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송두선 작가 2016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인현동의 인쇄골목을 재현해 놓은 전시가 열린 적이 있었다. 인현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전시는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또 누군가에게는 낯섦에서 오는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10월 12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현동 일대에서 진행되는 예술가 그룹 뮤추얼의 ‘상리공생: 인현시장과 인쇄골목’ 전시는 다른 공간에 인현동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직접 인현동 골목을 누비면서 전시를 볼 수 있게 했다. 사실 전시 보다는 공간재생에 가까운 이 작업물을 보는 과정에서 인쇄골목의 현재를 체험할 수 있다. 패션디자이너, 영화감독, 작가, 그래픽디자이너, 영상연출가. 전공도 살아온 배경도 각기 다른 5명의 여성 창작자로 구성된 그룹 뮤추얼의 다양성은 전시장 곳곳에 묻어났다.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충무로의 낡은 공간에서 예술 활동을 해온 경험을 녹여 자신들의 시선으로 본 인현동의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제공=송두선 작가 전시는 세 곳의 빈 공간에서 볼 수 있다. 첫 전시 공간의 출구는 또 하나의 ‘시작’이 된다. 입구의 반대편에 조그만 문이 있는데, 그 문을 통과하면 인현시장으로 연결된다. 어린 시절 만화영화에서 봤던 ‘시간의 문’을 통과하는 듯 하다. 흔히 ‘요즘 스타일’로 깔끔하게 마련된 공간에서 인현동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도록 한 것이다.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되는 ‘기억의 방’과 같은 건물 지하에 마련된 ‘기억 수집방’에서는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인쇄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작품에 인쇄된 질문들을 통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관객들의 기억을 수집한다. 해당 공간의 1층에서는 인쇄 작업을 하는 과정과 가능성을 알리고, 지하로 내려가면 관객들은 작가들이 던진 질문을 보고 옆에 조그맣게 마련된 방에서 자신의 답을 적어낼 수 있다. 마지막 전시 공간은 ‘종이에 대한 믿음’이다. 현 시대에는 종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기면서 종이의 의미를 잊고 사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이 곳에서는 인쇄골목에서 버려진 파지들을 골목의 한 지하실에 모아 종이가 주는 촉감과 온도, 그리고 잉크의 냄새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직접그 공간에서 뛰놀면서 종이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사진제공=송두선 작가 비어 있는 공간에 뮤추얼이 꾸며 놓은 미디어아트, 영상, 설치미술, 퍼포먼스 등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이 공간들을 잇는 골목들의 풍경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인쇄소와 식당들, 공사 중인 건물, ‘임대’ 딱지가 붙은 채 공실이 된 공간들이 모두 전시의 일부가 된다. 특히 인쇄골목하면 일명 ‘삼발이’라 불리는 오토바이를 개조한 이동수단이 떠오르는데, 바쁘게 움직이는 상인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1960년대 말에 형성된 인현동 인쇄골목은 1983년 장교동이 재개발되고 인쇄소가 대거 인현동 일대로 옮겨 오면서 인쇄업의 중심지로 본격 부상했다. 지금도 전국의 30%에 해당하는 인쇄 산업이 집약적으로 몰려 있지만, 많은 업체가 파주나 성수동으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다. 점점 비싸져 가는 임대료, 소음, 도시 미관상의 문제 등으로 철거위협을 받고 있는 인현동 인쇄골목의 역사와 현재를 기록하면서 과거와 함께 묻혀버린 소중한 ‘무언가’를 기억을 통해 재구성해냈다. 이들은 전시를 통해 질문을 던진다.  “오늘 여러분이 경험한 인쇄골목은 어떻게 기억될까요?”

[전시를 읽다] ‘상리공생’, 인현동 인쇄골목의 기억을 더듬다

박정선 기자 승인 2019.10.14 13:29 의견 0
사진제공=송두선 작가

2016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인현동의 인쇄골목을 재현해 놓은 전시가 열린 적이 있었다. 인현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전시는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또 누군가에게는 낯섦에서 오는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10월 12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현동 일대에서 진행되는 예술가 그룹 뮤추얼의 ‘상리공생: 인현시장과 인쇄골목’ 전시는 다른 공간에 인현동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직접 인현동 골목을 누비면서 전시를 볼 수 있게 했다. 사실 전시 보다는 공간재생에 가까운 이 작업물을 보는 과정에서 인쇄골목의 현재를 체험할 수 있다.

패션디자이너, 영화감독, 작가, 그래픽디자이너, 영상연출가. 전공도 살아온 배경도 각기 다른 5명의 여성 창작자로 구성된 그룹 뮤추얼의 다양성은 전시장 곳곳에 묻어났다.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충무로의 낡은 공간에서 예술 활동을 해온 경험을 녹여 자신들의 시선으로 본 인현동의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제공=송두선 작가

전시는 세 곳의 빈 공간에서 볼 수 있다. 첫 전시 공간의 출구는 또 하나의 ‘시작’이 된다. 입구의 반대편에 조그만 문이 있는데, 그 문을 통과하면 인현시장으로 연결된다. 어린 시절 만화영화에서 봤던 ‘시간의 문’을 통과하는 듯 하다. 흔히 ‘요즘 스타일’로 깔끔하게 마련된 공간에서 인현동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도록 한 것이다.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되는 ‘기억의 방’과 같은 건물 지하에 마련된 ‘기억 수집방’에서는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인쇄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작품에 인쇄된 질문들을 통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관객들의 기억을 수집한다. 해당 공간의 1층에서는 인쇄 작업을 하는 과정과 가능성을 알리고, 지하로 내려가면 관객들은 작가들이 던진 질문을 보고 옆에 조그맣게 마련된 방에서 자신의 답을 적어낼 수 있다.

마지막 전시 공간은 ‘종이에 대한 믿음’이다. 현 시대에는 종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기면서 종이의 의미를 잊고 사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이 곳에서는 인쇄골목에서 버려진 파지들을 골목의 한 지하실에 모아 종이가 주는 촉감과 온도, 그리고 잉크의 냄새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직접그 공간에서 뛰놀면서 종이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사진제공=송두선 작가

비어 있는 공간에 뮤추얼이 꾸며 놓은 미디어아트, 영상, 설치미술, 퍼포먼스 등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이 공간들을 잇는 골목들의 풍경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인쇄소와 식당들, 공사 중인 건물, ‘임대’ 딱지가 붙은 채 공실이 된 공간들이 모두 전시의 일부가 된다. 특히 인쇄골목하면 일명 ‘삼발이’라 불리는 오토바이를 개조한 이동수단이 떠오르는데, 바쁘게 움직이는 상인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1960년대 말에 형성된 인현동 인쇄골목은 1983년 장교동이 재개발되고 인쇄소가 대거 인현동 일대로 옮겨 오면서 인쇄업의 중심지로 본격 부상했다. 지금도 전국의 30%에 해당하는 인쇄 산업이 집약적으로 몰려 있지만, 많은 업체가 파주나 성수동으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다.

점점 비싸져 가는 임대료, 소음, 도시 미관상의 문제 등으로 철거위협을 받고 있는 인현동 인쇄골목의 역사와 현재를 기록하면서 과거와 함께 묻혀버린 소중한 ‘무언가’를 기억을 통해 재구성해냈다. 이들은 전시를 통해 질문을 던진다. 

“오늘 여러분이 경험한 인쇄골목은 어떻게 기억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