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 빈 살만 방한 이후 국내 기업들이 빈 살만의 선물을 받았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서는 '제 2중동 붐' 실현을 기대하고 있다. 뷰어스는 경기 침체의 늪에 빠진 국내 기업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오일머니가 어떤 식으로 스며들 지 조명한다. -편집자 주- 네옴시티 옥사곤. (사진=네옴) 빈 살만의 방한과 함께 가장 대표적인 수혜 산업으로 꼽힌 건설업종에 지난 1970년대 한국 경제의 도약을 이끈 중동 붐이 재현될 수 있을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빈 살만이 주도해 추진하는 650조 규모의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주택은 물론 항만과 철도·에너지 시설 등 인프라 관련 대규모 발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네옴시티는 170㎞의 직선도시인 ‘더라인(THE LINE)’과 지름 7㎞ 규모의 팔각형 산업단지인 ‘옥사곤(Oxagon)’, 해발 1500~2600m 네옴산에 조성되는 산악관광지구인 ‘트로제나(Trojena)’ 등으로 구성된다. 각 도시 조성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드러난 기업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다. 이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더 라인의 주요 교통수단이 될 초고속 철도용 터널 공사 착공에 들어갔다. 삼성물산은 이와 함께 빈 살만 방한 당시 또 다른 투자 업무 협약(MOU)를 맺기도 했다. 4개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사우디 국부펀드(PIF) 간 사업비가 8조5000억원에 달하는 그린 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프로젝트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외에도 삼성물산은 PIF와 네옴시티에 철강 모듈러 방식으로 임직원 숙소 1만 가구를 짓는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도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과 함께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가 최대 주주로 있는 에쓰오일이 발주한 샤힌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에틸렌, 폴리에틸렌(PE)을 비롯한 석유화학 제품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프로젝트 총 규모는 약 9조원 가량으로 아람코의 국내 최대 투자 액수다. 현대건설은 해당 프로젝트에 아람코의 기술이 활용되는 만큼 이를 발판으로 향후 사우디 지역에서의 추가 수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네옴시티 더 라인. (사진=네옴) 대우건설도 가스·석유화학 플랜트 부문에서 협력을 약속했다. 천연가스 액화플랜트에서도 수주 기대감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는 오는 2030년까지 천연가스 생산량을 50%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나이지리아 천연가스 액화플랜트 EPC를 국내 최초로 원청 수주하는 등 해당 분야에서 기술력을 이미 입증했다. 회사의 액화플랜트 시공분야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10%에 달한다. 포스코건설과 코오롱글로벌도 향후 오일머니에 의한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포스코건설은 직접적인 계약체결은 없으나 포스코홀딩스가 삼성물산과 함께 그린 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프로젝트 MOU에 나서면 시공사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 그룹 내에서 플랜트 관련 시공을 진행하는 건설사는 포스코건설 뿐이다. 신사업을 통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던 코오롱글로벌은 스마트팜 사업으로 사우디에 손을 내민다. 코오롱글로벌은 최근 스마트팜 업체 올레팜, 사우디아라비아의 식품 제조·유통 기업인 파이드(FAIDH)와 스마트팜 사업추진 및 생산 극대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신사업 진출 차원에서 2020년 스마트팜 관련 기업 올레팜 지분 20%를 확보한 뒤 33.3%까지 지분율을 늘렸다. 일찍이 스마트팜 시장에 뛰어든 덕분에 이번 제2중동 붐 대열에도 올라탈 수 있었다. 증권가에서도 건설업계가 해외 사업 확대 모멘텀에 집중할 필요가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네옴시티 관련 수주에 주목하고 있다. 건설사의 네옴시티 관련 수주가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정유화학, 가스 등 기존 화공 플랜트 수주 성장도 기대되는 가운데 네옴시티와 원전은 그 성장폭을 한 층 끌어올릴 수 있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네옴시티) 연간 투자 금액 약 50조원은 국내 전체 해외 수주 규모 30~70조원과 비슷한 규모로 향후 10년 동안 해외 수주 시장의 파이를 크게 키워줄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네옴시티 수주와 관련한 지나친 기대감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이란과 갈등에 따른 사우디의 지정학 리스크는 무시할 수 없으며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현실성에 대한 논란도 꾸준하다. 그리고 국내 다수의 건설사들이 이미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지역에서 무리한 경쟁입찰로 피를 흘리고 발을 뺀 전력이 있다. 이번에도 협력 체결은 이뤄졌지만 실제 수주까지는 다수의 경쟁입찰이 예고된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건설경기 악화 속에 중동 시장에서 발주가 늘어난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라면서도 "우려되는 부분은 과거와 같은 출혈 경쟁은 삼가야할 부분이다. '원팀 코리아'로 활동에 나선만큼 건설사 간 상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빈 살만의 선물] 중동 붐 재현 기대감↑…삼성물산·현대건설, 철도용 터널 공사 착공

