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준 LH 사장. (사진=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다시 쇄신 기로에 섰다. 지난 2021년 전·현직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가 발생한 뒤 2년 만에 LH 퇴직자 '엘피아'에 의한 부실공사 책임론이 커지면서다. LH는 자체 혁신이 미진했다는 평가 속에 다시 한번 체질 개선에 나섰다. 매년 10조원 규모의 공사를 발주하는 '큰손'인 LH의 역할을 당장 대체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자구책과 제도적 변화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건설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LH는 4일 철근 누락 15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 사태 관련 업체에 대한 전관특혜 의혹을 내부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15개 공공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의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된 업체 및 관계자들을 부실시공으로 경찰에도 고발한다. LH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2일 개최한 '반카르텔 공정건설 혁신 계획 회의'에 따른 후속조치다. 이한준 LH 사장은 "전관 특혜 의혹이 제기된 업체는 수사 의뢰하고, 15개 단지 부실 시공 관련 업체에 대해서는 고발과 민사소송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LH는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설치하고 ▲설계분야 ▲심사분야 ▲계약분야 ▲시공분야 ▲자재분야 ▲감리분야 등 총 6개의 분야에서 외부전문가와 함께 전관예우를 비롯한 부정·부패 행위 근절에 나선다. LH는 자사 출신 임직원들이 퇴직 후 재취업한 설계사와 감리사, 시공사 등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2021년 LH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 등에 대해 수주 현황을 분석한 결과, LH가 수의계약으로 발주한 설계용역 상당 부분을 LH 전관 영입업체가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 LH가 설계 및 감리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기술력 검증이 아닌 전관특혜가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특히 철근 누락 아파트단지 15곳에서도 LH 퇴직자가 재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철근 누락이 확인된 LH 아파트 단지 15곳에서 감리를 한 업체 10곳은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LH로부터 ‘감리 미흡’ 등 사유로 벌점을 받았다. 벌점을 받고도 추가로 사업을 수주했다. 이한준 사장은 "LH 건설공사 전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전관특혜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한다면 LH의 미래는 없다는 각오로 고강도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LH 측은 이와 함께 철근 누락 단지와 관련해서는 빠르게 보강공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미 일부 단지에서는 보강공사가 마무리됐다. LH 관계자는 "제도적 변화나 부실시공 및 설계에 대한 대처도 중요하지만 입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면서 "시공 중에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단지는 보강공사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고 입주 단지의 경우는 입주민과 협의를 통해 외부 업체를 선정해서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LH가 무량판 구조 미흡 15개 지구의 시공·감리사와 긴급회의를 실시했다. (사진=LH) ■ 자체 혁신 속도전 나섰지만…거대 발주처의 고난도 쇄신 LH가 자체 혁신을 위한 가속 페달을 밟고 있으나 연간 10조원 규모의 발주 물량을 관리하는데 따라오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LH는 올해에도 건설경기 회복 지원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공사·용역 발주를 목표로 했으며 상반기에만 4조4000억원 발주에 나섰다. 이는 공공기관 최대 규모다. 발주 물량은 압도적이나 인력은 부족하다. LH는 지난달부터 신입사원 230명 공개채용에 나섰는데 이는 땅투기 사태가 있던 2021년 12월 이후 1년 6개월만이다. LH는 땅투기 이후 2000명 감축 목표를 내세웠으나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안팎의 시선이었다. LH의 발주 물량을 소화하기에는 감축 목표 인원으로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LH 내부에서도 인력 부족으로 인한 피로감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LH는 인원 감축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ALIO)에 따르면 지난해 LH의 정규직 정원은 6712명으로 2년새 605명이 줄었다. 대신 별도정원의 채용을 늘리는 등 우회적으로 인력을 충원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LH는 전관특혜 의혹이 일어난 심사제도에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나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LH 내부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LH가 벌점을 받은 업체를 바로 배제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벌점을 상쇄할만큼의 가격 경쟁이나 설계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보인 측면도 있기 때문"이라며 "벌점을 받은 업체를 모두 배제한다면 향후 특정 업체에만 일이 몰리게 될 수도 있고 이는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LH의 역할 분담 등 해체 수준의 쇄신안을 주문하고 있다. 경실련은 "땅장사, 집 장사뿐 아니라 퇴직 이후에도 수주 로비스트를 양성하는 LH는 해체하고 대신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주택청 신설을 비롯해 새로운 이름의 조직을 탄생시키고 안정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LH의 공급 물량 소화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민간 건설업계에서도 나온다. 한 민간 건설사 관계자는 "LH라는 조직이 언제인가는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LH가 보유한 거대한 택지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관리와 인수인계 등의 어려움이 적지 않고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부실시공이 발생한 원인이 설계와 감리였던 만큼 설계와 감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순살 아파트] LH, 다시 쇄신 기로에…대체불가 ‘큰손’ 어쩌나

'엘피아' 의혹에 철근 누락 사태 LH 책임론 거세져
땅투기 사태 이후 다시 자체 혁신 힘주기…" 전관특혜 의혹 불식시키지 못하면 LH의 미래 없다"
발주 물량만 연간 10조원 규모…쇄신 고난도

정지수 기자 승인 2023.08.04 13:24 의견 0
이한준 LH 사장. (사진=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다시 쇄신 기로에 섰다. 지난 2021년 전·현직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가 발생한 뒤 2년 만에 LH 퇴직자 '엘피아'에 의한 부실공사 책임론이 커지면서다.

