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직영주유소 서초제일주유소에 전기차 ‘쎄보C’ 차량이 전시돼 있다. 주유소에서 전기차 구매 계약도 가능하다. (사진=손기호) “전기차 한 번 보세요” 이 말은 전기차 매장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주유소 직원이 건넨 말이다. 21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직영주유소 서초제일주유소를 방문했을 때 주유소 직원은 전기차 ‘쎄보C’ 차량을 살펴보는 기자에게 이처럼 말하며 홍보 책자를 줬다. 주유소 내에는 커다란 현수막에 ‘초소형 전기차 월 99,000원’이라고 내걸려 있었고 그 옆에 ‘쎄보C’ 전기차가 전시돼 있었다. 정유사는 주유소의 유휴부지를 활용해 미래 사업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었다. ■ 이례적인 정유사의 ‘전기차 판매’…“미래 신사업 확장 측면” 정유사 최초다. 주유소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일은 국내 정유사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전기차 충전기를 함께 운영하는 경우는 있어도 전기차를 직접 파는 일은 이례적이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휘발유와 경유를 이용하는 기존 내연기관차가 많이 팔려야 자사 주유소들이 매출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이처럼 대놓고 전기차를 판매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주유를 하던 차량의 한 차주는 차에서 내려 전기차 ‘쎄보C’를 신기하듯 보고선 다시 자신의 차에 탔다.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느냐는 질문에 주유소 직원은 “주유하는 분들이 한 번씩은 보는데 아직은 전시를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문의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주유소에서 전기차 판매는 어떤 의미일까. 현대오일뱅크 서초제일주유소 문경환 대표는 “서로 윈-윈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쎄보C’가 홍보가 필요한 중소기업이니까 본사 입장에서 도우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정유사 최초로 주유소 내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것”이라며 “미래 사업 모델 중 하나로 보면 될 것 같다”며 “주유소 유휴공간을 차량 전시 공간으로 제공하고 판매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중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직영주유소 운영인이 고객 상담과 매매계약서 체결 판매 대리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오일뱅크 직영주유소 전국 5곳인 서울 서초제일주유소, 인천 신공항주유소, 울산셀프주유소, 광주 동천마을주유소, 경기 용인의 경기주유소 등에서 전기차 전시를 하고 있다. 정유사의 미래 사업 확장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GS칼텍스는 이름을 ‘에너지플러스 허브’라고 바꾸고 전기차 충전소와 커피숍 등을 갖춘 주유소를 선보였다. 오는 8월에는 GS칼텍스 서울역 주유소를 새롭게 개조해 1층엔 주유소를, 윗층엔 식당과 공간대여 사무실을 두고, ‘서울로7017’ 고가도로와 연결해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고 있다. 정유사들은 기존 사업에서 탈피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이번 전기차 시범 판매를 통해 주유소를 활용한 초소형 전기차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2021년 국내 신규 판매 전기차 약 10만대 중 초소형전기차 비중은 1%정도인 약 1200대에 불과하지만 향후 관련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통정체가 심하고 주차공간이 협소한 도심을 중심으로 개인 고객 수요가 늘고 있다. 최근엔 유통업체의 배송 차량, 지자체 관용 차량, 도심 관광 차량 등으로 활용도가 확대된 점도 긍정적이다. 21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직영주유소 서초제일주유소에 전기차 ‘쎄보C’ 차량이 전시돼 있다. 차량 외관 모습 (사진=손기호) ■ 계약도 주유소서 바로…서울은 보조금 받고 1030만원대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한 번 타볼까. 시승을 한 번 해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주유소 직원은 “번호판이 없어서 시운전은 해볼 수 없다”면서 “다만 내부는 살펴볼 수 있다”며 스마트키로 문을 열어줬다. ‘쎄보C’ 시승은 쎄보모빌리티 홈페이지를 통해서 신청할 수 있다. 가까운 쎄보 차량 전시장에서도 할 수 있다. 판매량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전시장은 쌍용차 전시장 등을 함께 이용하고 있었다. 서울의 한 쌍용차 전시장에 전화했더니 한 대 전시됐던 ‘쎄보C’ 차량이 얼마 전에 팔려서 지금은 타볼 수 없다고 했다. 전기차 계약도 이곳에서 가능하다. 서초제일주유소 문 대표는 “계약은 여기서 바로 가능하다. 사는 지역에 따라 보조금 제도가 다르다. 서울은 540만원을 보조금으로 받을 수 있어서 ‘쎄보C’ 판매가 1570만원에서 보조금을 빼고 1030만원에는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지역마다 보조금 차이가 있다. 경기도의 경우는 600~650만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해 920~970만원대에도 구매가 가능한 것으로 예상된다. 쎄보모빌리티 측은 “충남에서 구입하면 보조금을 받아 실 구매가격이 820만원에도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취·등록세가 면제되고, 공영주차장은 50% 할인된다. 21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직영주유소 서초제일주유소에 전기차 ‘쎄보C’ 차량이 전시돼 있다. 차량 내부 모습 (사진=손기호) ‘쎄보C’는 오토바이보다 안전한 출퇴근용 정도로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외관은 오토바이 한 대 크기였다. 내부는 170cm 키의 성인 2인이 앉을 수 있는 정도였다. 전장 2430mm, 전폭 1425mm, 전고 1550mm다. 뒷좌석은 없다. 가방 2개 정도 놓을 수 있는 크기다. 이 전기차는 리튬이온 10.16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약 4시간 완충해 최고출력 14.85kW, 최대토크 111Nm를 낸다. 환경부 시험 결과 1회 완충으로 상온에서 도심과 고속 복합으로 최대주행거리가 69.4km다. 서울 안에서 출퇴근 정도나 업무용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승용차보다는 작아서 안전성이 걱정되지만, 오토바이를 대신한다고 생각하면 좀 더 안전해보인다. 주유소에서의 전기차 판매는 당장에 매출이나 실적엔 큰 도움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사업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측면에서 정유사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신선하게 느끼고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자가 간다] 전기차 파는 주유소?…현대오일뱅크, 미래 신사업 도전

