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하루에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돈에 관한 생각은 얼마나 될까요. 모르긴 몰라도 절반은 넘지 싶습니다. 오늘은 ‘돈’에 관한 네 가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돈’과 관련된다는 공통점 외에 다른 연관성이 있습니다. 글이 다 끝난 후 말씀드리겠습니다. 민망하지만 우선 제 자랑부터 할까요? 저도 예전엔 한가락 하는 ‘증권맨’이었습니다. 1998년 어느 날, 거래 하나를 성사시킵니다. ‘딜 던(deal done)!’이라고 외쳤지요. 금액은 1천 개, 너무 큰돈을 함부로 입에 올리기가 뭐 했던지 자금 보는 사람들은 ‘억’을 ‘개’라고 표현합니다. 즉, 1천 개는 1천억원입니다. 자금은 한국은행 계좌로 움직입니다. 이제 업무팀에서 만든 ‘통장’을 거래 법인에 전달하면 일은 끝납니다. 통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어? 근데 좀 이상합니다. 1천억원을 100000000000이라고 표시합니다. 뭐가 이상하다는 건지 아시겠지요? 100,000,000,000으로 표시해야 되는데... 항의를 했지요. 전산 시스템에 자릿수가 부족해서 콤마를 없앴답니다. 자릿수를 늘리는 문제는 전체 시스템과 관련돼 있어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고, 결정이 되어도 변경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숫자가 커지면 전산에 번잡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처음 실감했습니다. 사실 ‘큰 숫자’는 여러 면에서 골치입니다. 우선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서양의 영향으로 표기는 천 단위지만, 만 단위로 읽기 때문입니다. 숫자가 커질수록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표기도 곤란해지니, 여러 방식이 동원됩니다. 150,000,000원을 1억 5000만원, 15000만원, 1.5억원 등으로 표기해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두 번째 얘기는 ‘환율’입니다.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 환율은 복잡하고 헷갈립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본능적으로 우리 돈, 원화를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원/달러 환율’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환율의 기준은 우리 돈이 아니라, 미국 달러입니다. 즉, 미국 돈 1달러가 우리 돈 몇 원과 같냐는 게 환율입니다. 요즘엔 1달러=1260원 정도입니다. 물론 계속 변동합니다. ‘환율이 1260원에서 1300원으로 올랐다’고 하면, 한국 돈의 가치가 높아진 것처럼 들립니다. 아닙니다. 기준이 1달러이니까요. 우리 돈의 가치가 떨어진 겁니다. 달러와 특정국가 돈의 교환비율, 환율이 그 나라의 국력, 경제력을 보여준다고 할 근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주요국의 경우 대부분 대등한 수준이거나 (영국 0.8162, EU 0.9612, 스위스 1.0049, 캐나다 1.2907, 호주 1.4419), 차이가 나도 두 자리 숫자가 대부분입니다. (사우디 3.7508, 중국 6.7858, 터키 15.5576, 태국 34.7600, 인도 77.8410) 일본이 129.0400엔으로 세 자릿수 환율이라는 것도 특이하지만, 우리나라가 1260원, 네 자리라는 점은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미국 돈 1달러의 가치가 우리나라처럼 자국 통화 네 자리 숫자인 나라는 레바논, 파라과이, 콜롬비아, 우간다, 탄자니아, 기니, 르완다 등입니다. 물론, 다섯 자리인 나라도 있습니다. 라오스, 베트남, 이란,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입니다. 왜 당황스럽다는지 이해가 되시지요? 다른 나라들을 깎아내리는 듯해 조심스럽지만, 우리나라가 몸에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는 나중 문제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옷을 입고 살아야 하는 걸까요? 세 번째 얘기는 ‘화폐 속 인물’입니다. 우리나라 화폐 에 등장하는 사람은 현재 신사임당, 세종대왕, 이이, 이황, 이순신 장군입니다. 한 때는 이승만도 등장했었습니다. 이들 화폐에 그려진 인물들에 대해 말이 참 많습니다. 논란의 요점만 정리해 보겠습니다. 반만년 우리 역사 중 화폐 속 다섯 명이 살았던 시기, 즉 가장 연장자인 세종대왕이 태어난 1397년부터 막내(?) 이순신 장군이 순국한 1598년 노량해전까지는 겨우 200년입니다. 세종대왕 서거 100주년인 1550년에 이황은 49세, 신사임당 46세, 이이 24세, 이순신 5세입니다. 너무 쏠려 있지요? 우리 역사에서 이 시대가 그렇게 대단했었나요? 이순신 장군에 대한 홀대(?)도 문제입니다. 1982년 장군이 실린 500원 지폐가 사라지면서 장군은 100원 동전에만 남게 됩니다. 그런데 이 동전 속 인물이 ‘장군’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지폐와 달리 인물명 표기도 없습니다. 