'네옴시티' 프로젝트…오일머니 타고 플랜트 붐 컴백
네옴시티에 국내 모듈러·스마트팜 신사업도 가세

정지수 기자 승인 2022.11.27 07:00 의견 0

사우디 왕세자 빈 살만 방한 이후 국내 기업들이 빈 살만의 선물을 받았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서는 '제 2중동 붐' 실현을 기대하고 있다. 뷰어스는 경기 침체의 늪에 빠진 국내 기업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오일머니가 어떤 식으로 스며들 지 조명한다. -편집자 주-

네옴시티 옥사곤. (사진=네옴)

빈 살만의 방한과 함께 가장 대표적인 수혜 산업으로 꼽힌 건설업종에 지난 1970년대 한국 경제의 도약을 이끈 중동 붐이 재현될 수 있을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빈 살만이 주도해 추진하는 650조 규모의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주택은 물론 항만과 철도·에너지 시설 등 인프라 관련 대규모 발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네옴시티는 170㎞의 직선도시인 ‘더라인(THE LINE)’과 지름 7㎞ 규모의 팔각형 산업단지인 ‘옥사곤(Oxagon)’, 해발 1500~2600m 네옴산에 조성되는 산악관광지구인 ‘트로제나(Trojena)’ 등으로 구성된다.

각 도시 조성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드러난 기업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다. 이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더 라인의 주요 교통수단이 될 초고속 철도용 터널 공사 착공에 들어갔다.

삼성물산은 이와 함께 빈 살만 방한 당시 또 다른 투자 업무 협약(MOU)를 맺기도 했다. 4개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사우디 국부펀드(PIF) 간 사업비가 8조5000억원에 달하는 그린 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프로젝트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외에도 삼성물산은 PIF와 네옴시티에 철강 모듈러 방식으로 임직원 숙소 1만 가구를 짓는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도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과 함께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가 최대 주주로 있는 에쓰오일이 발주한 샤힌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에틸렌, 폴리에틸렌(PE)을 비롯한 석유화학 제품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프로젝트 총 규모는 약 9조원 가량으로 아람코의 국내 최대 투자 액수다. 현대건설은 해당 프로젝트에 아람코의 기술이 활용되는 만큼 이를 발판으로 향후 사우디 지역에서의 추가 수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네옴시티 더 라인. (사진=네옴)

대우건설도 가스·석유화학 플랜트 부문에서 협력을 약속했다. 천연가스 액화플랜트에서도 수주 기대감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는 오는 2030년까지 천연가스 생산량을 50%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나이지리아 천연가스 액화플랜트 EPC를 국내 최초로 원청 수주하는 등 해당 분야에서 기술력을 이미 입증했다. 회사의 액화플랜트 시공분야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10%에 달한다.

포스코건설과 코오롱글로벌도 향후 오일머니에 의한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포스코건설은 직접적인 계약체결은 없으나 포스코홀딩스가 삼성물산과 함께 그린 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프로젝트 MOU에 나서면 시공사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 그룹 내에서 플랜트 관련 시공을 진행하는 건설사는 포스코건설 뿐이다.

신사업을 통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던 코오롱글로벌은 스마트팜 사업으로 사우디에 손을 내민다. 코오롱글로벌은 최근 스마트팜 업체 올레팜, 사우디아라비아의 식품 제조·유통 기업인 파이드(FAIDH)와 스마트팜 사업추진 및 생산 극대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신사업 진출 차원에서 2020년 스마트팜 관련 기업 올레팜 지분 20%를 확보한 뒤 33.3%까지 지분율을 늘렸다. 일찍이 스마트팜 시장에 뛰어든 덕분에 이번 제2중동 붐 대열에도 올라탈 수 있었다.

증권가에서도 건설업계가 해외 사업 확대 모멘텀에 집중할 필요가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네옴시티 관련 수주에 주목하고 있다. 건설사의 네옴시티 관련 수주가 투자자들의 움직임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정유화학, 가스 등 기존 화공 플랜트 수주 성장도 기대되는 가운데 네옴시티와 원전은 그 성장폭을 한 층 끌어올릴 수 있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네옴시티) 연간 투자 금액 약 50조원은 국내 전체 해외 수주 규모 30~70조원과 비슷한 규모로 향후 10년 동안 해외 수주 시장의 파이를 크게 키워줄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네옴시티 수주와 관련한 지나친 기대감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이란과 갈등에 따른 사우디의 지정학 리스크는 무시할 수 없으며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현실성에 대한 논란도 꾸준하다. 그리고 국내 다수의 건설사들이 이미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지역에서 무리한 경쟁입찰로 피를 흘리고 발을 뺀 전력이 있다. 이번에도 협력 체결은 이뤄졌지만 실제 수주까지는 다수의 경쟁입찰이 예고된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건설경기 악화 속에 중동 시장에서 발주가 늘어난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라면서도 "우려되는 부분은 과거와 같은 출혈 경쟁은 삼가야할 부분이다. '원팀 코리아'로 활동에 나선만큼 건설사 간 상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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