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미국 은행주(상업은행 중심)들 주가가 반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를 이유로 미국 은행들의 펀더멘탈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실적발표를 이어가는 미국 은행주의 경우 사실 골드만삭스, 찰스슈왑 등 일부 투자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형 상업은행 지주회사들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이에 상반기 9조원에 달하는 사상최대 순이익 달성이 예상되는 국내 금융지주사들에 대해서도 실적 기대감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의 2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4조320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2분기 실적(4조1258억원)보다 5% 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에 1분기 순이익(4조5951억원)을 합치면 4개 금융지주의 상반기 순이익은 8조91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작년 상반기 실적(8조904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이익 증가의 주된 배경으로는 금리상승기 순이자마진(NIM)의 가파른 상승에 더해 기업대출 성장세가 견조하게 이어진 영향으로 시장에선 해석한다.

다만 최근 잇달아 나오고 있는 미국 대형 은행주들의 실적 동향을 감안할때 이 같은 전망이 과도하게 긍정적인 것은 아닌지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SK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일부 투자은행들의 실적 서프라이즈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대형 상업은행 지주회사들의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했다"며 "한국의 은행주도 미국처럼 컨센서스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구경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4대 은행지주(JP모간 체이스, 비오에프에이, 웰스파고, 씨티그룹) 중 씨티그룹을 제외하면 모두가 컨센서스를 하회했다"며 "씨티그룹 역시 컨센서스가 YoY -46% (순이익 기준)였는데 실제로는 -27%가 나온 것이어서 2분기 실적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적 부진의 주된 요인은 충당금 기준 강화에 따른 비용 증가다. 구 애널리스트는 "2분기 실적이 둔화된 은행지주들은 모두 대손충당금 비용 증가탓"이라며 "최근 긴축으로 경제전망이 어두워진 점을 반영하면서 충당금 비용이 늘어난 것인데, 향후 국내 은행들 역시 대손충당금 비용 증가로 인해 실적 컨센서스가 낮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미국 6개 대형 은행지주사들의 연간 순이익은 2021년 1311억 달러에서 2022년 1010억 달러로 -23% 감소가 예상됐다. 특히 이번 2분기 실적이 반영되면 컨센서스가 추가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구 애널리스트는 "물론 작년 실적에 충당금 환입이 포함돼 올해 감익은 누구나 예상 가능했다고는 해도, 모멘텀 자체가 나쁜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 실적 컨센서스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 국내 은행주도 미국처럼 향후 실적 기대감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편 KB, 신한, 하나,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내일과 모레 2분기 실적을 공시한다. KB금융지주는 21일, 신한, 하나, 우리금융지주는 22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