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사진=AP연합뉴스) 2024년이 시작됐다. 지난 한 해처럼 올 해도 다사다난할 것이고 금융시장은 공포와 탐욕을 오가며 또다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다. 지금 우리가 당장 마주하고 있는 굵직한 이슈들을 정리하며 올 한 해를 어림해보고자 한다. 제목을 2024년에 대한 10가지 전망이라고 적었지만, 기실은 연초에 생각해보는 올해 10대 이슈라는 제목이 더 적합해 보인다. 주요한 이슈들을 나열해보고 이에 간단한 전망을 더해보았지만, 필자는 예언자가 아니므로 일어나지 않은 일들의 결과를 알아맞출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아래 적어놓은 전망들은 "모두 다" 현재로선 소수 의견에 가까운 굉장히 공격적인 전망이다. 그러니 하릴없이 빗나갈 필부의 전망은 재미삼아 보시고 나열된 이슈를 중심으로 독자분들 각자의 예상을 떠올려 보시면 좋겠다. 1. 미국 대선 승리자는 니키 헤일리 2024년 전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선거를 치른다. (GDP 기준으로2/3 이상이 선거에 돌입한다) 3일 앞으로 다가온 대만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4월 한국 총선을 거쳐 11월엔 미국 대선이 있다. 전세계적으로 선거가 집중되다 보니 많은 분석가들이 올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만들어낼 최대 요인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꼽는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권력잡고 있던 기존 정치인들은 급격한 정책 변화를 가져가기 힘들다. 도전자들이야 무슨 말이든 질러대겠지만 선거 전까지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말들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수많은 선거가 오히려 정치적 불확실성을 줄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대개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리스크는 리스크가 아닌 경우가 많다. 그나저나 미국 다음 대통령은 누가될까. 필자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니키 헤일리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 선거를 통해 변화를 촉발하고 싶은 잠재된 욕망이 거셀 것이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선호는 급진적 변화보다는 완만한 변화를 원할 것 같다. 그렇다면 미국 대선 승리자가 될 요건을 가장 많이 갖춘 사람은 정통 공화당이면서도 합리적인 이미지를 갖춘 니키 헤일리다. 2. 시장금리 하락폭은 기대치 하회할 것 글로벌 금리상승(통화정책 긴축) 사이클이 정점을 통과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작년 말에 금리하락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과도하게 치우쳐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연말 기준 국채선물시장에선 올해 연준이 6-7번 이상 금리 인하를 시행할 것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어 과하다는 느낌도 든다. 물가가 빠르게 잡히고 있긴 하나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고, 특히 앞서 말했든 올해가 전세계 선거의 해인데, 표를 원하는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재정 지출을 지속하는 상황이라 국채시장의 수급 불균형도 여전하다. 게다가 물가 상승률 계산의 특성으로 인해 23년말-24년초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고 있는 원동력이 올해 하반기엔 역기저효과로 반전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올해 금리인하, 통화정책의 전환이 발생하더라도 23년말 시장에 반영된 급격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충족되긴 어려울 것이다. 3. 미국 주식의 언더퍼폼 코로나 락다운 해제 이후 그간 뿌려진 보조금과 보복소비 욕구로 불같이 타올랐던 미국 서비스 지출이 다시 반대방향으로 급속도로 조정되고 있다. 모든 선진국들에서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지만, 주식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미국 주식시장의 서비스업 비중이 절대적이다. 