이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동전 속에 유약해 보이는 ‘선비’의 모습으로 민족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남아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인물은 신사임당입니다. 신사임당이 화폐에 들어가는 것에 여성 단체들도 반대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그 배경을 ‘양성평등 의식을 제고하고, 여성의 사회참여에 긍정적으로 기여...’ 라고 밝혔는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신사임당과 이이는 세계 최초로 화폐에 등장하는 ‘어머니와 아들’이 되었습니다. 화폐 속 인물은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보여주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다는 주장에 동의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화폐 속 인물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고, 특히 독립운동가가 배제되어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에 완전 공감합니다. 마지막 얘기는 ‘지하경제’입니다. 지하경제는 한마디로 세금을 내지 않는 경제활동입니다. 탈세로 이어지는 정상거래와 마약, 매춘, 도박 등 불법행위가 포함됩니다. 우리나라 지하경제의 규모가 궁금합니다. 물론, 정확한 규모를 알 수는 없습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지하경제가 아니지요. 그저 추정해 볼 뿐입니다. IMF는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를 GDP의 19.8%로 봤습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15년 기준으로 8%, 현대경제연구원은 2013년 기준 23%로 추정합니다. 전북대 김종회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년(1995~2014년) 평균 지하경제 규모는 GDP의 10.89%, 조세 회피 규모는 3.72%입니다. 조세 회피 규모가 GDP의 3.72% 라면 2021년 기준으로 약 70조입니다. 올해 우리나라 국방비 예산이 55조임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짐작이 됩니다. 개인적인 추산으로 70조를 국민건강보험에 투입한다면, 보험료를 1/3로 줄이고도 전 국민 무상진료 시대를 열 수 있는 어마어마한 돈입니다. 지하경제와 조세 회피 규모, 지금은 어떨까요? 그동안 줄었을까요? 늘었을까요? 더 커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뉴스를 보면서 그렇게 느낍니다. ‘마약에 취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보도가 낯설지 않습니다. 마늘 밭에서 현금다발이 발견됐답니다. 금고가 불티나게 팔린다지요? 강남의 웬만한 부동산 사무소에는 지폐계수기가 있답니다. 의사, 변호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의 탈세 소식은 식상할 정도입니다. 이런 일들은 5만 원권 지폐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2009년, 5만 원 고액권 지폐를 발행합니다. 정부가 내세운 고액권 발행의 이유는 1만 원권이 최고액권이라서 발생하는 거래의 불편 해소, 재사용이 불가능한 수표의 발행 증가에 따른 비용 문제 등입니다.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고액권이 없어서 뭐가 불편하다는 걸까요? 수표 발행비용은 어차피 소비자가 부담하는 거 아닌가요? 지하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도 있는 고액권을 발행한 이유로는 설득력이 부족하지만 어쨌든 2009년부터 올 3월까지 5만 원권의 발행액은 268.3조입니다. 이 중 환수액은 119.3조, 환수율 44.5%로, 149조의 5만 원권이 지하경제로 흘러갔을 가능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지하경제의 비중을 줄이고, 지상으로 올려야 합니다. 활성화가 아니라 ‘양성화’되어야 합니다. 지하경제가 커지면 세금이 줄어들고, 국가 재정에 문제가 생깁니다. 결국 세금을 더 걷을 수밖에 없겠지요? 잘못하면 세금을 내는 사람만 더 내는 상황이 됩니다. 정의롭지 않습니다. 네 가지 얘기가 모두 끝났습니다. 결국 네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 셈인데요.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화폐개혁’입니다. 무게감이 대단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피할 수만은 없는 현안, ‘화폐개혁’에 대한 주장으로 조만간 이야기를 다시 이어가겠습니다. ■ 작가 한동희는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ROTC 23기로 군복무를 마친 후 삼성그룹에 공채로 입사했다. 중앙개발과 삼성증권에서 인사, 법인영업을 거쳐 지점장으로 10년간 근무했다. 30여년 삼성맨을 마무리한 그는 퇴직한 후에도 여전히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 네이버 블로그 '까칠한 이야기'를 통해 돈, 금융 그리고 세상에 대한 '썰'을 재밌게 풀어내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글은 뷰어스에서 우선적으로 게재하며,추후 작가의 블로그에서도 조회가 가능하다.

