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S-OIL(에쓰오일)에서 최고경영자(CEO)인 후세인 알-카타니가 전날 발생한 폭발 화재 사고에 대한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OIL(에쓰오일)이 지난 19일 1명 사망, 9명 중·경상의 폭발·화재로 인해 ESG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의 폭발 사고가 기본 안전 사항을 소홀히 한 인재 사고일 가능성이 나오고 있어서다. 에쓰오일의 지속가능성보고서에서 확인된 산업안전 규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사고로 ESG 성과 지표의 최근 5년간 ‘규정위반 사고’는 없었다는 내용도 신뢰성에 금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8년에도 협력사 직원 1명이 사망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에 대한 안전 대책이 시급해보인다. ■ 조사 과정, 인재 사고 가능성으로 좁혀져 27일 고용노동부 울산·경남권 중대재해산업예방센터는 지난 19일 협렵업체 직원 1명 사망, 9명 중·경상의 피해가 발생한 에쓰오일 폭발·화재 사고에 대해 기본 안전을 준수하지 않은 ‘인재(人災)’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고용부 울산·경남권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합동 현장 감식이 이뤄져야 구체적인 사실이 확인된다. 하지만 참고인 조사까지 마쳐진 현재 관련 보고서에서는 기본적인 안전사항을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왕찬민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 감독관은 “원료 공급 작업장에서 이상이 발견됐다면 탱크 안의 원료부터 비우는 게 안전의 기본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에쓰오일은 이런 과정 없이 협력사 직원에게 작업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당시 상황 보고서 등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사고 현장인 휘발유 첨가제 제조 공정의 안쪽 한 밸브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협력업체 직원에게 정비작업을 지시했다. 보고 내용에선 현장에 남아있는 가스를 확인했고 밸브를 차단하고 작업에 들어갔다고 하지만 안전을 위해 원료를 비운다든지 상부에 보고를 하고 대기했다든지 하는 내용은 없었다. 고용부와 국과수는 현장 감식 등을 통해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원인 파악에 나설 예정이다. 에쓰오일의 ESG성과 지표 중 재해율 및 재해자 발생 부문. 협력사 직원의 재해율이 더 높으며 지난 2018년에도 협력사 직원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에쓰오일 ESG성과 지표 캡처) ■ 지속가능·ESG경영 ‘안전관리’, 신뢰성 하락 전망 현장 감식 등을 통해 이번 폭발 사고가 인재 사고라는 것이 명확해지면 에쓰오일의 ‘지속가능성 보고서’와 ‘ESG 경영 보고서’ 상의 안전 관련 내용들이 신뢰성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이 공개한 ‘2020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들을 ‘아차사고’로 규정하고 관리하고 있다. 이는 행동기반안전(BBS) 프로그램으로 중대사고로 직결될 수 있는 안전 위반 사항을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이다. 또한 에쓰오일은 업무 수행 중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모니터링해 67개의 시나리오에 따라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해당 업무 담당자에게 신속히 전달돼 위험성을 검토하고 대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아차사고’로 분류되지 않았고 곧 바로 작업 지시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한 ‘검토하고 대응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중대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음에도 보고나 대기를 한다든지 하는 ‘검토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폭발 사고로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사망했다. 에쓰오일은 ‘협력업체 안전관리’에 대해서도 안이하게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은 협력업체에 대해서 안전관리 능력 강화를 위해 캠페인과 안전 교육을 제공하고 무재해 목표를 달성하면 인증서를 수여하는 방식으로 관리를 해왔다. 하지만 협력업체 직원의 안전을 위한 대책은 없었다. 협력사 직원들은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최일선 작업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 대책 등은 지속가능 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재해율 지표에서는 에쓰오일 본사 직원보다 협력사 직원에 대한 재해 발생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지난 2018년에는 협력사 직원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사고에서도 협력사 직원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에쓰오일의 ‘ESG 주요 성과’ 지표에서 ‘안전사고’ 집계도 신뢰성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표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화재 사고는 총 3차례 있었지만 ‘규정위반 사고’는 0건으로 기록하고 있다. 규정위반 사고는 없었는데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는 부분이 쉽게 납득이 되질 대목이다. 적어도 이번 폭발 화재 사건에 대해서는 고용부 조사 과정 중 기본 안전사항이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나오는 만큼 에쓰오일이 ‘규정위반 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에쓰오일 본사 관계자는 “회사에 안전관리 관련 지침이나 프로세스가 문서화돼 있다”며 “현장 작업자들이 그런 안전 지침 프로세스를 절차대로 지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이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에쓰오일 사고] ② 폭발 사고로 ESG 경영 타격…‘안전’부문 신뢰성 하락 전망

고용부 조사관, 인재 가능성 시사
중대재해 예방 매뉴얼 작동 안한 듯
협력사 안전평가만 있고 보호 대책 없어

손기호 기자 승인 2022.05.27 06:00 | 최종 수정 2022.05.27 15:16 의견 0
지난 20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S-OIL(에쓰오일)에서 최고경영자(CEO)인 후세인 알-카타니가 전날 발생한 폭발 화재 사고에 대한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OIL(에쓰오일)이 지난 19일 1명 사망, 9명 중·경상의 폭발·화재로 인해 ESG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의 폭발 사고가 기본 안전 사항을 소홀히 한 인재 사고일 가능성이 나오고 있어서다.