22년 가을 이후 시장 반등을 주도했던 소위 Magnificient 7- 미국 상장 빅테크 종목의 마켓 리더십이 최근 약화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다같이 달리기전 7종목 내에서 수익을 편차(Divergence)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리더십의 분열은 상승 추세에는 좋지 못한 신호다. 23년 내내 헤맸던 유럽/중국의 경기가 여전히 힘들긴 하지만 나름대로 바닥을 다지고 있고, 미국 대선이 11월이라 올해 내내 정치적 불확실성도 겹쳐질 것이다. 22년-23년 전세계에서 홀로 독주했던 미국 경제의 상대적 강건함이 올해는 다소 못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럼 달러 강세도 잦아들 수 있다. 4. 중국의 컴백 중국 주가지수는 새해 초에도 연일 하락세다. 중국이 정치경제 양면에서 어려운 상황으로 보이긴 하지만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 역시 치우침이 심한 것 같다. 중국 정부가 수년간 시행해온 부동산과 주요 IT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막바지에 접어들은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정부의 부양책은 미국이 긴축 사이클일 때는 늘 미온적이었고 미국 통화정책의 변화가 가시화된 다음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부양책을 시행하는 경향이 있다. 올 3월 이후 미국 통화정책이 완화사이클로 전환된다면 답답하던 중국 부양책도 가속화될 수 있고 다년간 침체 양상을 보이던 중국 경제도 2분기 이후 의외의 회복세를 보일 수도 있다. 5. 기술의 삼성의 반격 삼성은 오랫동안 반도체 공정 기술의 리더십을 지켜온 시장의 막강한 지배자였다. 그랬던 삼성이 잠깐 한눈을 팔아 후공정 패키지 기술 개발을 서두르지 않았던 대가를 요즘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 사업에선 대만 TSMC의 CoWoS패키징을 따라가지 못해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만년 2등 하이닉스는 MR-MUF라는 고유기술로 AI시대의 HBM이라는 신규 수요를 휩쓸고 있다. 반면 삼성은 수율에서 밀려 시장 진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저력의 삼성이 올해 내내 고생을 좀 할 지라도 연말쯤에는 반격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뒤쳐진 후공정 패키지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면, 로직-메모리-패키징을 일관화할 수 있는 전세계 유일의 반도체 회사인 삼성이 가진 경쟁력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한국의 국가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화해보면 반도체를 팔아 석유를 사와서 전국민이 먹고사는 체계다. 컴퓨터, 스마트폰, 가전 같은 전통의 반도체 수요가 과거 사이클만큼 좋아질 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AI는 한국의 반도체 수출을 위해서 너무나도 갈급한 부문이다. 초격차를 외치던 삼성이 기술로서 뒤쳐지고 있다는게 참 민망한 일이다. 부디 올해 연말에는 우리나라를 위해서라도 기술의 삼성이 다시 돌아오길 빈다. 6. 외국인 컴백 한국 상장기업의 2023년 이익성장률은 전세계 최하위권이었다. 하지만 2024년 컨센서스 기준 한국 주식시장의 이익상승률 전망치는 주요 글로벌 주식 시장과 비교시 압도적 1위다. 요즘 대세인 인도나 일본보다도 훨씬 좋다. 지난해 실적이 워낙 안좋았던 반도체와 한국전력의 기저효과 때문이긴 하나 어쨌거나 이익 성장률로 한국이 글로벌 탑이 된 건 진짜 오랜만의 일이다. 워낙 전세계 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줄여 놓은 상황이라 한국은 잃을 것이 없고, 최근 중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줄이면서 아시아/이머징마켓 자산을 재배치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어쩌면 한국 시장이 수혜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 어느 해보다도 2024년은 외국인 수급을 기대해볼만 해다. 7. 액티브펀드의 부활 이제 액티브 펀드는 단어 자체를 쓰는게 어색할 정도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그런 투자상품이 됐다. 요즘 투자는 ETF를 이용해 시장 전체를 사거나 특정 테마에 투자하는 패시브 투자 일변도고, 이것이 싫다면 유튜브나 핀플루언서의 도움을 받아 직접 투자를 나서곤 한다. 펀드매니저가 주식을 골라주는 액티브 펀드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든지 오래다. 하지만 세상은 늘 돌고도는 것. 과거의 유효했던 전략은 새로운 세상에서 퇴색되기 마련이다. 패시브나 주도주를 따라 사는 이제까지의 투자 전략이 가진 유효성은 점점 떨어질 것이고 반대로 그 동안 경시됐던 리스크 관리, 균형있는 포트폴리오 구축, 투자 대상을 고르는데 있어서 기업의 펀더멘탈이나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는 투자의 유효성은 다시 부각될 수 있다. 