[한동희의 까칠한 이야기] 돈에 관한 네 가지 테마①

한동희 승인 2022.05.27 09:21 | 최종 수정 2022.05.30 09:46 의견 0


사람은 하루에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돈에 관한 생각은 얼마나 될까요. 모르긴 몰라도 절반은 넘지 싶습니다. 오늘은 ‘돈’에 관한 네 가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돈’과 관련된다는 공통점 외에 다른 연관성이 있습니다. 글이 다 끝난 후 말씀드리겠습니다.

민망하지만 우선 제 자랑부터 할까요? 저도 예전엔 한가락 하는 ‘증권맨’이었습니다. 1998년 어느 날, 거래 하나를 성사시킵니다. ‘딜 던(deal done)!’이라고 외쳤지요. 금액은 1천 개, 너무 큰돈을 함부로 입에 올리기가 뭐 했던지 자금 보는 사람들은 ‘억’을 ‘개’라고 표현합니다. 즉, 1천 개는 1천억원입니다.

자금은 한국은행 계좌로 움직입니다. 이제 업무팀에서 만든 ‘통장’을 거래 법인에 전달하면 일은 끝납니다. 통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어? 근데 좀 이상합니다. 1천억원을 100000000000이라고 표시합니다. 뭐가 이상하다는 건지 아시겠지요? 100,000,000,000으로 표시해야 되는데...

항의를 했지요. 전산 시스템에 자릿수가 부족해서 콤마를 없앴답니다. 자릿수를 늘리는 문제는 전체 시스템과 관련돼 있어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고, 결정이 되어도 변경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숫자가 커지면 전산에 번잡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처음 실감했습니다.

사실 ‘큰 숫자’는 여러 면에서 골치입니다. 우선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서양의 영향으로 표기는 천 단위지만, 만 단위로 읽기 때문입니다. 숫자가 커질수록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표기도 곤란해지니, 여러 방식이 동원됩니다. 150,000,000원을 1억 5000만원, 15000만원, 1.5억원 등으로 표기해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두 번째 얘기는 ‘환율’입니다.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 환율은 복잡하고 헷갈립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본능적으로 우리 돈, 원화를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원/달러 환율’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환율의 기준은 우리 돈이 아니라, 미국 달러입니다.

즉, 미국 돈 1달러가 우리 돈 몇 원과 같냐는 게 환율입니다. 요즘엔 1달러=1260원 정도입니다. 물론 계속 변동합니다. ‘환율이 1260원에서 1300원으로 올랐다’고 하면, 한국 돈의 가치가 높아진 것처럼 들립니다. 아닙니다. 기준이 1달러이니까요. 우리 돈의 가치가 떨어진 겁니다.

달러와 특정국가 돈의 교환비율, 환율이 그 나라의 국력, 경제력을 보여준다고 할 근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주요국의 경우 대부분 대등한 수준이거나 (영국 0.8162, EU 0.9612, 스위스 1.0049, 캐나다 1.2907, 호주 1.4419), 차이가 나도 두 자리 숫자가 대부분입니다. (사우디 3.7508, 중국 6.7858, 터키 15.5576, 태국 34.7600, 인도 77.8410)

일본이 129.0400엔으로 세 자릿수 환율이라는 것도 특이하지만, 우리나라가 1260원, 네 자리라는 점은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미국 돈 1달러의 가치가 우리나라처럼 자국 통화 네 자리 숫자인 나라는 레바논, 파라과이, 콜롬비아, 우간다, 탄자니아, 기니, 르완다 등입니다. 물론, 다섯 자리인 나라도 있습니다. 라오스, 베트남, 이란,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입니다.

왜 당황스럽다는지 이해가 되시지요? 다른 나라들을 깎아내리는 듯해 조심스럽지만, 우리나라가 몸에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는 나중 문제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옷을 입고 살아야 하는 걸까요?

세 번째 얘기는 ‘화폐 속 인물’입니다. 우리나라 화폐 에 등장하는 사람은 현재 신사임당, 세종대왕, 이이, 이황, 이순신 장군입니다. 한 때는 이승만도 등장했었습니다. 이들 화폐에 그려진 인물들에 대해 말이 참 많습니다. 논란의 요점만 정리해 보겠습니다.

반만년 우리 역사 중 화폐 속 다섯 명이 살았던 시기, 즉 가장 연장자인 세종대왕이 태어난 1397년부터 막내(?) 이순신 장군이 순국한 1598년 노량해전까지는 겨우 200년입니다. 세종대왕 서거 100주년인 1550년에 이황은 49세, 신사임당 46세, 이이 24세, 이순신 5세입니다. 너무 쏠려 있지요? 우리 역사에서 이 시대가 그렇게 대단했었나요?

