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금융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 다시 한번 살펴야 할, 중요하나 우리가 놓친 이슈들을 '왜(why)'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조용병 회장(좌)과 진옥동 행장(사진=연합뉴스) 흥미를 갖기 어려웠던 인선이었습니다. 채용비리 연루 혐의를 벗었고, 계열사 실적도 만족스럽습니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도 상당한 성과를 내며 라이벌인 KB를 2년만에 다시 제쳤습니다. 안정적인 지배구조의 신한이 조용병의 3연임을 허할 것이란 건 누구 봐도 상식이었지요. 관전자 입장에서 이번 신한금융 회장 인선에 관심이 떨어졌던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변입니다. 조 회장이 전격 사퇴를 선언합니다. 아름다운 용퇴라지만 자의에 의한 건 지, 외압에 의한 낙마인 지 현재로선 팩트체크가 쉽지 않습니다. 세간에 나도는 말들은 많습니다. 얼마전 윤 대통령 측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관치 논란 발언도 있다보니 더 그렇겠지요. 신한금융 회장추천위원회 면접(8알) 당일 조 회장 발언에 담긴 뉘앙스도 묘합니다. 면접 직전 '부회장직 신설'을 시사하며 적극성을 보이던 그가 면접 직후 갑작스럽게 세대교체를 이유로 자진사퇴합니다. 조직안정과 세대교체를 두고 고민하던 중 훌륭한 후배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용퇴를) 결심했다는 것이지요. 사모펀드 사태에 총괄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사실 몇시간만에 결정을 번복할 사안은 아닙니다. 오랜 기간 고민과 결단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 이유였다면 미리 할 수 있었고, 그렇게 하는 게 지극히 상식적입니다. 전후 맥락을 봤을때 묘한 상황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어찌됐든 40년 신한맨의 갑작스런 결정에 신한은 물론 금융권 안팎에서도 당혹스러움이 묻어납니다. 신한금융 관계자들은 "오전까지만 해도 부회장직 신설 등 조직개편 변화에 모든 관심이 쏠렸어요. 3연임이 거의 기정사실화됐다고 봤는데..."라고들 전해옵니다. 한 금융당국 고위관료 출신은 "금융그룹 회장을 오래하신 분들이 물러난다는 얘기가 간간히 나오긴 했어도 신한만큼은 예외로 봤어요. 이번 이사회의 결정, 정말 놀랐습니다"라고 할 정도입니다. 강력한 리더십과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통해 긴호흡을 해왔던 신한금융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이례적인 결말입니다. 그렇다고 이번 결정이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행스럽게도 바통을 이어받은 이가 진옥동 현 행장. 그간 보여준 탁월한 경영능력은 조 회장 말마따나 충분한 자질을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새로운 시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게 아닌가 싶다"는 금융권 관계자 전언처럼 현 상황은 신한 이사회의 '현실적 결단'이라고 보는 게 적절하지 않나 싶습니다. 신한이 신한스러웠다고 해야 할까요. 글로벌리 심각한 경기침체를 목전에 둔 지금, 두말 할 필요 없는 '변화와 혁신의 선두주자' 진 행장에 대한 기대가 모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조 회장과 달리 일본통 진 행장의 대주주 등 일본과의 소통 능력은 덤입니다. 그의 과제는 뭘까. 여러가지가 있을 텐데요. 수장이 교체되면 조직이 바뀌고 대대적인 인사도 따를 것입니다. 다만 오너가 아니면서도 오너십을 갖는 신한금융 문화를 생각해보면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라 봅니다. 최근 달라진 시장 평가만 간략히 짚어보겠습니다. 국내 금융그룹과 오랜기간 비즈니스를 해온 시장 관계자들 전언을 취합해보면 최근 수년간 신한의 문화, 경쟁력이 뒤쳐졌다는 평가가 종종 나옵니다. 라응찬 시절부터 국내 금융그룹내 압도적 선두를 달려왔던 신한이 최근 수년간 경쟁사에 실적, 계열사 경쟁력 등에서 다소 밀리고 있음을 부인하긴 어렵습니다. "과거 '융통성 없고 꼰대같은' K사, '젊고 역동적 이미지의' S사였다면, 요즘 몇년은 서로 반대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리스크관리, 비즈니스 추진 속도, 계열사 경쟁력 등을 보더라도 밀리는 상황이 숫자로도 드러납니다." 굳이 계열사 하나 하나를 비교 나열하지 않아도, 불완전한 리스크관리로 인해 발생한 금융사고 사례를 따져보지 않아도 대략 가늠이 될텐데요. 이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이 어느때보다 긴요해지고 있습니다. 자산 사이즈에 비해 해외 비즈니스 비중이 턱없이 적은 것도 극복해야 할 문제겠지요. 다만 이 같은 '현타'에 대해 차기 진옥동의 역동성은 기대해 볼 만하다는 게 금융계 안팎의 중론입니다. 진옥동의 100년 기업론이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홍승훈의 Y] 신한이 신한스러웠다

