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시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미국 워싱턴D.C. 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열린 '한·미 통상장관회담'에 참석해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와 면담을 하고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우방이라던 미국이 한국에 이럴 줄 몰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자 국내 기업들은 일제히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엄지를 치켜 세우며 연이어 ‘그뤠잇(최고야)’을 외쳤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 생산 위주의 세금 혜택을 주는 ‘반도체와 과학법(반도체법)·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잇따라 서명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외면 당했다. 차별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미 정부는 ‘나몰라라’하고 있는 모양새다. 부랴부랴 우리 정부 당국자는 미국을 찾아 한국의 우려를 전달하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 통상교섭본부장, IPEF 회의 앞두고 미측에 우려 표명…“한미 협의체 구축” 합의 1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8~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가운데, 미 정부 관계자를 만나 ‘반도체법·IRA’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이번 IPEF 회의는 미국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지나 러몬드 상무부 장관이 공동 주재한다. 이번 회의에선 한국과 미국, 일본 등 14개 참가국의 장관(급)이 참여한 가운데 IPEF 4대 의제인 무역·공급망·청정경제·공정경제 등의 협상 범위 등을 논의한다. 앞서 지난 7일(현지시간) 안 본부장은 워싱턴D.C.에서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와 한미 통상장관회담을 열고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에서 한국 기업이 제외되는 부분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안 본부장은 IRA에 포함된 전기차 세액공제 대상에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다음으로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는 현대차·기아가 제외되는 등 차별적 조치로 인해 한국 상황이 엄중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미 양국이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이 대표는 우리 측의 우려에 대해 귀담아 듣고 양측이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 별도의 양자 협의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산업부는 밝혔다. 안 본부장은 워싱턴D.C.를 방문한 기간에 IRA 관련 백악관, 미 상·하원 의원, 씽크탱크 전문가 등과 연달아 만나며 한국의 우려를 전달했다. 안 본부장을 만난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IRA의 차별적 전기차 세액공제 규정에 대한 한국의 심각한 우려를 이해하고 있다”며 “백악관 차원에서도 관심을 갖고 체계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2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삼성·SK·현대차·LG 등 83조원 투자 약속…‘반도체법·IRA’ 뒷통수 날린 바이든 한국 기업들이 배신감이 드는 이유는 미국에 많은 투자를 약속한 후 ‘반도체법·IRA’라는 한국을 차별하는 법안 통과로 뒷통수를 맞았기 때문이다. 본래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에 한국이 피해를 보며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 됐다. 지난 5~7월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4대 그룹이 미국에 새로 투자하겠다고 밝힌 투자액은 총 합산 605억 달러(약 83조원)에 이른다. SK그룹은 220억 달러(약 30조원),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23조원), 현대차그룹은 105억 달러(15조원), LG그룹은 110억 달러(16조원)다. 지난 7월26일(현지시간) 최태원 회장과 화상회의를 가졌던 바이든 대통령은 9번이나 “생큐, 토니(최 회장)”를 외치며 “미국과 한국 등 동맹이 21세기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당시 최 회장은 “한·미 양국이 21세기 세계 경제를 주도할 기술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며 “핵심 기술과 관련한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도 텍사스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제2공장을 건설하기로 확정했다. 향후 20년간 25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11개를 짓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방한한 바이든 대통령과 독대한 후 로보틱스, 인공지능(AI),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기술 등에 105억 달러를 약속했다. LG그룹도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등과 함께 미시간주 배터리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완성차 업체 GM과 합작한 얼티엄셀즈를 통해 신규 공장을 건설하는 등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월 26일 오후 2시(한국시간 7월 27일 오전 3시)에 화상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바이든 미 대통령은 최근 자국산에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의 ‘반도체법·IRA’에 서명했다. 한국 기업들이 받을 수 있는 피해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한국 정부 당국자가 나서서 우려를 표명해도 한국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등의 대책도 없다. 지난달 9일 바이든 대통령은 미 상·하원을 통과한 ‘반도체법’에 서명했다. 이달 6일 러몬드 미 상무장관 발표 내용에 따르면, 내년 2월 이전에 생산시설 지원 신청을 받으며 봄에 자금 집행을 희망한다고 했다. 390억 달러 지원금 중 280억 달러는 첨단, 100억 달러는 성숙 공정 시설에 지원한다. 하지만 지원을 받고 향후 10년간 중국 내 첨단공정 시설을 지을 수 없다. 만약 이렇게 하면 자금은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등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두 기업 모두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마지막 날인 5월2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만나 환담을 나눈 뒤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지난달 16일 바이든 대통령은 또 미국 내 생산 전기차에 한해서만 보조금 혜택을 주는 IRA법에 서명하고 공포했다. IRA는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에 따라 한국산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IRA에 의해 현대차·기아의 아이오닉5·EV6 등은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보조금 혜택은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된다. 미국에서 테슬라 다음 2위의 판매기록을 보유한 현대차·기아 전기차는 IRA에 의한 보조금 혜택 제외로 그 다음 순위인 미국 포드 전기차보다 비싸진다. 같은 성능이라면 좀 더 싼 차를 구매하는 게 소비자 심리이다. IRA는 완성차 기업뿐 아니라 배터리 기업에도 세제혜택 여부를 결정짓는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도 미국에 조속히 합작 공장을 짓거나 원자재를 중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SDI는 IRA 세제혜택을 적용받기 위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설립할 배터리 합작공장 착공 시기를 두 달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자동차업체 스텔란티스와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해 연산 23GWh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는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과 지동섭 SK온 사장도 미국 측 시행령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중국 외 지역에서 원자재 비중을 늘리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과학기술정책실에서 향후 4년간 전략을 짜고 2년마다 브리핑을 하고 이를 연말에 인터넷으로 공개한다”며 “올해나 내년 연말에 인터넷에 이러한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보면 반도체법의 구체적인 시행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 부연구위원은 “미국의 패권 경쟁을 볼 때, 중국, 러시아, 이란이 아닌 인도·태평양 중심으로 원자재 공급망을 재편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도 이러한 국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우방 미국’이 이럴수가…‘반도체법·인플레법’에 韓기업들 배신감

