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공사 현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청약 시장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몇 년 간 이어지던 부동산 호황기가 저물고 빙하기에 진입하자 청약 미달이 속출했다. 하지만 최근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경쟁률이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청약 시장 분위기 반전 속에 건설사의 신규 분양이 늘어나는 추세이나 공급대란을 예상하는 시각도 나온다. 건설사들이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수익성 하락과 자금 조달 환경 악화로 신규 착공을 꺼리고 있어서다. 청약 시장 활기로 주택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몇 년 사이에 공급 부족으로 이한 수급불균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10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토대로 수도권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에는 2만1399가구 공급에 7만2904명이 청약해 평균 3.4대 1을 기록했다.
반면 올해 수도권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1분기 4.32대 1 ▲2분기 11.79대 1 등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청약 시장 회복세 속에 신규 분양도 잇따른다. 직방이 지난 7일 밝힌 8월 분양 예정 물량은 37개 단지, 총 2만9335가구다. 전년 동월 대비 43% 많은 물량이다. 분양을 사리던 건설사들이 단지별 흥행 추세를 보고 본격적인 분양을 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약 시장 회복세에 분양 물량을 늘리고 있으나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수주와 신규 착공까지는 소극적인 양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상반기 착공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7% 줄어든 5만8475동이다. 특히 수도권의 감소율이 33.1%로 지방(26.5%)에 비해 두드러졌다.
수주 물량도 줄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누적 건설수주액은 18조39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특히 지난 몇 년 간 부동산 호황기에 맞춰 주택사업 수주에 많은 비중을 차지한 대형건설사들의 수주액이 쪼그라들었다. 특히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상반기 약 8조1624억원으로 전년 동기(20조518억원) 대비 59.3% 가량 감소했다.
건설사의 이 같은 몸사리기는 청약 시장 회복에도 불구하고 자금조달과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압박이 여전한 탓으로 분석된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8월 자재수급지수는 전월 대비 2.3포인트(p) 하락한 90.9, 자금조달지수도 9p 하락한 74.6으로 전망된다.
건설사들이 신규 수주와 착공을 주저하면서 향후 몇 년 동안 수도권에서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분양 물량이 여전히 남아있으나 수도권은 지속적으로 이를 해소하고 있으면서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건설사들이 수주를 기피하는 상황에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에 따른 입주 물량도 자연스럽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에서 시장에 내놓은 구축 매몰 물량이 없다면 부동산 정책 등에 따른 예측 불가능한 초과 수요가 발생했을 때 수급불균형에 의한 공급 부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서울시의 정비사업 활성화와 정부의 3기 신도시 추진 등이 공급 부족을 일정 부분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인구가 줄면서 집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수 있겠다고 보는 시각도 있으나 수도권도 결국엔 인구가 감소하겠지만 1인 가구의 증가와 같은 가구 형태의 변화로 수요 자체가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