을 할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거저먹는 장사인 셈이죠.

특히 요구불 예금 규모에서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지난 1분기 예대금리차는 2%를 넘어섰습니다. 두둑하게 쌓인 요구불 예금에는 여전히 제로 수준의 금리를 적용하면서 대출 금리는 시장 금리를 반영하다보니 덩달아 운용수익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토스뱅크가 던진 돌멩이의 파장은 저축은행에서 먼저 퍼져나가는 분위기입니다. 하나저축은행은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하이하나보통예금'에서 3000만원까지 최대 연 2.2%의 금리를 제공하고 SBI저축은행의 '사이다뱅크 입출금통장'은 1억원 한도 안에서 1.2% 금리를 제공키로 했습니다. OK저축은행의 'OK읏통장'과 DGB대구은행도 모두 일정 한도액 내에서 1%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아직까지 시중은행들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고객들의 술렁임이 커질수록 파장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분위기입니다.

이번엔 맞은편 증권가에도 돌멩이 하나가 날아들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번 돌멩이를 던진 주인공도 토스입니다. 토스증권은 "고객 예탁금으로부터 발생한 이용수익의 대부분을 고객에게 돌려주겠다"며 계좌에 남겨진 예치금에 대해서도 연 1%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업계 평균(0.199%) 대비 무려 5배나 높습니다. 지급 주기도 분기에서 한달로 앞당겼죠.

주식 투자를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주식이 변동성 자산이다보니 계좌에 잔고를 남겨놓는 일은 불가피합니다. 이렇게 잠들어 있는 예탁금만 무려 59조원. 이 역시 누군가에겐 숨겨놓은 곶감이었던 셈입니다.

토스증권의 발표 이후 증권업계도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깁니다. 일단 미래에셋증권이 내달 13일부터 기존 0.2%에서 0.4%로 인상키로 했고 한국투자증권도 인상폭과 시기를 놓고 검토에 착수했습니다. 다른 증권사들도 현 수준을 유지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중론입니다. 어쩌면 금리인상 흐름과 맞물려 당연한 조치일텐데 금리 하락시 반영과 비교해보면 유난히 느리고 인색해보이기만 합니다.

사실 일련의 변화들은 당연한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일 겁니다. 개인들은 금쪽같은 자산을 거저 맡기고 금융사들은 불어난 공짜돈으로 배를 불리는 불공평한 현실이 상식적으로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가는 거죠.

여전히 금융사 주변에는 제법 날렵해보이는 돌멩이가 많습니다. 숨겨져 있는 고객들의 당연한 권리가 고객들 품에 돌아가는 것은 상식입니다. 관건은 누가 앞장설 것인가죠. 과연 다음 돌멩이는 누가, 어디로 던질까요. 최근 금융업계에 일고 있는 일련의 파장들이 더 멀리 퍼져 고객들이 힐링할 수 있는 소식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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