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이 다시금 불법으로 얼룩지고 있다. 과도한 출혈 경쟁은 피하던 대형건설사도 하반기부터 수주 경쟁이 펼쳐지는 일부 사업지에서는 밀리지 않기 위해 입찰 지침을 왕왕 위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총력전을 벌이는 서울 한남2구역이다. 양 사는 조합으로부터 규정 위반과 관련해 각각 허위사실 유포 및 조합 신뢰성 훼손, 시공사 경쟁 격화에 따른 주의 조치를 받았다. 대우건설은 서울시 남산 경관을 위한 고도 제한인 해발 90m를 넘는 118m의 대안설계안을 제출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조합은 1회 주의 조치를 통보했다. 롯데건설도 조합으로부터 승인받지 않은 홍보물을 임의로 배포해 주의 조치 받았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양 측 모두 입을 모아 "깨끗한 승부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올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여론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정비사업을 관할하는 용산구청에서도 시공사 간 경쟁 격화 우려를 드러내며 신중히 살피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형 사업지에 민감한 사안을 두고 구청에서 한쪽 편을 들어주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어 섣부르게 나서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인천 숭의 5구역에서도 SK에코플랜트와 두산건설이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조합의 경고가 쏟아졌다. 두산건설은 불법 홍보로 인한 3회 경고를 받았다. 이에 입찰 자격 제한과 보증금 100억원을 몰수 당했다. 현행법상 시공사가 3회 이상 홍보 규정을 위반하면 대의원회 결의를 통해 입찰 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2022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기준 1위 삼성물산과 2위 현대건설이 맞붙는 울산 중구 B04 재개발 사업지에서도 잡음이 나왔다. 조합 측이 개별 홍보를 금지했음에도 현대건설 측이 OS요원을 현장에 투입해 조합원과 직접 접촉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조합 측은 해당 행위 중단 요청과 함께 소명을 요구했다. 금품이 오가지는 않았다는 현대건설의 해명이 있었고 OS요원 활동도 중단되자 조합 측은 이를 더 문제 삼지 않았다. 다만 이후로 사업지 인근 부동산 업체 관련자들이 서울 지역 내 '디에이치' 단지를 둘러보는 투어를 제안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불법 홍보 논란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부동산 업체가 직접적인 조합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시각과 제3자를 통하여 금품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시각이 맞서며 갈등 양상이 나왔다. 실제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132조에 따르면 조합과 입찰에 참여하려는 시공사에 금품 제공·수수 행위는 물론 제 3자를 통한 유사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그동안 도시정비 수주 과정에서 별다른 잡음이 없던 현대건설이다. 올해 8조원이 넘는 역대급 수주액을 올렸으나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시공권을 따냈던 터다. 현대건설 측도 "올해는 사실상 경쟁을 벌인 사업지가 거의 없다보니 정비사업 불법 홍보로 문제가 됐던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굵직한 도시정비사업에서 건설사 간 경쟁이 벌어질 때만 되면 이같은 불법 홍보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조합 측에서 건설사의 경쟁을 원해 일부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사례도 문제다. 그러나 불법 활동을 눈감아준다면 향후 정비사업 지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선정이 되지 않은 건설사가 해당 행위를 두고 소송전에 나선다면 사업 장기 표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조합 입장에서는 당장의 이득이 있더라도 사업 순항과 조합원 전체 이익을 고려했을 때는 불법 홍보 활동에 대해 단호한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 건설사의 불법 행위를 법원이 인정하더라도 한번 확보한 시공권은 유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판례가 그러했다. 조합과 법원, 관할 구청의 힘만으로 정비사업 시장 정화는 요원해보인다. 결국 건설사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과거와 같이 대규모 금품 수수 논란은 분명 줄었으나 여전히 암암리에서는 불법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정비사업과 건설사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다시 '클린수주'를 외칠 때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재건축·재개발 복마전, 건설업계 자정 능력 증명할 때