직영 서울 서초제일주유소 ‘초소형 전기차’ 전시·판매
“중소기업 상생·초소형 전기차 시장 선점 의미”

손기호 기자 승인 2022.06.21 16:42 | 최종 수정 2022.06.28 10:31 의견 0
21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직영주유소 서초제일주유소에 전기차 ‘쎄보C’ 차량이 전시돼 있다. 주유소에서 전기차 구매 계약도 가능하다. (사진=손기호)


“전기차 한 번 보세요”

이 말은 전기차 매장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주유소 직원이 건넨 말이다.

21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직영주유소 서초제일주유소를 방문했을 때 주유소 직원은 전기차 ‘쎄보C’ 차량을 살펴보는 기자에게 이처럼 말하며 홍보 책자를 줬다.

주유소 내에는 커다란 현수막에 ‘초소형 전기차 월 99,000원’이라고 내걸려 있었고 그 옆에 ‘쎄보C’ 전기차가 전시돼 있었다.

정유사는 주유소의 유휴부지를 활용해 미래 사업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었다.

■ 이례적인 정유사의 ‘전기차 판매’…“미래 신사업 확장 측면”

정유사 최초다. 주유소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일은 국내 정유사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전기차 충전기를 함께 운영하는 경우는 있어도 전기차를 직접 파는 일은 이례적이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휘발유와 경유를 이용하는 기존 내연기관차가 많이 팔려야 자사 주유소들이 매출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이처럼 대놓고 전기차를 판매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주유를 하던 차량의 한 차주는 차에서 내려 전기차 ‘쎄보C’를 신기하듯 보고선 다시 자신의 차에 탔다.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느냐는 질문에 주유소 직원은 “주유하는 분들이 한 번씩은 보는데 아직은 전시를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문의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주유소에서 전기차 판매는 어떤 의미일까. 현대오일뱅크 서초제일주유소 문경환 대표는 “서로 윈-윈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쎄보C’가 홍보가 필요한 중소기업이니까 본사 입장에서 도우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정유사 최초로 주유소 내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것”이라며 “미래 사업 모델 중 하나로 보면 될 것 같다”며 “주유소 유휴공간을 차량 전시 공간으로 제공하고 판매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중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직영주유소 운영인이 고객 상담과 매매계약서 체결 판매 대리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현대오일뱅크 직영주유소 전국 5곳인 서울 서초제일주유소, 인천 신공항주유소, 울산셀프주유소, 광주 동천마을주유소, 경기 용인의 경기주유소 등에서 전기차 전시를 하고 있다.