이순신 장군에 대한 홀대(?)도 문제입니다. 1982년 장군이 실린 500원 지폐가 사라지면서 장군은 100원 동전에만 남게 됩니다. 그런데 이 동전 속 인물이 ‘장군’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지폐와 달리 인물명 표기도 없습니다. 이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동전 속에 유약해 보이는 ‘선비’의 모습으로 민족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남아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인물은 신사임당입니다. 신사임당이 화폐에 들어가는 것에 여성 단체들도 반대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그 배경을 ‘양성평등 의식을 제고하고, 여성의 사회참여에 긍정적으로 기여...’ 라고 밝혔는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신사임당과 이이는 세계 최초로 화폐에 등장하는 ‘어머니와 아들’이 되었습니다.

화폐 속 인물은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보여주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다는 주장에 동의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화폐 속 인물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고, 특히 독립운동가가 배제되어 있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에 완전 공감합니다.

마지막 얘기는 ‘지하경제’입니다. 지하경제는 한마디로 세금을 내지 않는 경제활동입니다. 탈세로 이어지는 정상거래와 마약, 매춘, 도박 등 불법행위가 포함됩니다. 우리나라 지하경제의 규모가 궁금합니다. 물론, 정확한 규모를 알 수는 없습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지하경제가 아니지요. 그저 추정해 볼 뿐입니다.

IMF는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를 GDP의 19.8%로 봤습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15년 기준으로 8%, 현대경제연구원은 2013년 기준 23%로 추정합니다. 전북대 김종회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년(1995~2014년) 평균 지하경제 규모는 GDP의 10.89%, 조세 회피 규모는 3.72%입니다.

조세 회피 규모가 GDP의 3.72% 라면 2021년 기준으로 약 70조입니다. 올해 우리나라 국방비 예산이 55조임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짐작이 됩니다. 개인적인 추산으로 70조를 국민건강보험에 투입한다면, 보험료를 1/3로 줄이고도 전 국민 무상진료 시대를 열 수 있는 어마어마한 돈입니다. 지하경제와 조세 회피 규모, 지금은 어떨까요? 그동안 줄었을까요? 늘었을까요?

더 커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뉴스를 보면서 그렇게 느낍니다. ‘마약에 취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보도가 낯설지 않습니다. 마늘 밭에서 현금다발이 발견됐답니다. 금고가 불티나게 팔린다지요? 강남의 웬만한 부동산 사무소에는 지폐계수기가 있답니다. 의사, 변호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의 탈세 소식은 식상할 정도입니다. 이런 일들은 5만 원권 지폐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2009년, 5만 원 고액권 지폐를 발행합니다. 정부가 내세운 고액권 발행의 이유는 1만 원권이 최고액권이라서 발생하는 거래의 불편 해소, 재사용이 불가능한 수표의 발행 증가에 따른 비용 문제 등입니다.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고액권이 없어서 뭐가 불편하다는 걸까요? 수표 발행비용은 어차피 소비자가 부담하는 거 아닌가요?

지하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도 있는 고액권을 발행한 이유로는 설득력이 부족하지만 어쨌든 2009년부터 올 3월까지 5만 원권의 발행액은 268.3조입니다. 이 중 환수액은 119.3조, 환수율 44.5%로, 149조의 5만 원권이 지하경제로 흘러갔을 가능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지하경제의 비중을 줄이고, 지상으로 올려야 합니다. 활성화가 아니라 ‘양성화’되어야 합니다. 지하경제가 커지면 세금이 줄어들고, 국가 재정에 문제가 생깁니다. 결국 세금을 더 걷을 수밖에 없겠지요? 잘못하면 세금을 내는 사람만 더 내는 상황이 됩니다. 정의롭지 않습니다.

네 가지 얘기가 모두 끝났습니다. 결국 네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 셈인데요.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화폐개혁’입니다. 무게감이 대단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피할 수만은 없는 현안, ‘화폐개혁’에 대한 주장으로 조만간 이야기를 다시 이어가겠습니다.

■ 작가 한동희는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ROTC 23기로 군복무를 마친 후 삼성그룹에 공채로 입사했다. 중앙개발과 삼성증권에서 인사, 법인영업을 거쳐 지점장으로 10년간 근무했다. 30여년 삼성맨을 마무리한 그는 퇴직한 후에도 여전히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 네이버 블로그 '까칠한 이야기'를 통해 돈, 금융 그리고 세상에 대한 '썰'을 재밌게 풀어내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글은 뷰어스에서 우선적으로 게재하며,추후 작가의 블로그에서도 조회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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