도시정비사업, 경쟁 붙었다 하면 치열한 여론전에 불법 홍보도 '왕왕'

정지수 기자 승인 2022.10.12 14:45 의견 0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이 다시금 불법으로 얼룩지고 있다. 과도한 출혈 경쟁은 피하던 대형건설사도 하반기부터 수주 경쟁이 펼쳐지는 일부 사업지에서는 밀리지 않기 위해 입찰 지침을 왕왕 위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총력전을 벌이는 서울 한남2구역이다. 양 사는 조합으로부터 규정 위반과 관련해 각각 허위사실 유포 및 조합 신뢰성 훼손, 시공사 경쟁 격화에 따른 주의 조치를 받았다.

대우건설은 서울시 남산 경관을 위한 고도 제한인 해발 90m를 넘는 118m의 대안설계안을 제출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조합은 1회 주의 조치를 통보했다. 롯데건설도 조합으로부터 승인받지 않은 홍보물을 임의로 배포해 주의 조치 받았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양 측 모두 입을 모아 "깨끗한 승부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올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여론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정비사업을 관할하는 용산구청에서도 시공사 간 경쟁 격화 우려를 드러내며 신중히 살피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형 사업지에 민감한 사안을 두고 구청에서 한쪽 편을 들어주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어 섣부르게 나서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인천 숭의 5구역에서도 SK에코플랜트와 두산건설이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조합의 경고가 쏟아졌다. 두산건설은 불법 홍보로 인한 3회 경고를 받았다. 이에 입찰 자격 제한과 보증금 100억원을 몰수 당했다. 현행법상 시공사가 3회 이상 홍보 규정을 위반하면 대의원회 결의를 통해 입찰 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2022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기준 1위 삼성물산과 2위 현대건설이 맞붙는 울산 중구 B04 재개발 사업지에서도 잡음이 나왔다.

조합 측이 개별 홍보를 금지했음에도 현대건설 측이 OS요원을 현장에 투입해 조합원과 직접 접촉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조합 측은 해당 행위 중단 요청과 함께 소명을 요구했다. 금품이 오가지는 않았다는 현대건설의 해명이 있었고 OS요원 활동도 중단되자 조합 측은 이를 더 문제 삼지 않았다.

다만 이후로 사업지 인근 부동산 업체 관련자들이 서울 지역 내 '디에이치' 단지를 둘러보는 투어를 제안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불법 홍보 논란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부동산 업체가 직접적인 조합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시각과 제3자를 통하여 금품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시각이 맞서며 갈등 양상이 나왔다. 실제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132조에 따르면 조합과 입찰에 참여하려는 시공사에 금품 제공·수수 행위는 물론 제 3자를 통한 유사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그동안 도시정비 수주 과정에서 별다른 잡음이 없던 현대건설이다. 올해 8조원이 넘는 역대급 수주액을 올렸으나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시공권을 따냈던 터다. 현대건설 측도 "올해는 사실상 경쟁을 벌인 사업지가 거의 없다보니 정비사업 불법 홍보로 문제가 됐던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굵직한 도시정비사업에서 건설사 간 경쟁이 벌어질 때만 되면 이같은 불법 홍보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조합 측에서 건설사의 경쟁을 원해 일부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사례도 문제다. 그러나 불법 활동을 눈감아준다면 향후 정비사업 지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선정이 되지 않은 건설사가 해당 행위를 두고 소송전에 나선다면 사업 장기 표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조합 입장에서는 당장의 이득이 있더라도 사업 순항과 조합원 전체 이익을 고려했을 때는 불법 홍보 활동에 대해 단호한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

건설사의 불법 행위를 법원이 인정하더라도 한번 확보한 시공권은 유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판례가 그러했다. 조합과 법원, 관할 구청의 힘만으로 정비사업 시장 정화는 요원해보인다. 결국 건설사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과거와 같이 대규모 금품 수수 논란은 분명 줄었으나 여전히 암암리에서는 불법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정비사업과 건설사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다시 '클린수주'를 외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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