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DB금융투자 리포트 갈무리) 파릇한 봄을 지나 햇볕 쨍쨍한 여름이 왔습니다. 봄날의 시작을 알려주던 꽃들은 어느새 지고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는 새로운 푸른잎이 돋아났습니다. 노랗고 빨갛게 폈던 꽃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시들어가는 꽃은 때로는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도, 때로는 아쉬움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증권가에도 한때 '꽃'이라 불리던 이들이 있습니다. 공모펀드 시장이 활황기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에 대한 다양한 투자정보 수요가 늘고 각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들의 말 한마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했습니다. 실력있는 애널리스트를 모셔가기 위한 증권사간 경쟁도 뜨거웠고 그들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공모펀드 시장 위축과 함께 애널리스트들을 향한 시선도 사뭇 달라졌는데요. 상장지수펀드(ETF)가 100조원 시대가 도래하면서 패시브 펀드가 대세가 됐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의 영향력도 예전같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이 같은 변화에 누구보다 가장 빠르게 돌아선 것은 증권사들입니다. 기업금융(IB) 부문의 수익성이 확대되면서 증권가 선망의 대상은 하루 아침에 뒤바뀌었고 과감히 '매도'를 외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는 외면한 채 '리서치센터=비용부서'라는 인식만 커졌습니다. 실제 케이프투자증권이 지난해 리서치센터 자체를 폐쇄하는 등 실적 악화에 빠진 증권사들은 1순위 구조조정 대상으로 리서치센터를 올리는 실정입니다. 중소형사 리서치센터의 경우 5명 안팎인 곳도 다수인 현실 속에서 예전같으면 팀장급이 맡던 업무는 주니어들에게 넘어옵니다. 인건비 절감이라는 목표 아래 임금 동결 등 처우 역시 악화됐고 이는 비자발적 인력 이탈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벌어진 DB금융투자 소속 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 소식은 또 한번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줬습니다. 그렇잖아도 위태롭던 리서치센터의 위상과 이들이 작성하는 보고서에 대한 신뢰는 또다시 흔들립니다. 무엇보다 증권사의 대응은 이번에도 실망스럽습니다. 다수 언론을 통해 전해진 DB금융투자 입장에는 “개인의 일탈”이라거나 “애널리스트의 마인드 문제가 훨씬 크다”, “차명계좌까지 모니터링하는 것은 어렵다” 등의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말합니다. 발간한 보고서 마지막 '고지사항'을 통해 “어떠한 경우에도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 투자의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를 판단하기 위한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다”고 명시, 회사로선 어떠한 법적 책임이 없음을 거듭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는 또다른 문구도 있습니다. “이 자료에 게재된 내용들은 본인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없이 작성되었음을 확인합니다.”라고.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도대체 ‘확인의 주체’가 누구냐고 반문합니다. “준법감시인이 형식적으로는 존재하나 실질적으로 애널리스트 보고서 내용의 진위에 대해 확인하는 어떠한 장치도 증권사 내부에는 없습니다. 개인의 양심에 맡길 뿐입니다. 본인들은 할 일을 다 했다지만 과연 지금이 최선일까요.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과 건전한 투자 환경을 위해 개선하고 고민해야 할 부분은 여전히 많습니다.” 내로라하는 펀드의 운용을 맡았던 한 전문가의 말입니다. 최근 10여년새 국내 애널리스트 수는 무려 1/3 가량 줄었습니다. 더이상 여의도 증권가 한복판에서 시들어가는 꽃을 방치하고 외면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비료를 주고 더 좋은 환경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었을 때 더 아름다운 꽃이 다시 필 수 있도록 말입니다.

[박민선의 View+] 누가 증권가의 ‘꽃’ 애널리스트를 시들게 했나

박민선 기자 승인 2023.07.04 14:25 의견 0
(자료=DB금융투자 리포트 갈무리)


파릇한 봄을 지나 햇볕 쨍쨍한 여름이 왔습니다. 봄날의 시작을 알려주던 꽃들은 어느새 지고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는 새로운 푸른잎이 돋아났습니다. 노랗고 빨갛게 폈던 꽃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시들어가는 꽃은 때로는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도, 때로는 아쉬움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증권가에도 한때 '꽃'이라 불리던 이들이 있습니다. 공모펀드 시장이 활황기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에 대한 다양한 투자정보 수요가 늘고 각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들의 말 한마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했습니다. 실력있는 애널리스트를 모셔가기 위한 증권사간 경쟁도 뜨거웠고 그들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공모펀드 시장 위축과 함께 애널리스트들을 향한 시선도 사뭇 달라졌는데요. 상장지수펀드(ETF)가 100조원 시대가 도래하면서 패시브 펀드가 대세가 됐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의 영향력도 예전같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이 같은 변화에 누구보다 가장 빠르게 돌아선 것은 증권사들입니다. 기업금융(IB) 부문의 수익성이 확대되면서 증권가 선망의 대상은 하루 아침에 뒤바뀌었고 과감히 '매도'를 외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는 외면한 채 '리서치센터=비용부서'라는 인식만 커졌습니다.

실제 케이프투자증권이 지난해 리서치센터 자체를 폐쇄하는 등 실적 악화에 빠진 증권사들은 1순위 구조조정 대상으로 리서치센터를 올리는 실정입니다. 중소형사 리서치센터의 경우 5명 안팎인 곳도 다수인 현실 속에서 예전같으면 팀장급이 맡던 업무는 주니어들에게 넘어옵니다. 인건비 절감이라는 목표 아래 임금 동결 등 처우 역시 악화됐고 이는 비자발적 인력 이탈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벌어진 DB금융투자 소속 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 소식은 또 한번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줬습니다. 그렇잖아도 위태롭던 리서치센터의 위상과 이들이 작성하는 보고서에 대한 신뢰는 또다시 흔들립니다.

무엇보다 증권사의 대응은 이번에도 실망스럽습니다. 다수 언론을 통해 전해진 DB금융투자 입장에는 “개인의 일탈”이라거나 “애널리스트의 마인드 문제가 훨씬 크다”, “차명계좌까지 모니터링하는 것은 어렵다” 등의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말합니다. 발간한 보고서 마지막 '고지사항'을 통해 “어떠한 경우에도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 투자의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를 판단하기 위한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다”고 명시, 회사로선 어떠한 법적 책임이 없음을 거듭 강조합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는 또다른 문구도 있습니다. “이 자료에 게재된 내용들은 본인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없이 작성되었음을 확인합니다.”라고.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도대체 ‘확인의 주체’가 누구냐고 반문합니다.

“준법감시인이 형식적으로는 존재하나 실질적으로 애널리스트 보고서 내용의 진위에 대해 확인하는 어떠한 장치도 증권사 내부에는 없습니다. 개인의 양심에 맡길 뿐입니다. 본인들은 할 일을 다 했다지만 과연 지금이 최선일까요.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과 건전한 투자 환경을 위해 개선하고 고민해야 할 부분은 여전히 많습니다.” 내로라하는 펀드의 운용을 맡았던 한 전문가의 말입니다.


최근 10여년새 국내 애널리스트 수는 무려 1/3 가량 줄었습니다. 더이상 여의도 증권가 한복판에서 시들어가는 꽃을 방치하고 외면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비료를 주고 더 좋은 환경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었을 때 더 아름다운 꽃이 다시 필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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