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사옥(왼쪽), 엔씨소프트 사옥. (사진=각 사)
이른바 '착한 BM(사업모델)'이 호평을 받고 있다. 출시 이전부터 이른바 '3NO' 정책을 약속하며 확률형 아이템을 내놓지 않는 등 무리한 과금을 지양한 넥슨이 선례를 만들었다. 일각에선 반신반의하기도 했지만 출시 이후 '확률형 아이템 배제' 공약을 지킨 것에 박수가 쏟아졌다.
이제 엔씨소프트 차례다. 공교롭게도 엔씨소프트 역시 신작 '쓰론 앤 리버티(Throne and Liberty, 이하 TL)' 출시를 앞두고 납득할만한 사업모델을 채택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혹독한 과금 모델'로 비난 받았던 두 대형 게임사가 변신한다면 게임업계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23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2일 출시한 넥슨의 레이싱 게임 신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이하 카트라이더)'가 1월 2주차(1월9일~15일) 사용자 수 순위에서 16위에 등극했다. 출시일과 집계일의 간격이 있어 이용자 수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은 순위임에도 상당히 높은 순위로 스타트를 끊은 셈이다.
특히 카트라이더는 출시 직후인 13일부터 19일까지 줄곧 구글플레이 스토어 순위 1위자리를 유지하고 있어 주간 순위에서 반등 가능성이 높다.
카트라이더의 인기를 견인한 부분은 '카트라이더' IP의 인기와 캐주얼 요소도 꼽히지만 거부감을 주지 않는 사업모델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레이싱 패스 기반의 사업모델 설계와 캡슐형 아이템 같은 확률 기반의 유료 상품을 완전히 배제하면서 그동안 전작에서 비판받았던 부분을 보완했다. 여기에 레이싱 패스의 가격도 합리적 수준에 해당한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카트라이더'와 같은 사업모델의 게임이 흥행한다면 국내 게임사들의 과도한 사업모델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확률형 아이템을 중심으로 한 사업모델에 사행성 비판을 피할 수 없던 만큼 게임사들도 장기적인 생존을 위한 변화 모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카트라이더'의 흥행을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게임사도 있다. 바로 엔씨소프트다. 올해 상반기 대형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신작인 'TL'을 선보일 예정인 엔씨소프트도 'TL'의 사업모델에 대한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사측에서는 그동안 '리니지' 시리즈에서 비판 받았던 사업모델보다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통해 이용자들이 납득할만한 과금 구조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해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이장욱 엔씨소프트 IR실장은 "구체적인 판매 상품 구성은 추후 공개할 예정이지만, 페이 투 윈(P2W) BM을 지양하고 이용자간 격차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기획 중"이라며 "과도한 P2W를 지양하고 (유료화) 균형을 맞춘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도 저과금 유저를 장기적으로 확보하는 방향이 TL의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공개한 디렉터스 프리뷰 영상에서 구체적인 사업모델과 출시 일정은 공개하진 않았지만 낮은 패키지 가격, 시즌 패스 혹은 인게임 아이템 구매 등이 주요 사업모델이 될 것"이라며 "PC 게임유저들은 모바일 게임 유저들 대비 가격 탄력성이 높은 만큼, 저과금의 BM을 통해 트래픽을 확보·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TL은 개발 기간이 상당했으며 '카트라이더'와 달리 MMORPG라는 장르 특성상 이익 창출을 위한 과금 구조가 어느정도는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로 '카트라이더'는 출시 이후 인기 순위에서는 꾸준히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으나 매출 순위에서는 지난 20일 기준 171위로 100위권 밖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TL은 카트라이더와 장르부터가 다르다"며 "리니지 시리즈보다는 약한 사업모델이 예상되지만 어느정도의 과금 요소는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글로벌 보편성에 맞춘 사업모델을 선보이기 위해 고민 중"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사업모델을 논하기에는 어려운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