에쓰오일의 지속가능성보고서에서 확인된 산업안전 규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사고로 ESG 성과 지표의 최근 5년간 ‘규정위반 사고’는 없었다는 내용도 신뢰성에 금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8년에도 협력사 직원 1명이 사망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에 대한 안전 대책이 시급해보인다.

■ 조사 과정, 인재 사고 가능성으로 좁혀져

27일 고용노동부 울산·경남권 중대재해산업예방센터는 지난 19일 협렵업체 직원 1명 사망, 9명 중·경상의 피해가 발생한 에쓰오일 폭발·화재 사고에 대해 기본 안전을 준수하지 않은 ‘인재(人災)’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고용부 울산·경남권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합동 현장 감식이 이뤄져야 구체적인 사실이 확인된다. 하지만 참고인 조사까지 마쳐진 현재 관련 보고서에서는 기본적인 안전사항을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왕찬민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 감독관은 “원료 공급 작업장에서 이상이 발견됐다면 탱크 안의 원료부터 비우는 게 안전의 기본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에쓰오일은 이런 과정 없이 협력사 직원에게 작업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당시 상황 보고서 등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사고 현장인 휘발유 첨가제 제조 공정의 안쪽 한 밸브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협력업체 직원에게 정비작업을 지시했다. 보고 내용에선 현장에 남아있는 가스를 확인했고 밸브를 차단하고 작업에 들어갔다고 하지만 안전을 위해 원료를 비운다든지 상부에 보고를 하고 대기했다든지 하는 내용은 없었다.

고용부와 국과수는 현장 감식 등을 통해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원인 파악에 나설 예정이다.

에쓰오일의 ESG성과 지표 중 재해율 및 재해자 발생 부문. 협력사 직원의 재해율이 더 높으며 지난 2018년에도 협력사 직원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에쓰오일 ESG성과 지표 캡처)


■ 지속가능·ESG경영 ‘안전관리’, 신뢰성 하락 전망

현장 감식 등을 통해 이번 폭발 사고가 인재 사고라는 것이 명확해지면 에쓰오일의 ‘지속가능성 보고서’와 ‘ESG 경영 보고서’ 상의 안전 관련 내용들이 신뢰성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이 공개한 ‘2020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들을 ‘아차사고’로 규정하고 관리하고 있다. 이는 행동기반안전(BBS) 프로그램으로 중대사고로 직결될 수 있는 안전 위반 사항을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이다.

또한 에쓰오일은 업무 수행 중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모니터링해 67개의 시나리오에 따라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해당 업무 담당자에게 신속히 전달돼 위험성을 검토하고 대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아차사고’로 분류되지 않았고 곧 바로 작업 지시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한 ‘검토하고 대응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중대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음에도 보고나 대기를 한다든지 하는 ‘검토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폭발 사고로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사망했다. 에쓰오일은 ‘협력업체 안전관리’에 대해서도 안이하게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은 협력업체에 대해서 안전관리 능력 강화를 위해 캠페인과 안전 교육을 제공하고 무재해 목표를 달성하면 인증서를 수여하는 방식으로 관리를 해왔다.

하지만 협력업체 직원의 안전을 위한 대책은 없었다. 협력사 직원들은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최일선 작업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 대책 등은 지속가능 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재해율 지표에서는 에쓰오일 본사 직원보다 협력사 직원에 대한 재해 발생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지난 2018년에는 협력사 직원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사고에서도 협력사 직원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에쓰오일의 ‘ESG 주요 성과’ 지표에서 ‘안전사고’ 집계도 신뢰성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표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화재 사고는 총 3차례 있었지만 ‘규정위반 사고’는 0건으로 기록하고 있다. 규정위반 사고는 없었는데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는 부분이 쉽게 납득이 되질 대목이다.

적어도 이번 폭발 화재 사건에 대해서는 고용부 조사 과정 중 기본 안전사항이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나오는 만큼 에쓰오일이 ‘규정위반 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에쓰오일 본사 관계자는 “회사에 안전관리 관련 지침이나 프로세스가 문서화돼 있다”며 “현장 작업자들이 그런 안전 지침 프로세스를 절차대로 지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이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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