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치솟던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지났다는 이른바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배럴달 120달러를 웃돌던 원유가격이 80달러대 후반으로 내려앉고, 국제식량가격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전문가들은 9~10월을 정점으로 고물가 흐름이 한풀 꺾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도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시장에 따르면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 0.0%(불변), 전년동월대비 8.5% 상승했다. 이는 전월 40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9.1%)을 기록한 것에 비해 둔화된 것이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Core CPI)도 전년동월대비 5.9%(전월대비 0.3%) 상승하며 지난 3월(6.5%)을 정점으로 내리막이다. 미국 소비자물가 추이 (자료=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주는 생산자물가 역시 하락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11일(현지시각)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5% 하락했다고 밝혔다. 생산자물가가 떨어진 건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하는 ‘잠재적 인플레이션 지수(Underlying Inflation Gauge·UIG)’ 역시 지난 5월 4.88%에서 6월 4.82%, 7월 4.73%로 하락세다. 물가 고공행진이 주춤해진 이유는 무엇보다도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둔화했기 때문이다.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15일 배럴당 89.4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20달러를 웃돌던 지난 6월과 비교해 30달러가량 낮아진 것이다. 북해산 브렌트유(95.10달러)와 두바이유(94.6달러) 역시 1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국제 식량 가격도 내림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8.6% 내려갔다. 14년 전인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6월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정점으로 예상했던 우리의 견해에 부합한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에너지 가격의 조정과 핵심 재화물가의 하향 안정화에 힘입어 상승폭이 둔화되어 갈 것이며,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완만한 기대인플레이션 하락도 수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상승률 둔화가 광범위한 품목으로 확산되는 시기는 이르면 9월부터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끝난 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에너지를 비롯한 상품 물가는 피크아웃을 말할 수 있어도 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견조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피크아웃론은 공격적인 금리인상 행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오는 9월에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인상 컨센서스는 0.75%p에서 0.50%p로 낮아졌다. FOMC는 앞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두 차례 밟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2.25%다. 미국 2.25∼2.50%에 비해 낮다. 이에 오는 25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이후 연말까지는 관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물가통제력을 기반으로 미 연준이 9월 50bp 인상하고, 추가 인상 기대를 높이지 않는다면 연착륙 시나리오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며 "한국은 미국보다 앞서서 금리도 올린데다 경제 체력상 추가 긴축 기대가 많이 높지 않아 시장금리 정점은 확인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피크아웃론 확산...금리 인상도 막바지?

문형민 기자 승인 2022.08.17 15:52 의견 0

거침없이 치솟던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지났다는 이른바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배럴달 120달러를 웃돌던 원유가격이 80달러대 후반으로 내려앉고, 국제식량가격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전문가들은 9~10월을 정점으로 고물가 흐름이 한풀 꺾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도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시장에 따르면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 0.0%(불변), 전년동월대비 8.5% 상승했다. 이는 전월 40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9.1%)을 기록한 것에 비해 둔화된 것이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Core CPI)도 전년동월대비 5.9%(전월대비 0.3%) 상승하며 지난 3월(6.5%)을 정점으로 내리막이다.

미국 소비자물가 추이 (자료=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주는 생산자물가 역시 하락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11일(현지시각)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5% 하락했다고 밝혔다. 생산자물가가 떨어진 건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하는 ‘잠재적 인플레이션 지수(Underlying Inflation Gauge·UIG)’ 역시 지난 5월 4.88%에서 6월 4.82%, 7월 4.73%로 하락세다.

물가 고공행진이 주춤해진 이유는 무엇보다도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둔화했기 때문이다.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15일 배럴당 89.4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20달러를 웃돌던 지난 6월과 비교해 30달러가량 낮아진 것이다. 북해산 브렌트유(95.10달러)와 두바이유(94.6달러) 역시 1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국제 식량 가격도 내림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8.6% 내려갔다. 14년 전인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6월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정점으로 예상했던 우리의 견해에 부합한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에너지 가격의 조정과 핵심 재화물가의 하향 안정화에 힘입어 상승폭이 둔화되어 갈 것이며,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완만한 기대인플레이션 하락도 수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상승률 둔화가 광범위한 품목으로 확산되는 시기는 이르면 9월부터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끝난 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에너지를 비롯한 상품 물가는 피크아웃을 말할 수 있어도 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견조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피크아웃론은 공격적인 금리인상 행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오는 9월에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인상 컨센서스는 0.75%p에서 0.50%p로 낮아졌다. FOMC는 앞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두 차례 밟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2.25%다. 미국 2.25∼2.50%에 비해 낮다. 이에 오는 25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이후 연말까지는 관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물가통제력을 기반으로 미 연준이 9월 50bp 인상하고, 추가 인상 기대를 높이지 않는다면 연착륙 시나리오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며 "한국은 미국보다 앞서서 금리도 올린데다 경제 체력상 추가 긴축 기대가 많이 높지 않아 시장금리 정점은 확인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