정부, 미 IPEF 앞두고 미 정부당국자·의원 만나 ‘우려 표명’
한·미 통상협의체 구축 합의…삼성·SK·현대차·LG, 법안 구체화 예의주시
전문가 “미·중 패권 고려해 인도·태평양 국가 중심 원자재 수급 고려해봐야”

손기호 기자 승인 2022.09.10 06:00 | 최종 수정 2022.09.10 11:05 의견 0
지난 7일(현지시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미국 워싱턴D.C. 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열린 '한·미 통상장관회담'에 참석해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와 면담을 하고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우방이라던 미국이 한국에 이럴 줄 몰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자 국내 기업들은 일제히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엄지를 치켜 세우며 연이어 ‘그뤠잇(최고야)’을 외쳤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 생산 위주의 세금 혜택을 주는 ‘반도체와 과학법(반도체법)·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잇따라 서명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외면 당했다. 차별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미 정부는 ‘나몰라라’하고 있는 모양새다. 부랴부랴 우리 정부 당국자는 미국을 찾아 한국의 우려를 전달하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 통상교섭본부장, IPEF 회의 앞두고 미측에 우려 표명…“한미 협의체 구축” 합의

1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8~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가운데, 미 정부 관계자를 만나 ‘반도체법·IRA’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이번 IPEF 회의는 미국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지나 러몬드 상무부 장관이 공동 주재한다. 이번 회의에선 한국과 미국, 일본 등 14개 참가국의 장관(급)이 참여한 가운데 IPEF 4대 의제인 무역·공급망·청정경제·공정경제 등의 협상 범위 등을 논의한다.

앞서 지난 7일(현지시간) 안 본부장은 워싱턴D.C.에서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와 한미 통상장관회담을 열고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에서 한국 기업이 제외되는 부분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안 본부장은 IRA에 포함된 전기차 세액공제 대상에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다음으로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는 현대차·기아가 제외되는 등 차별적 조치로 인해 한국 상황이 엄중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미 양국이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이 대표는 우리 측의 우려에 대해 귀담아 듣고 양측이 전기차 세액공제 관련 별도의 양자 협의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산업부는 밝혔다.

안 본부장은 워싱턴D.C.를 방문한 기간에 IRA 관련 백악관, 미 상·하원 의원, 씽크탱크 전문가 등과 연달아 만나며 한국의 우려를 전달했다.

