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활화산 같이 타오르던 부동산 시장이 차갑게 식었다. 역대급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건설경기도 악화일로다. 지난 몇 년간 국내 도시정비사업에서 수주 대박을 터트린 건설업계도 수익성에 대한 고심으로 그늘이 지고 있다. 일은 벌여놨지만 수습을 해야 할 단계가 된 셈이다.
최근 만난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호황에 최근 몇년 간 수주가 급격히 늘어나고 인력도 많이 충원을 했는데 이제는 뒷감당이 문제다"라며 "이렇게까지 급격히 건설 경기가 안좋아질 거라고 회사도 예상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간 국내 대형건설사 다수는 도시정비사업에서 역대급 수주 실적을 쌓았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4조원이 넘는 수주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 수주 실적을 갈아치웠다. 올해도 2조4000억원대의 수주고를 올렸다.
현대건설은 올해 도시정비사업 7조 클럽에 들어섰다. 지난해에도 5조54999억원을 기록하며 자사 도시정비 수주 실적 기록을 경신했던 현대건설이다. 올해는 건설업계 역대 최대 도시정비 수주 기록을 노리고 있다.
롯데건설도 올해 3조5509억원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이었던 지난 2020년(2조6326억원)을 넘어섰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대형건설사가 1조 이상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곳간에 더했다.
도시정비사업 수주는 역대급이지만 착공과 분양까지는 산넘어 산이다. 시중금리 상승과 원자재값 급등으로 원활한 사업 진행도 어려움이 있으며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분양 '완판'까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KRX건설지수는 592.90으로 지난해 동기 776.16과 비교했을 때 23.6% 감소했다.
또 지난 7월까지 건축 허가는 전년 대비 12.9% 증가했으나 착공은 오히려 12.5% 가량 감소하는 등 사업 진행 자체가 더딘 모습이다. 같은 기간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3만1284가구로 전월 대비 12.1% 늘었다. 특히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이 지난해 말 1509가구에서 4528가구까지 증가했다. 지방에서도 미분양 가구는 같은 기간 1만 554가구가 늘어난 2만 6755가구로 집계됐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16일 보고서를 통해 "높아진 금리 수준과 매매가/분양가 괴리 축소, 베이스 부담 등의 영향으로 향후 민간 신규주택 수주는 감소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향후에는 이 부문의 수주가 줄어드는 속도에 좀 더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각 건설사들은 인건비와 원자재값 증가로 수익성 관리 등에도 애를 먹을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부진한 청약율에 악성 미분양 증가로 인한 건설업계의 자금난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도시정비 수주 전략을 더욱 보수적으로 잡아가고 있다"며 "향후 경기 상황에 따라 수주를 크게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