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이 붕괴됐던 인천검단 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연합뉴스) 어르신들은 종종 일부 음식점에서 먼저 식대를 받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곤 합니다. 먹지도 않은 음식에 대해 어떻게 돈을 내냐는 겁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MZ세대에 속하는 저는 이 문제에 대해 별로 고민한 적이 없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선결제를 하고 치킨을 시켜 먹는 도중 뭔가 부실한 점이 발견됐다고 가정해봅시다. 양도 어딘가 적어보이고 뭔가 있어야할 게 없는 거 같고 맛도 이상합니다. 나중에 해당 치킨 가게 손님 중 식중독 환자가 발생합니다. 조사기관에서 확인해보니 문제가 있는 재료를 쓴 게 적발되고 다른 프랜차이즈와 달리 소스와 같은 일부 재료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불안에 떠는 소비자 일부가 완성된 치킨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결제하지 못하겠다고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후불 결제로 바꾼다면 과연 식당의 비위생적인 재료 사용으로 인한 식중독을 막을 수 있을까요? 아파트 단지 분양도 그렇습니다. 최근 일련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의 대형 붕괴사고로 소비자들은 걱정이 많습니다. 다양한 해결책들이 제시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후분양제를 이야기합니다. 분양을 나중에 하게 된다면 마감까지 품질에 건설사가 더 신경을 쓸거고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일부 해소하는 효과도 있지 않겠냐는 겁니다. 물론 소비자의 심리적인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그러나 최근 일어난 붕괴 사고들은 분양 시점의 잘못이 아닌 설계적 오류를 저지르는 전문성 부족과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감리 등 건설산업 전반의 문제입니다. 후분양의 의의는 수요자가 직접 어느정도 공정을 마친 단지를 현장 방문해 실사를 마친 후 구매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수요자가 현장을 방문해서 살펴본다고 한들 보에서 철근이 빠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뜯어볼 수도 없으니 하자를 잡아낼 수 있을까요? 회의적입니다. 선분양이나 후분양 모두 확인을 할 수 없는 건 똑같은데 건설사의 품질관리는 결국 양심의 영역입니다. 그리고 제대로 현장을 살펴볼 감리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고요. 후분양이 의무화 된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붕괴 사고가 아니더라도 마감 품질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하자 처리가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서도 완벽한 해결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국내 후분양 단지 대부분은 준공 이후가 아닌 60~80% 공정률 수준에서 분양이 이뤄집니다. 분양 이전에 마감 문제를 찾기도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이번 사고 이후로 후분양을 주장하는 목소리 대부분은 이전부터 꾸준히 후분양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들로 보입니다. 선분양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후분양 제도 도입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위해 안전과 품질 차원에서 우월성을 강조하는 걸로 풀이됩니다. 다만 후분양 제도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선분양에 대한 안전 문제를 거론하는 건 '끼워팔기'에 가깝다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앞에서 쭉 이야기한 것처럼 분양 시점과 안전 및 품질 문제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선분양은 논리적으로 보면 바보같은 소비 형태를 부추깁니다. 만들어지지도 않은 물건을 사는 셈이니까요. 그럼에도 선분양 제도는 자리를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1977년 선분양 제도 도입관련 내용이 주택법에 포함되고 이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50년 가까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고 분양에서 대세 형태가 됐습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분양자로부터 건설 비용을 조달 받아 원활한 사업을 진행하고 정부는 조기 공급을 통한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노릴 수 있습니다. 수요자 입장에서도 자금 마련에 어느정도 여유가 생깁니다. 선분양 제도는 이렇듯 수요자와 건설사의 여유로운 자금 환경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이뤄내는 게 본래 취지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건설사, 소비자 모두에게 필요한 제도인 셈입니다. 후분양을 도입한다면 빠듯한 입주기간에 맞춰 자금 마련에도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게 사실입니다. 다만 선분양 제도가 부동산 시장을 투기와 욕망의 장으로 만들어내고 적잖은 폐단을 낳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후분양은 건설업체의 부도 위험에서 자유롭고 투기세력의 개입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비교적 정확한 공사비용을 산출할 수 있어 분양가 산정도 적정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후분양 제도의 명확한 장점이 있는데 굳이 관련성을 쉽게 증명하기 힘든 '안전'이라는 민감한 화두와 엮을 필요가 있을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끼워팔기'에 따른 반발 여론과 같은 역효과도 걱정이 됩니다. 결국 후분양 제도로의 전환은 '안전' 차원이 아닌 다른 국면에서 강조돼야 합니다. 다른 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선분양 제도를 후분양으로 전환하는 게 비정상의 정상화라고도 봅니다. 정책적 뒷받침과 투기가 아닌 거주 목적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이뤄진다면 후분양도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후분양이 ‘순살 아파트’ 막는다고?

