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나 바이든이나 똑같다." 최근 만난 한 대기업 임원은 이렇게 일갈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는 결이 달랐다. 노골적으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며 전통적인 우방인 국가들에게도 희생을 강요했다. 경쟁자로 부상한 중국은 더 심하게 대했다. 무역전쟁을 도발하는 등 자유무역을 기반으로한 세계 질서를 무너뜨렸다. 미국 내에서도 편가르기 행태를 밀고나갔다. 돈키호테식 행태는 결국 재선 실패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미국 국민들이 고령의 조 바이든을 선택한 것은 바이든이 좋아서라기 보다 트럼프에 질려서였다. 오랜 기간 상원의원과 부통령을 역임하며 쌓아온 부드러움, 합리성, 안정성 등에 미국인들은 표를 모아줬다. 지난해 1월 취임 직후만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돌아왔다"며 이러한 기대에 부응할 것 같았다. 국제사회도 공존을 통한 국제질서 회복을 기대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미소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바뀌었다. 트럼프 못지 않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으로 자국 이기주의에 올인하자 '얌전한 트럼프'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취임 후 몇개월 지나지 않아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을 밀어부쳤다. 지난해 7월 연방 정부가 공공물자를 조달할 때 미국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한 것. 이어 지난해 11월 신규 연방 인프라 건설 사업에 쓰이는 모든 철강은 미국에서 조달하게하는 인프라 법안도 추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것을 사실상 강요했다. 올해는 더 나아가 '반도체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잇따라 제정했다. 반도체 과학법은 반도체와 첨단기술 생태계 육성에 2800억달러(365조원)를 투자하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경우 25%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IRA법 역시 마찬가지다. IRA법은 미국을 포함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개의 법으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난처한 상황에 몰렸다. '반도체 과학법'은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향후 10년 간 중국에 반도체 시설을 신규 투자하거나 확충할 수 없다는 조항을 품고 있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뒤통수를 맞았다. 중국 견제하고 고립시키는 대신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과정에서 '전통적 우방'은 고려되지 않은 셈이다. IRA법에 따른 보조금 혜택은 한국 자동차 기업에게 독소조항이 됐다. 미국 자동차 통계업체 엑스페리안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전기차 중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등록 기준)은 테슬라의 전기 SUV(다목적스포츠차량) 모델Y, 테슬라 모델3, 포드 머스탱 마하E 등 순이었다. 4위와 5위 역시 테슬라 차량이다. 이들에 이어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가 6, 7위에 올랐다. 앞으로 현대차 아이오닉5는 보조금 못받고 4만달러(약 5250만원)에 팔아야하는 반면 경쟁 차종인 포드 머스탱 마하E는 보조금 7500달러(약 1000만원) 혜택을 받아 3만7500달러(약 4800만원)로 내려간다. 판매량이 요동칠 게 뻔하다. 문형민 편집국장 우리 정부는 부랴부랴 미국 정부를 상대로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낙관적이지 않다. 달라진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꿈쩍도 안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가 끝나도 바뀌지 않을 거다. 한국 정부도 현명하게 실리적으로 판단해야한다. 보호주의적 통상정책으로 돌아선 미국에게 언제까지 '전통적 우방' 타령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데스크 칼럼] “트럼프나 바이든이나” 미 우선주의 대처법 고민해야

문형민 기자 승인 2022.09.20 17:37 의견 0

"트럼프나 바이든이나 똑같다."

최근 만난 한 대기업 임원은 이렇게 일갈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는 결이 달랐다. 노골적으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며 전통적인 우방인 국가들에게도 희생을 강요했다. 경쟁자로 부상한 중국은 더 심하게 대했다. 무역전쟁을 도발하는 등 자유무역을 기반으로한 세계 질서를 무너뜨렸다. 미국 내에서도 편가르기 행태를 밀고나갔다.

돈키호테식 행태는 결국 재선 실패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미국 국민들이 고령의 조 바이든을 선택한 것은 바이든이 좋아서라기 보다 트럼프에 질려서였다. 오랜 기간 상원의원과 부통령을 역임하며 쌓아온 부드러움, 합리성, 안정성 등에 미국인들은 표를 모아줬다. 지난해 1월 취임 직후만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돌아왔다"며 이러한 기대에 부응할 것 같았다. 국제사회도 공존을 통한 국제질서 회복을 기대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미소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바뀌었다. 트럼프 못지 않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으로 자국 이기주의에 올인하자 '얌전한 트럼프'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취임 후 몇개월 지나지 않아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을 밀어부쳤다. 지난해 7월 연방 정부가 공공물자를 조달할 때 미국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한 것. 이어 지난해 11월 신규 연방 인프라 건설 사업에 쓰이는 모든 철강은 미국에서 조달하게하는 인프라 법안도 추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것을 사실상 강요했다.

올해는 더 나아가 '반도체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잇따라 제정했다. 반도체 과학법은 반도체와 첨단기술 생태계 육성에 2800억달러(365조원)를 투자하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경우 25%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IRA법 역시 마찬가지다. IRA법은 미국을 포함 북미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개의 법으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난처한 상황에 몰렸다. '반도체 과학법'은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향후 10년 간 중국에 반도체 시설을 신규 투자하거나 확충할 수 없다는 조항을 품고 있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뒤통수를 맞았다. 중국 견제하고 고립시키는 대신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과정에서 '전통적 우방'은 고려되지 않은 셈이다.

IRA법에 따른 보조금 혜택은 한국 자동차 기업에게 독소조항이 됐다. 미국 자동차 통계업체 엑스페리안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전기차 중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등록 기준)은 테슬라의 전기 SUV(다목적스포츠차량) 모델Y, 테슬라 모델3, 포드 머스탱 마하E 등 순이었다. 4위와 5위 역시 테슬라 차량이다. 이들에 이어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가 6, 7위에 올랐다. 앞으로 현대차 아이오닉5는 보조금 못받고 4만달러(약 5250만원)에 팔아야하는 반면 경쟁 차종인 포드 머스탱 마하E는 보조금 7500달러(약 1000만원) 혜택을 받아 3만7500달러(약 4800만원)로 내려간다. 판매량이 요동칠 게 뻔하다.

문형민 편집국장


우리 정부는 부랴부랴 미국 정부를 상대로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낙관적이지 않다. 달라진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꿈쩍도 안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가 끝나도 바뀌지 않을 거다.

한국 정부도 현명하게 실리적으로 판단해야한다. 보호주의적 통상정책으로 돌아선 미국에게 언제까지 '전통적 우방' 타령만 하고 있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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