사실 23년에는 시장 전반이 오르면서 웬만한 투자자, 웬만한 펀드의 수익률들이 다 좋은 편이었다. 2년 연속 모두가 해피한 시장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23년과는 달리 올해 연말께 투자전략과 펀드 별로 수익률 편차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펀드매니저의 스타일과 철학, 개성에 따라 시장과 전혀 다른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액티브 펀드의 컴백을 기대해 본다. 8. 부동산 PF 안정화 연말 연초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슈로 시끄럽다. 혹자들은 이것이 우리나라 PF위기의 시작이라며 도미노가 쓰러지듯 건설사들이 차례 차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동산 금융의 잠재손실과 유동성 이슈는 2022년부터 2년 가까이 지속됐던 낡은 이슈다. 22년 가을 레고랜드 사태 때가 정점이었다. 태영건설 문제는 새롭게 불거진 이슈라기보단 2년간 진행된 다운 사이클의 예견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위기의 시작이라기 보다는 시작된 위기의 끝에 가깝다는 말이다. 미착공 PF 통계의 수치들을 보면 상당히 위험해보이지만, 그간 오른 집값이나 금융기관들의 거대한 자산규모, 2022년초부터 다운사이클이 지속되면서 쌓아놓은 충담금과 민관이 함께 준비한 여러 버퍼들에 비하면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그동안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버티던 시절이 차라리 더 위험하고, 지금처럼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PF사업장들이 할인되어 유통되면서 금융시장의 돈이 돌기 시작한다. 시장의 정상화되려면 건전한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 이번 태영건설 사태 이후로 금융시장은 오히려 더 안정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우려가 많았던 금융주, 건설주 컴백도 가능하다. 9. 이어지는 정부의 증시 부양책 현 정부는 총선 이후 금투세 도입을 연기하거나 백지화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또 오랜기간 많은 투자자들의 숙원이었던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에 주주에 대한 의무를 삽입하는 법안 변경을 추진하겠다고도 선언했다. 일본 정부가 오랜 디플레이션을 벗어나기 위해 10년 넘게 증시 부양을 나선 것처럼 한국도 어느 세력이 주도권을 잡던 증시 활성화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비록 금투세는 본질과 무관한 감세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상법 개정은 여야 양쪽에서 모두 공통된 발언이 나와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다. 작년 11월의 공매도 금지 조치 같은게 좀 거칠었긴 했지만 증시 부양을 결정했으면 정책의 일관성을 갖고 끌고 나가야 한다. 일본 사례를 공부하고 적절한 대책들이 이어지길 바란다. 10.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마지막 전망은 필자는 물론이거니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올해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거나 예상하는 일들은 정말로 그 일이 일어나더라도 막상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예상하지 못함'이 모든 서프라이즈의 본질이고, 서프라이즈만이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어떤 예상도 빗나가는 기상천외한 일이 올해 우리의 삶을 규정할 것이라는 전망은 매년 불변의 전망일 것이다. 예상할 수 없는 일을 대비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연초의 마음가짐일 지도 모르겠다. ■ 강대권 대표는 현재 라이프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산업경제학 전공)를 마쳤고, 서울대 가치투자 동아리 '스믹(SMIC)' 출신으로도 유명하다. 가치투자 2세대 스타 펀드매니저인 강 대표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거쳐 유경PSG자산운용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다. 당시 국내 운용사 최연소 CIO다. 지난 2016년, 2020년 국내 주식형 운용사 수익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강대권의 시시각각] 아무도 예상 못한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2024년에 대한 10가지 전망