정지수 기자 승인 2023.08.24 16:09 | 최종 수정 2023.08.24 16:13 의견 0
지하주차장이 붕괴됐던 인천검단 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연합뉴스)

어르신들은 종종 일부 음식점에서 먼저 식대를 받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곤 합니다. 먹지도 않은 음식에 대해 어떻게 돈을 내냐는 겁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MZ세대에 속하는 저는 이 문제에 대해 별로 고민한 적이 없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선결제를 하고 치킨을 시켜 먹는 도중 뭔가 부실한 점이 발견됐다고 가정해봅시다. 양도 어딘가 적어보이고 뭔가 있어야할 게 없는 거 같고 맛도 이상합니다. 나중에 해당 치킨 가게 손님 중 식중독 환자가 발생합니다. 조사기관에서 확인해보니 문제가 있는 재료를 쓴 게 적발되고 다른 프랜차이즈와 달리 소스와 같은 일부 재료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불안에 떠는 소비자 일부가 완성된 치킨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결제하지 못하겠다고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후불 결제로 바꾼다면 과연 식당의 비위생적인 재료 사용으로 인한 식중독을 막을 수 있을까요?

아파트 단지 분양도 그렇습니다. 최근 일련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의 대형 붕괴사고로 소비자들은 걱정이 많습니다.

다양한 해결책들이 제시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후분양제를 이야기합니다. 분양을 나중에 하게 된다면 마감까지 품질에 건설사가 더 신경을 쓸거고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일부 해소하는 효과도 있지 않겠냐는 겁니다. 물론 소비자의 심리적인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그러나 최근 일어난 붕괴 사고들은 분양 시점의 잘못이 아닌 설계적 오류를 저지르는 전문성 부족과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감리 등 건설산업 전반의 문제입니다.

후분양의 의의는 수요자가 직접 어느정도 공정을 마친 단지를 현장 방문해 실사를 마친 후 구매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수요자가 현장을 방문해서 살펴본다고 한들 보에서 철근이 빠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뜯어볼 수도 없으니 하자를 잡아낼 수 있을까요? 회의적입니다. 선분양이나 후분양 모두 확인을 할 수 없는 건 똑같은데 건설사의 품질관리는 결국 양심의 영역입니다. 그리고 제대로 현장을 살펴볼 감리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고요.

후분양이 의무화 된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붕괴 사고가 아니더라도 마감 품질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하자 처리가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서도 완벽한 해결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국내 후분양 단지 대부분은 준공 이후가 아닌 60~80% 공정률 수준에서 분양이 이뤄집니다. 분양 이전에 마감 문제를 찾기도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이번 사고 이후로 후분양을 주장하는 목소리 대부분은 이전부터 꾸준히 후분양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들로 보입니다. 선분양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후분양 제도 도입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위해 안전과 품질 차원에서 우월성을 강조하는 걸로 풀이됩니다.

다만 후분양 제도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선분양에 대한 안전 문제를 거론하는 건 '끼워팔기'에 가깝다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앞에서 쭉 이야기한 것처럼 분양 시점과 안전 및 품질 문제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선분양은 논리적으로 보면 바보같은 소비 형태를 부추깁니다. 만들어지지도 않은 물건을 사는 셈이니까요. 그럼에도 선분양 제도는 자리를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1977년 선분양 제도 도입관련 내용이 주택법에 포함되고 이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50년 가까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고 분양에서 대세 형태가 됐습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분양자로부터 건설 비용을 조달 받아 원활한 사업을 진행하고 정부는 조기 공급을 통한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노릴 수 있습니다. 수요자 입장에서도 자금 마련에 어느정도 여유가 생깁니다.

선분양 제도는 이렇듯 수요자와 건설사의 여유로운 자금 환경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이뤄내는 게 본래 취지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건설사, 소비자 모두에게 필요한 제도인 셈입니다. 후분양을 도입한다면 빠듯한 입주기간에 맞춰 자금 마련에도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게 사실입니다. 다만 선분양 제도가 부동산 시장을 투기와 욕망의 장으로 만들어내고 적잖은 폐단을 낳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후분양은 건설업체의 부도 위험에서 자유롭고 투기세력의 개입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비교적 정확한 공사비용을 산출할 수 있어 분양가 산정도 적정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후분양 제도의 명확한 장점이 있는데 굳이 관련성을 쉽게 증명하기 힘든 '안전'이라는 민감한 화두와 엮을 필요가 있을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끼워팔기'에 따른 반발 여론과 같은 역효과도 걱정이 됩니다.

결국 후분양 제도로의 전환은 '안전' 차원이 아닌 다른 국면에서 강조돼야 합니다. 다른 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선분양 제도를 후분양으로 전환하는 게 비정상의 정상화라고도 봅니다. 정책적 뒷받침과 투기가 아닌 거주 목적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이뤄진다면 후분양도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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