정유사의 미래 사업 확장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GS칼텍스는 이름을 ‘에너지플러스 허브’라고 바꾸고 전기차 충전소와 커피숍 등을 갖춘 주유소를 선보였다. 오는 8월에는 GS칼텍스 서울역 주유소를 새롭게 개조해 1층엔 주유소를, 윗층엔 식당과 공간대여 사무실을 두고, ‘서울로7017’ 고가도로와 연결해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미고 있다. 정유사들은 기존 사업에서 탈피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이번 전기차 시범 판매를 통해 주유소를 활용한 초소형 전기차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2021년 국내 신규 판매 전기차 약 10만대 중 초소형전기차 비중은 1%정도인 약 1200대에 불과하지만 향후 관련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통정체가 심하고 주차공간이 협소한 도심을 중심으로 개인 고객 수요가 늘고 있다. 최근엔 유통업체의 배송 차량, 지자체 관용 차량, 도심 관광 차량 등으로 활용도가 확대된 점도 긍정적이다.

21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직영주유소 서초제일주유소에 전기차 ‘쎄보C’ 차량이 전시돼 있다. 차량 외관 모습 (사진=손기호)


■ 계약도 주유소서 바로…서울은 보조금 받고 1030만원대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한 번 타볼까. 시승을 한 번 해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주유소 직원은 “번호판이 없어서 시운전은 해볼 수 없다”면서 “다만 내부는 살펴볼 수 있다”며 스마트키로 문을 열어줬다.

‘쎄보C’ 시승은 쎄보모빌리티 홈페이지를 통해서 신청할 수 있다. 가까운 쎄보 차량 전시장에서도 할 수 있다. 판매량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전시장은 쌍용차 전시장 등을 함께 이용하고 있었다. 서울의 한 쌍용차 전시장에 전화했더니 한 대 전시됐던 ‘쎄보C’ 차량이 얼마 전에 팔려서 지금은 타볼 수 없다고 했다.

전기차 계약도 이곳에서 가능하다. 서초제일주유소 문 대표는 “계약은 여기서 바로 가능하다. 사는 지역에 따라 보조금 제도가 다르다. 서울은 540만원을 보조금으로 받을 수 있어서 ‘쎄보C’ 판매가 1570만원에서 보조금을 빼고 1030만원에는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지역마다 보조금 차이가 있다. 경기도의 경우는 600~650만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해 920~970만원대에도 구매가 가능한 것으로 예상된다. 쎄보모빌리티 측은 “충남에서 구입하면 보조금을 받아 실 구매가격이 820만원에도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취·등록세가 면제되고, 공영주차장은 50% 할인된다.

21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직영주유소 서초제일주유소에 전기차 ‘쎄보C’ 차량이 전시돼 있다. 차량 내부 모습 (사진=손기호)


‘쎄보C’는 오토바이보다 안전한 출퇴근용 정도로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외관은 오토바이 한 대 크기였다. 내부는 170cm 키의 성인 2인이 앉을 수 있는 정도였다. 전장 2430mm, 전폭 1425mm, 전고 1550mm다. 뒷좌석은 없다. 가방 2개 정도 놓을 수 있는 크기다.

이 전기차는 리튬이온 10.16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약 4시간 완충해 최고출력 14.85kW, 최대토크 111Nm를 낸다. 환경부 시험 결과 1회 완충으로 상온에서 도심과 고속 복합으로 최대주행거리가 69.4km다. 서울 안에서 출퇴근 정도나 업무용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승용차보다는 작아서 안전성이 걱정되지만, 오토바이를 대신한다고 생각하면 좀 더 안전해보인다.

주유소에서의 전기차 판매는 당장에 매출이나 실적엔 큰 도움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사업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측면에서 정유사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신선하게 느끼고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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