홍승훈 기자 승인 2022.12.09 09:25 | 최종 수정 2022.12.09 10:09 의견 0

'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금융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 다시 한번 살펴야 할, 중요하나 우리가 놓친 이슈들을 '왜(why)'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조용병 회장(좌)과 진옥동 행장(사진=연합뉴스)


흥미를 갖기 어려웠던 인선이었습니다. 채용비리 연루 혐의를 벗었고, 계열사 실적도 만족스럽습니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도 상당한 성과를 내며 라이벌인 KB를 2년만에 다시 제쳤습니다. 안정적인 지배구조의 신한이 조용병의 3연임을 허할 것이란 건 누구 봐도 상식이었지요. 관전자 입장에서 이번 신한금융 회장 인선에 관심이 떨어졌던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변입니다. 조 회장이 전격 사퇴를 선언합니다. 아름다운 용퇴라지만 자의에 의한 건 지, 외압에 의한 낙마인 지 현재로선 팩트체크가 쉽지 않습니다. 세간에 나도는 말들은 많습니다. 얼마전 윤 대통령 측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관치 논란 발언도 있다보니 더 그렇겠지요.

신한금융 회장추천위원회 면접(8알) 당일 조 회장 발언에 담긴 뉘앙스도 묘합니다. 면접 직전 '부회장직 신설'을 시사하며 적극성을 보이던 그가 면접 직후 갑작스럽게 세대교체를 이유로 자진사퇴합니다. 조직안정과 세대교체를 두고 고민하던 중 훌륭한 후배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용퇴를) 결심했다는 것이지요. 사모펀드 사태에 총괄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사실 몇시간만에 결정을 번복할 사안은 아닙니다. 오랜 기간 고민과 결단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 이유였다면 미리 할 수 있었고, 그렇게 하는 게 지극히 상식적입니다. 전후 맥락을 봤을때 묘한 상황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어찌됐든 40년 신한맨의 갑작스런 결정에 신한은 물론 금융권 안팎에서도 당혹스러움이 묻어납니다. 신한금융 관계자들은 "오전까지만 해도 부회장직 신설 등 조직개편 변화에 모든 관심이 쏠렸어요. 3연임이 거의 기정사실화됐다고 봤는데..."라고들 전해옵니다. 한 금융당국 고위관료 출신은 "금융그룹 회장을 오래하신 분들이 물러난다는 얘기가 간간히 나오긴 했어도 신한만큼은 예외로 봤어요. 이번 이사회의 결정, 정말 놀랐습니다"라고 할 정도입니다. 강력한 리더십과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통해 긴호흡을 해왔던 신한금융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이례적인 결말입니다.

그렇다고 이번 결정이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행스럽게도 바통을 이어받은 이가 진옥동 현 행장. 그간 보여준 탁월한 경영능력은 조 회장 말마따나 충분한 자질을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새로운 시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게 아닌가 싶다"는 금융권 관계자 전언처럼 현 상황은 신한 이사회의 '현실적 결단'이라고 보는 게 적절하지 않나 싶습니다. 신한이 신한스러웠다고 해야 할까요. 글로벌리 심각한 경기침체를 목전에 둔 지금, 두말 할 필요 없는 '변화와 혁신의 선두주자' 진 행장에 대한 기대가 모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조 회장과 달리 일본통 진 행장의 대주주 등 일본과의 소통 능력은 덤입니다.

그의 과제는 뭘까. 여러가지가 있을 텐데요. 수장이 교체되면 조직이 바뀌고 대대적인 인사도 따를 것입니다. 다만 오너가 아니면서도 오너십을 갖는 신한금융 문화를 생각해보면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라 봅니다. 최근 달라진 시장 평가만 간략히 짚어보겠습니다.

국내 금융그룹과 오랜기간 비즈니스를 해온 시장 관계자들 전언을 취합해보면 최근 수년간 신한의 문화, 경쟁력이 뒤쳐졌다는 평가가 종종 나옵니다. 라응찬 시절부터 국내 금융그룹내 압도적 선두를 달려왔던 신한이 최근 수년간 경쟁사에 실적, 계열사 경쟁력 등에서 다소 밀리고 있음을 부인하긴 어렵습니다.


"과거 '융통성 없고 꼰대같은' K사, '젊고 역동적 이미지의' S사였다면, 요즘 몇년은 서로 반대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리스크관리, 비즈니스 추진 속도, 계열사 경쟁력 등을 보더라도 밀리는 상황이 숫자로도 드러납니다."

굳이 계열사 하나 하나를 비교 나열하지 않아도, 불완전한 리스크관리로 인해 발생한 금융사고 사례를 따져보지 않아도 대략 가늠이 될텐데요. 이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이 어느때보다 긴요해지고 있습니다. 자산 사이즈에 비해 해외 비즈니스 비중이 턱없이 적은 것도 극복해야 할 문제겠지요. 다만 이 같은 '현타'에 대해 차기 진옥동의 역동성은 기대해 볼 만하다는 게 금융계 안팎의 중론입니다. 진옥동의 100년 기업론이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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