강대권 승인 2024.01.10 11:00 | 최종 수정 2024.01.10 11:29 의견 0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사진=AP연합뉴스)


2024년이 시작됐다. 지난 한 해처럼 올 해도 다사다난할 것이고 금융시장은 공포와 탐욕을 오가며 또다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다.

지금 우리가 당장 마주하고 있는 굵직한 이슈들을 정리하며 올 한 해를 어림해보고자 한다. 제목을 2024년에 대한 10가지 전망이라고 적었지만, 기실은 연초에 생각해보는 올해 10대 이슈라는 제목이 더 적합해 보인다. 주요한 이슈들을 나열해보고 이에 간단한 전망을 더해보았지만, 필자는 예언자가 아니므로 일어나지 않은 일들의 결과를 알아맞출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아래 적어놓은 전망들은 "모두 다" 현재로선 소수 의견에 가까운 굉장히 공격적인 전망이다. 그러니 하릴없이 빗나갈 필부의 전망은 재미삼아 보시고 나열된 이슈를 중심으로 독자분들 각자의 예상을 떠올려 보시면 좋겠다.

1. 미국 대선 승리자는 니키 헤일리

2024년 전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선거를 치른다. (GDP 기준으로2/3 이상이 선거에 돌입한다) 3일 앞으로 다가온 대만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4월 한국 총선을 거쳐 11월엔 미국 대선이 있다. 전세계적으로 선거가 집중되다 보니 많은 분석가들이 올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만들어낼 최대 요인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꼽는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권력잡고 있던 기존 정치인들은 급격한 정책 변화를 가져가기 힘들다. 도전자들이야 무슨 말이든 질러대겠지만 선거 전까지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말들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수많은 선거가 오히려 정치적 불확실성을 줄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대개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리스크는 리스크가 아닌 경우가 많다. 그나저나 미국 다음 대통령은 누가될까. 필자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니키 헤일리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 선거를 통해 변화를 촉발하고 싶은 잠재된 욕망이 거셀 것이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선호는 급진적 변화보다는 완만한 변화를 원할 것 같다. 그렇다면 미국 대선 승리자가 될 요건을 가장 많이 갖춘 사람은 정통 공화당이면서도 합리적인 이미지를 갖춘 니키 헤일리다.

2. 시장금리 하락폭은 기대치 하회할 것

글로벌 금리상승(통화정책 긴축) 사이클이 정점을 통과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작년 말에 금리하락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과도하게 치우쳐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연말 기준 국채선물시장에선 올해 연준이 6-7번 이상 금리 인하를 시행할 것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어 과하다는 느낌도 든다.

물가가 빠르게 잡히고 있긴 하나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고, 특히 앞서 말했든 올해가 전세계 선거의 해인데, 표를 원하는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재정 지출을 지속하는 상황이라 국채시장의 수급 불균형도 여전하다.

게다가 물가 상승률 계산의 특성으로 인해 23년말-24년초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고 있는 원동력이 올해 하반기엔 역기저효과로 반전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올해 금리인하, 통화정책의 전환이 발생하더라도 23년말 시장에 반영된 급격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충족되긴 어려울 것이다.

3. 미국 주식의 언더퍼폼

코로나 락다운 해제 이후 그간 뿌려진 보조금과 보복소비 욕구로 불같이 타올랐던 미국 서비스 지출이 다시 반대방향으로 급속도로 조정되고 있다. 모든 선진국들에서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지만, 주식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미국 주식시장의 서비스업 비중이 절대적이다.

22년 가을 이후 시장 반등을 주도했던 소위 Magnificient 7- 미국 상장 빅테크 종목의 마켓 리더십이 최근 약화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다같이 달리기전 7종목 내에서 수익을 편차(Divergence)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리더십의 분열은 상승 추세에는 좋지 못한 신호다.