LH는 자체 혁신이 미진했다는 평가 속에 다시 한번 체질 개선에 나섰다. 매년 10조원 규모의 공사를 발주하는 '큰손'인 LH의 역할을 당장 대체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자구책과 제도적 변화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건설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LH는 4일 철근 누락 15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 사태 관련 업체에 대한 전관특혜 의혹을 내부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15개 공공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의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된 업체 및 관계자들을 부실시공으로 경찰에도 고발한다.

LH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2일 개최한 '반카르텔 공정건설 혁신 계획 회의'에 따른 후속조치다. 이한준 LH 사장은 "전관 특혜 의혹이 제기된 업체는 수사 의뢰하고, 15개 단지 부실 시공 관련 업체에 대해서는 고발과 민사소송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LH는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설치하고 ▲설계분야 ▲심사분야 ▲계약분야 ▲시공분야 ▲자재분야 ▲감리분야 등 총 6개의 분야에서 외부전문가와 함께 전관예우를 비롯한 부정·부패 행위 근절에 나선다.

LH는 자사 출신 임직원들이 퇴직 후 재취업한 설계사와 감리사, 시공사 등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2021년 LH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 등에 대해 수주 현황을 분석한 결과, LH가 수의계약으로 발주한 설계용역 상당 부분을 LH 전관 영입업체가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 LH가 설계 및 감리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기술력 검증이 아닌 전관특혜가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특히 철근 누락 아파트단지 15곳에서도 LH 퇴직자가 재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철근 누락이 확인된 LH 아파트 단지 15곳에서 감리를 한 업체 10곳은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LH로부터 ‘감리 미흡’ 등 사유로 벌점을 받았다. 벌점을 받고도 추가로 사업을 수주했다.

이한준 사장은 "LH 건설공사 전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전관특혜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한다면 LH의 미래는 없다는 각오로 고강도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LH 측은 이와 함께 철근 누락 단지와 관련해서는 빠르게 보강공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미 일부 단지에서는 보강공사가 마무리됐다.

LH 관계자는 "제도적 변화나 부실시공 및 설계에 대한 대처도 중요하지만 입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면서 "시공 중에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단지는 보강공사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고 입주 단지의 경우는 입주민과 협의를 통해 외부 업체를 선정해서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LH가 무량판 구조 미흡 15개 지구의 시공·감리사와 긴급회의를 실시했다. (사진=LH)

■ 자체 혁신 속도전 나섰지만…거대 발주처의 고난도 쇄신

LH가 자체 혁신을 위한 가속 페달을 밟고 있으나 연간 10조원 규모의 발주 물량을 관리하는데 따라오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LH는 올해에도 건설경기 회복 지원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공사·용역 발주를 목표로 했으며 상반기에만 4조4000억원 발주에 나섰다. 이는 공공기관 최대 규모다.

발주 물량은 압도적이나 인력은 부족하다. LH는 지난달부터 신입사원 230명 공개채용에 나섰는데 이는 땅투기 사태가 있던 2021년 12월 이후 1년 6개월만이다.

LH는 땅투기 이후 2000명 감축 목표를 내세웠으나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안팎의 시선이었다. LH의 발주 물량을 소화하기에는 감축 목표 인원으로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LH 내부에서도 인력 부족으로 인한 피로감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LH는 인원 감축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ALIO)에 따르면 지난해 LH의 정규직 정원은 6712명으로 2년새 605명이 줄었다. 대신 별도정원의 채용을 늘리는 등 우회적으로 인력을 충원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LH는 전관특혜 의혹이 일어난 심사제도에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나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LH 내부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LH가 벌점을 받은 업체를 바로 배제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벌점을 상쇄할만큼의 가격 경쟁이나 설계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보인 측면도 있기 때문"이라며 "벌점을 받은 업체를 모두 배제한다면 향후 특정 업체에만 일이 몰리게 될 수도 있고 이는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LH의 역할 분담 등 해체 수준의 쇄신안을 주문하고 있다. 경실련은 "땅장사, 집 장사뿐 아니라 퇴직 이후에도 수주 로비스트를 양성하는 LH는 해체하고 대신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주택청 신설을 비롯해 새로운 이름의 조직을 탄생시키고 안정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LH의 공급 물량 소화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민간 건설업계에서도 나온다.

한 민간 건설사 관계자는 "LH라는 조직이 언제인가는 없어질 수도 있겠지만 LH가 보유한 거대한 택지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관리와 인수인계 등의 어려움이 적지 않고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부실시공이 발생한 원인이 설계와 감리였던 만큼 설계와 감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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