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전통시장. (사진=연합뉴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를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규제심판회의 첫 안건의 운명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일 시작된 국무조정실 규제심판 온라인 토론창에는 현재까지 300여명이 참여해 찬반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18일까지 이번 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규제심판회의는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규제심판부 주도로 개선해야 할 규제인지 여부를 숙의하는 제도로 윤석열정부에서 신설됐다. 10일 규제심판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 개선’ 토론실에 따르면 찬성·반대 의견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찬성하는 의견은 “휴무일 이전에 마트를 방문하는 사람이 많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시 전통시장에 가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많은 설문조사에서 이미 입증된 사실”, “쿠팡 키우고 마트 죽여서 과연 전통시장이 살아나겠냐”,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을 풀고 대형마트와 협업한다면 소비자들의 외출과 소비심리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반면 “소상공인들에게도 쉴 수 있는 휴일이 필요하다”, “대형마트 배불리기에 지나지 않는다”, “대형마트 주 1회도 아니고 월2회 쉰다. 그것마저 제한하면 입점해 있는 점주들은 언제 쉬라는 건가”, “정기휴무가 없어진다고 직원을 더 채용하지도 않을 것이며 급여가 더 오르지도 않는다. 일만 더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다”며 찬성 의견에 반박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 폐지를 두고 유통업계는 환영하고 있고,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10년 묵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무휴업제도 도입 직후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6개사는 서울 성동구와 동대문구를 상대로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지자체의 재량권 남용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으나 2심에서는 영업제한이 위법이라 판결했다. 결국 해당 소송은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합법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제도가 폐지되면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는 게 소상공인들의 주장이다. 소상공인진흥원과 시장경영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과 2014년 당시 대형마트 월2회 의무 휴업제 도입 이후 인근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매출은 7~14%씩 상승했다. 또 2017년 산업부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소비자 행태조사’에서는 ▲전통시장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12.4% ▲동네슈퍼(21.9%) ▲대형마트 근처 상점이용(13.2%) 순으로, 응답자 약 50%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이에 전국상인연합회는 지난 8일부터 1947개 전통시장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반대 현수막을 걸며 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형마트 근로자 단체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지난 3일 성명서를 통해 “국민제안 탑10 투표, 규제심판회의 등 정부의 누구도 근로자의 건강권과 관련해서는 이야기 하고 있지 않다”며 “이는 의도적으로 근로자의 휴식권 문제를 배제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형마트 의무휴업제의 존폐 여부는 결국 국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제도를 개선하려면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소야대 상황에서 민주당 등 야권이 반대할 가능성이 있어 법 개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주 민주당 원내 민생부대변인은 지난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형마트의 월2회 의무휴업은 대기업유통업체와 인근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이자, 오랜 논의를 거쳐 이뤄낸 사회적 합의”라며 “이제 와서 이를 뒤집어엎으려 하는 정부에 국민들과 700만 소상공인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여러 이해관계인들이 협의체를 만들어 숙의해나가겠다는 것이 마치 그럴듯한 민주적 절차를 거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정부는 규제심판회의의 ‘상생을 깨는 협의’를 중단하고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을 통해 검증된 사회적 경제적 상생의 가치를 더욱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찾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한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통산업발전법에 명확히 기재된 사회적 합의를 대놓고 무시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도 “10년 전 대형마트와 지역 상권 상생을 위해 도입했던 의무휴일제를 인기 투표로 없앨 수 있다는 발상이 저를 분노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2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소상공인 대표 5개 협·단체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중기부가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정책 대상이 누구인지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며 “우리의 입장과 오늘 말한 내용들을 잘 정리해 정부 및 관계부처와 소통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뜨거운 감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첨예한 갈등 속 운명은?

찬성 “휴업해도 전통시장 가는 사람 없다” vs 반대 “휴일 필요”
국회, 의무휴업제의 존폐 여부 결정…여소야대 법 개정 난관 예상
이동주 민주당 부대변인 “규제심판회의는 상생 깨는 협의”

탁지훈 기자 승인 2022.08.10 15:40 의견 0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전통시장. (사진=연합뉴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를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규제심판회의 첫 안건의 운명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일 시작된 국무조정실 규제심판 온라인 토론창에는 현재까지 300여명이 참여해 찬반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18일까지 이번 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규제심판회의는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규제심판부 주도로 개선해야 할 규제인지 여부를 숙의하는 제도로 윤석열정부에서 신설됐다.

10일 규제심판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 개선’ 토론실에 따르면 찬성·반대 의견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찬성하는 의견은 “휴무일 이전에 마트를 방문하는 사람이 많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시 전통시장에 가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많은 설문조사에서 이미 입증된 사실”, “쿠팡 키우고 마트 죽여서 과연 전통시장이 살아나겠냐”,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을 풀고 대형마트와 협업한다면 소비자들의 외출과 소비심리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반면 “소상공인들에게도 쉴 수 있는 휴일이 필요하다”, “대형마트 배불리기에 지나지 않는다”, “대형마트 주 1회도 아니고 월2회 쉰다. 그것마저 제한하면 입점해 있는 점주들은 언제 쉬라는 건가”, “정기휴무가 없어진다고 직원을 더 채용하지도 않을 것이며 급여가 더 오르지도 않는다. 일만 더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다”며 찬성 의견에 반박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 폐지를 두고 유통업계는 환영하고 있고,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10년 묵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무휴업제도 도입 직후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6개사는 서울 성동구와 동대문구를 상대로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지자체의 재량권 남용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으나 2심에서는 영업제한이 위법이라 판결했다. 결국 해당 소송은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합법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제도가 폐지되면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는 게 소상공인들의 주장이다.

소상공인진흥원과 시장경영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과 2014년 당시 대형마트 월2회 의무 휴업제 도입 이후 인근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매출은 7~14%씩 상승했다.

또 2017년 산업부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소비자 행태조사’에서는 ▲전통시장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12.4% ▲동네슈퍼(21.9%) ▲대형마트 근처 상점이용(13.2%) 순으로, 응답자 약 50%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이에 전국상인연합회는 지난 8일부터 1947개 전통시장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반대 현수막을 걸며 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형마트 근로자 단체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지난 3일 성명서를 통해 “국민제안 탑10 투표, 규제심판회의 등 정부의 누구도 근로자의 건강권과 관련해서는 이야기 하고 있지 않다”며 “이는 의도적으로 근로자의 휴식권 문제를 배제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형마트 의무휴업제의 존폐 여부는 결국 국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제도를 개선하려면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소야대 상황에서 민주당 등 야권이 반대할 가능성이 있어 법 개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주 민주당 원내 민생부대변인은 지난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형마트의 월2회 의무휴업은 대기업유통업체와 인근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이자, 오랜 논의를 거쳐 이뤄낸 사회적 합의”라며 “이제 와서 이를 뒤집어엎으려 하는 정부에 국민들과 700만 소상공인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여러 이해관계인들이 협의체를 만들어 숙의해나가겠다는 것이 마치 그럴듯한 민주적 절차를 거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정부는 규제심판회의의 ‘상생을 깨는 협의’를 중단하고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을 통해 검증된 사회적 경제적 상생의 가치를 더욱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찾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한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통산업발전법에 명확히 기재된 사회적 합의를 대놓고 무시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도 “10년 전 대형마트와 지역 상권 상생을 위해 도입했던 의무휴일제를 인기 투표로 없앨 수 있다는 발상이 저를 분노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2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소상공인 대표 5개 협·단체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중기부가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정책 대상이 누구인지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며 “우리의 입장과 오늘 말한 내용들을 잘 정리해 정부 및 관계부처와 소통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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