23년 내내 헤맸던 유럽/중국의 경기가 여전히 힘들긴 하지만 나름대로 바닥을 다지고 있고, 미국 대선이 11월이라 올해 내내 정치적 불확실성도 겹쳐질 것이다. 22년-23년 전세계에서 홀로 독주했던 미국 경제의 상대적 강건함이 올해는 다소 못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럼 달러 강세도 잦아들 수 있다.

4. 중국의 컴백

중국 주가지수는 새해 초에도 연일 하락세다. 중국이 정치경제 양면에서 어려운 상황으로 보이긴 하지만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 역시 치우침이 심한 것 같다. 중국 정부가 수년간 시행해온 부동산과 주요 IT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막바지에 접어들은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정부의 부양책은 미국이 긴축 사이클일 때는 늘 미온적이었고 미국 통화정책의 변화가 가시화된 다음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부양책을 시행하는 경향이 있다. 올 3월 이후 미국 통화정책이 완화사이클로 전환된다면 답답하던 중국 부양책도 가속화될 수 있고 다년간 침체 양상을 보이던 중국 경제도 2분기 이후 의외의 회복세를 보일 수도 있다.

5. 기술의 삼성의 반격

삼성은 오랫동안 반도체 공정 기술의 리더십을 지켜온 시장의 막강한 지배자였다. 그랬던 삼성이 잠깐 한눈을 팔아 후공정 패키지 기술 개발을 서두르지 않았던 대가를 요즘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 사업에선 대만 TSMC의 CoWoS패키징을 따라가지 못해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만년 2등 하이닉스는 MR-MUF라는 고유기술로 AI시대의 HBM이라는 신규 수요를 휩쓸고 있다. 반면 삼성은 수율에서 밀려 시장 진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저력의 삼성이 올해 내내 고생을 좀 할 지라도 연말쯤에는 반격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뒤쳐진 후공정 패키지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면, 로직-메모리-패키징을 일관화할 수 있는 전세계 유일의 반도체 회사인 삼성이 가진 경쟁력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한국의 국가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화해보면 반도체를 팔아 석유를 사와서 전국민이 먹고사는 체계다. 컴퓨터, 스마트폰, 가전 같은 전통의 반도체 수요가 과거 사이클만큼 좋아질 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AI는 한국의 반도체 수출을 위해서 너무나도 갈급한 부문이다. 초격차를 외치던 삼성이 기술로서 뒤쳐지고 있다는게 참 민망한 일이다. 부디 올해 연말에는 우리나라를 위해서라도 기술의 삼성이 다시 돌아오길 빈다.

6. 외국인 컴백

한국 상장기업의 2023년 이익성장률은 전세계 최하위권이었다. 하지만 2024년 컨센서스 기준 한국 주식시장의 이익상승률 전망치는 주요 글로벌 주식 시장과 비교시 압도적 1위다. 요즘 대세인 인도나 일본보다도 훨씬 좋다. 지난해 실적이 워낙 안좋았던 반도체와 한국전력의 기저효과 때문이긴 하나 어쨌거나 이익 성장률로 한국이 글로벌 탑이 된 건 진짜 오랜만의 일이다.

워낙 전세계 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줄여 놓은 상황이라 한국은 잃을 것이 없고, 최근 중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줄이면서 아시아/이머징마켓 자산을 재배치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어쩌면 한국 시장이 수혜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 어느 해보다도 2024년은 외국인 수급을 기대해볼만 해다.

7. 액티브펀드의 부활

이제 액티브 펀드는 단어 자체를 쓰는게 어색할 정도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그런 투자상품이 됐다. 요즘 투자는 ETF를 이용해 시장 전체를 사거나 특정 테마에 투자하는 패시브 투자 일변도고, 이것이 싫다면 유튜브나 핀플루언서의 도움을 받아 직접 투자를 나서곤 한다. 펀드매니저가 주식을 골라주는 액티브 펀드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든지 오래다.