안 본부장을 만난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IRA의 차별적 전기차 세액공제 규정에 대한 한국의 심각한 우려를 이해하고 있다”며 “백악관 차원에서도 관심을 갖고 체계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2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삼성·SK·현대차·LG 등 83조원 투자 약속…‘반도체법·IRA’ 뒷통수 날린 바이든

한국 기업들이 배신감이 드는 이유는 미국에 많은 투자를 약속한 후 ‘반도체법·IRA’라는 한국을 차별하는 법안 통과로 뒷통수를 맞았기 때문이다. 본래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에 한국이 피해를 보며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 됐다.

지난 5~7월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4대 그룹이 미국에 새로 투자하겠다고 밝힌 투자액은 총 합산 605억 달러(약 83조원)에 이른다. SK그룹은 220억 달러(약 30조원),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23조원), 현대차그룹은 105억 달러(15조원), LG그룹은 110억 달러(16조원)다.

지난 7월26일(현지시간) 최태원 회장과 화상회의를 가졌던 바이든 대통령은 9번이나 “생큐, 토니(최 회장)”를 외치며 “미국과 한국 등 동맹이 21세기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당시 최 회장은 “한·미 양국이 21세기 세계 경제를 주도할 기술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며 “핵심 기술과 관련한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도 텍사스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제2공장을 건설하기로 확정했다. 향후 20년간 25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 11개를 짓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방한한 바이든 대통령과 독대한 후 로보틱스, 인공지능(AI),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기술 등에 105억 달러를 약속했다.

LG그룹도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등과 함께 미시간주 배터리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완성차 업체 GM과 합작한 얼티엄셀즈를 통해 신규 공장을 건설하는 등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월 26일 오후 2시(한국시간 7월 27일 오전 3시)에 화상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바이든 미 대통령은 최근 자국산에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의 ‘반도체법·IRA’에 서명했다. 한국 기업들이 받을 수 있는 피해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한국 정부 당국자가 나서서 우려를 표명해도 한국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등의 대책도 없다.

지난달 9일 바이든 대통령은 미 상·하원을 통과한 ‘반도체법’에 서명했다. 이달 6일 러몬드 미 상무장관 발표 내용에 따르면, 내년 2월 이전에 생산시설 지원 신청을 받으며 봄에 자금 집행을 희망한다고 했다. 390억 달러 지원금 중 280억 달러는 첨단, 100억 달러는 성숙 공정 시설에 지원한다. 하지만 지원을 받고 향후 10년간 중국 내 첨단공정 시설을 지을 수 없다. 만약 이렇게 하면 자금은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등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두 기업 모두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마지막 날인 5월2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만나 환담을 나눈 뒤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지난달 16일 바이든 대통령은 또 미국 내 생산 전기차에 한해서만 보조금 혜택을 주는 IRA법에 서명하고 공포했다. IRA는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에 따라 한국산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IRA에 의해 현대차·기아의 아이오닉5·EV6 등은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보조금 혜택은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된다. 미국에서 테슬라 다음 2위의 판매기록을 보유한 현대차·기아 전기차는 IRA에 의한 보조금 혜택 제외로 그 다음 순위인 미국 포드 전기차보다 비싸진다. 같은 성능이라면 좀 더 싼 차를 구매하는 게 소비자 심리이다.

IRA는 완성차 기업뿐 아니라 배터리 기업에도 세제혜택 여부를 결정짓는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도 미국에 조속히 합작 공장을 짓거나 원자재를 중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SDI는 IRA 세제혜택을 적용받기 위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설립할 배터리 합작공장 착공 시기를 두 달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자동차업체 스텔란티스와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해 연산 23GWh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는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과 지동섭 SK온 사장도 미국 측 시행령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중국 외 지역에서 원자재 비중을 늘리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과학기술정책실에서 향후 4년간 전략을 짜고 2년마다 브리핑을 하고 이를 연말에 인터넷으로 공개한다”며 “올해나 내년 연말에 인터넷에 이러한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보면 반도체법의 구체적인 시행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 부연구위원은 “미국의 패권 경쟁을 볼 때, 중국, 러시아, 이란이 아닌 인도·태평양 중심으로 원자재 공급망을 재편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도 이러한 국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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