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양아파트 전경. (사진=정지수 기자)

부동산 경기침체에 국내 건설사들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예전만 못하다. 대형건설사도 그동안 주력한 주택사업 수주를 줄이고 해외사업 수주로 무게추를 옮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같은 주택 사업 수주 불황에도 불구하고 주요 도시정비사업지에서 물밑 경쟁은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올해 서울 대어 사업지로 꼽히는 한남뉴타운과 여의도가 대표적이다.

9일 이날 찾은 신속통합기획 대상지인 여의도 한양 아파트에는 DL이앤씨가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앞세운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DL이앤씨가 향후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 입찰에 응찰한다면 'e편한세상'이 아닌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내세우겠다는 포부를 미리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여의도의 입지나 재건축 사업성을 고려했을 때는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속통합 기획대상지인 한양아파트는 지난 1975년 588세대로 준공 이후 올해로 48년째를 맞았다. 2017년 안전진단 통과 이후 재건축 사업을 추진했으나 '여의도 통개발' 논란에 표류했다.

지지부진했던 재건축 사업은 지난달 19일 서울시가 여의도 한양아파트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최고 높이를 200m이하에 1000세대 규모 재건축을 허용하면서 사업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여의도 국제금융중심지라는 입지도 갖췄다.

DL이앤씨 외에도 GS건설과 현대건설 등 다수의 대형건설사가 한양아파트 재건축 신속통합기획안 확정 당시 이를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걸며 주민 눈도장을 찍고 있다.

한양아파트에 앞서 '여의도 재건축 1호' 아파트로 꼽히는 서울여의도 시범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도 다수의 대형건설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10대 건설사 중 ▲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총 8개사가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지난 1971년 지어져 1584세대로 지어져 올해로 준공 53년 차다. 지난해 말 신속통합기획 단지로 적용돼 여의도 첫 재건축 단지가 됐다. 신속통합기획안에 따르면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2500가구 규모, 최고 65층 높이의 아파트로 다시 지어진다.

건설업계에서는 신속통합기획안에 따른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조기에 품는다면 향후 쏟아질 여의도 내 재건축 아파트 단지 수주전에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삼부아파트도 시공사 선정을 예고했으며 미성아파트와 목화아파트 등도 본격적인 재건축 절차를 앞두고 있다.

여의도 외에 올해 서울 도시정비사업 최고 격전지로 꼽히는 곳은 한남뉴타운 내 한남5구역이다. 한남5구역은 건축심의 절차를 밟고 있으며 재개발을 통해 최고 23층 2555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DL이앤씨와 GS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건설사 다수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여의도와 한남 뉴타운의 사업성을 고려했을 때 관심을 가지지 않는 건설사가 어딨겠는가"라며 "아직 초기 단계이나 한남5구역에도 DL이앤씨와 GS건설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수주전이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