하지만 세상은 늘 돌고도는 것. 과거의 유효했던 전략은 새로운 세상에서 퇴색되기 마련이다. 패시브나 주도주를 따라 사는 이제까지의 투자 전략이 가진 유효성은 점점 떨어질 것이고 반대로 그 동안 경시됐던 리스크 관리, 균형있는 포트폴리오 구축, 투자 대상을 고르는데 있어서 기업의 펀더멘탈이나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는 투자의 유효성은 다시 부각될 수 있다.

사실 23년에는 시장 전반이 오르면서 웬만한 투자자, 웬만한 펀드의 수익률들이 다 좋은 편이었다. 2년 연속 모두가 해피한 시장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23년과는 달리 올해 연말께 투자전략과 펀드 별로 수익률 편차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펀드매니저의 스타일과 철학, 개성에 따라 시장과 전혀 다른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액티브 펀드의 컴백을 기대해 본다.

8. 부동산 PF 안정화

연말 연초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슈로 시끄럽다. 혹자들은 이것이 우리나라 PF위기의 시작이라며 도미노가 쓰러지듯 건설사들이 차례 차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동산 금융의 잠재손실과 유동성 이슈는 2022년부터 2년 가까이 지속됐던 낡은 이슈다. 22년 가을 레고랜드 사태 때가 정점이었다. 태영건설 문제는 새롭게 불거진 이슈라기보단 2년간 진행된 다운 사이클의 예견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위기의 시작이라기 보다는 시작된 위기의 끝에 가깝다는 말이다.

미착공 PF 통계의 수치들을 보면 상당히 위험해보이지만, 그간 오른 집값이나 금융기관들의 거대한 자산규모, 2022년초부터 다운사이클이 지속되면서 쌓아놓은 충담금과 민관이 함께 준비한 여러 버퍼들에 비하면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그동안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버티던 시절이 차라리 더 위험하고, 지금처럼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PF사업장들이 할인되어 유통되면서 금융시장의 돈이 돌기 시작한다. 시장의 정상화되려면 건전한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 이번 태영건설 사태 이후로 금융시장은 오히려 더 안정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우려가 많았던 금융주, 건설주 컴백도 가능하다.

9. 이어지는 정부의 증시 부양책

현 정부는 총선 이후 금투세 도입을 연기하거나 백지화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또 오랜기간 많은 투자자들의 숙원이었던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에 주주에 대한 의무를 삽입하는 법안 변경을 추진하겠다고도 선언했다. 일본 정부가 오랜 디플레이션을 벗어나기 위해 10년 넘게 증시 부양을 나선 것처럼 한국도 어느 세력이 주도권을 잡던 증시 활성화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비록 금투세는 본질과 무관한 감세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상법 개정은 여야 양쪽에서 모두 공통된 발언이 나와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다. 작년 11월의 공매도 금지 조치 같은게 좀 거칠었긴 했지만 증시 부양을 결정했으면 정책의 일관성을 갖고 끌고 나가야 한다. 일본 사례를 공부하고 적절한 대책들이 이어지길 바란다.

10.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마지막 전망은 필자는 물론이거니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올해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거나 예상하는 일들은 정말로 그 일이 일어나더라도 막상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예상하지 못함'이 모든 서프라이즈의 본질이고, 서프라이즈만이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어떤 예상도 빗나가는 기상천외한 일이 올해 우리의 삶을 규정할 것이라는 전망은 매년 불변의 전망일 것이다. 예상할 수 없는 일을 대비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연초의 마음가짐일 지도 모르겠다.


■ 강대권 대표는 현재 라이프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산업경제학 전공)를 마쳤고, 서울대 가치투자 동아리 '스믹(SMIC)' 출신으로도 유명하다. 가치투자 2세대 스타 펀드매니저인 강 대표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거쳐 유경PSG자산운용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다. 당시 국내 운용사 최연소 CIO다. 지난 2016년, 2020년 국내 주식형 운용사 수익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