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경기도 한 편의점 매대에 진열된 카네이션. 사진=김성준 기자 “지난해에는 매장 외부에 매대를 따로 세워서 카네이션을 가득 진열했었는데, 올해는 따로 발주를 안 했어요. 안 팔리고 남으면 다 골칫거린데, 예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카네이션을) 찾는 사람이 줄었어요.” 경기도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올해 ‘어버이날 대목’을 앞두고도 카네이션 관련 상품을 들여놓지 않았다. 주택가에 있는 매장 특성상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데, 상품을 발주했다가 자칫 팔리지 않고 남으면 재고 부담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 인근에 있는 다른 편의점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대부분 매장에서 발주량을 줄이거나 품목을 최소화했다. 인근에서 가장 넓은 매장을 가진 B편의점에서는 입구 바로 옆 매대에 카네이션을 배치하긴 했지만, 매대 한 칸 중 두 줄을 차지할 뿐이었다. ◆어버이날이지만 거리에서 카네이션 찾아보기 힘들어 8일 오전 경기도 한 편의점 매대에 진열된 카네이션. 사진=김성준 기자 고물가 속 어버이날 대목이 사라지면서 유통업계 풍경도 변하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편의점을 비롯해 거리 곳곳 매장에 진열된 카네이션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올해는 카네이션을 구매하려면 발품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유동 인구가 적은 주택가 등에서는 아예 관련 상품을 진열하지 않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8일 편의점을 찾은 C씨는 “부모님에게 드릴 카네이션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서 급하게 편의점에 왔는데, 비누 꽃이나 조화밖에 없어서 몇 군데를 더 돌아봤다”면서 “여기(B편의점)는 그래도 카네이션 바구니가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CU는 올해 어버이날 행사를 점주 자율에 따라 일부 점포에서만 운영하고 있다. 꽃 관련 전체 SKU는 8종으로 지난해보다 1종 늘었지만, 생화는 3종에서 2종으로 줄었다. 생화 비중이 줄어든 데다 본사 차원에서 기획하는 행사가 아니다 보니 점포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게 CU의 설명이다. GS25도 카네이션 관련 협업 상품 등 8종을 갖췄지만 대부분 자사앱을 통해 사전예약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가 주로 픽업 또는 배달을 이용해서 오프라인 매장에 진열되는 상품은 비교적 적을 수밖에 없다. 편의점 외 오프라인 유통사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과거와 달리 각종 기념일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점차 희미해지면서, 업체들도 매장에 진열하는 품목이나 양을 줄였다. 매장 한편을 통째로 진열에 할애하는 등 기념일 마케팅에 ‘힘을 주는’ 형태를 피하게 되면서 판매 양상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예전처럼 기념일을 의무적으로 챙기는 분위기가 줄어든 데다 각종 구매 채널도 다양해지면서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물가가 바꾼 선물 트렌드…생화보다 ‘실속’ 찾는다 8일 오후 잠실역 지하상가 내 한 꽃가게에서 방문객들이 꽃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은 여전히 카네이션을 찾는 수요가 많은 편이었다. 8일 오후 잠실역 인근 꽃가게들은 어버이날을 맞아 꽃을 구매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길을 지나다 들르는 방문객은 물론 배달 주문도 밀려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대목’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은 예전보다 카네이션 판매량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잠실역 지하상가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D씨는 “5월에는 어버이날에 스승의날이 함께 있어 여전히 꽃을 찾는 손님이 가장 많은 시즌”이라면서도 “최근에는 카네이션을 사가는 손님이 많이 줄었다. 체감상 3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5월 초 카네이션 거래량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화훼공판장에서 거래된 국산 카네이션 절화는 3만5118속으로 지난해 6만1346속보다 42.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거래된 카네이션 평균 가격은 6138원에서 8636원으로 40.7%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고물가 여파로 카네이션 관련 상품 판매 역시 시들한 것으로 봤다. 카네이션 가격이 오른 데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가 보다 실속있는 선물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에서도 이에 발맞춰 생화 판매보다는 실속형 선물이나 각종 할인 행사 등 ‘알뜰소비’를 겨냥한 마케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카네이션 자체보다는 선물이라는 의미에 중점을 두면서 전통적인 생화 판매가 줄어든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풍선으로 만든 꽃처럼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춘 상품이 출시되는 등 카네이션 판매가 다른 상품으로 분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르포] “올해는 발주 안 했어요”…카네이션 사라진 어버이날

‘카네이션 대목’ 어버이날에도 거리서 자취 감춘 카네이션
편의점서 발주 안하고 마트는 진열 줄여…구매형태 변화 영향도
카네이션 가격 뛰고 판매량 줄어…다양한 선물로 수요 분산

김성준 기자 승인 2024.05.08 17:00 의견 0
8일 오전 경기도 한 편의점 매대에 진열된 카네이션. 사진=김성준 기자

“지난해에는 매장 외부에 매대를 따로 세워서 카네이션을 가득 진열했었는데, 올해는 따로 발주를 안 했어요. 안 팔리고 남으면 다 골칫거린데, 예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카네이션을) 찾는 사람이 줄었어요.”

경기도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올해 ‘어버이날 대목’을 앞두고도 카네이션 관련 상품을 들여놓지 않았다. 주택가에 있는 매장 특성상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데, 상품을 발주했다가 자칫 팔리지 않고 남으면 재고 부담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 인근에 있는 다른 편의점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대부분 매장에서 발주량을 줄이거나 품목을 최소화했다. 인근에서 가장 넓은 매장을 가진 B편의점에서는 입구 바로 옆 매대에 카네이션을 배치하긴 했지만, 매대 한 칸 중 두 줄을 차지할 뿐이었다.

◆어버이날이지만 거리에서 카네이션 찾아보기 힘들어

8일 오전 경기도 한 편의점 매대에 진열된 카네이션. 사진=김성준 기자

고물가 속 어버이날 대목이 사라지면서 유통업계 풍경도 변하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편의점을 비롯해 거리 곳곳 매장에 진열된 카네이션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올해는 카네이션을 구매하려면 발품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유동 인구가 적은 주택가 등에서는 아예 관련 상품을 진열하지 않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8일 편의점을 찾은 C씨는 “부모님에게 드릴 카네이션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서 급하게 편의점에 왔는데, 비누 꽃이나 조화밖에 없어서 몇 군데를 더 돌아봤다”면서 “여기(B편의점)는 그래도 카네이션 바구니가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CU는 올해 어버이날 행사를 점주 자율에 따라 일부 점포에서만 운영하고 있다. 꽃 관련 전체 SKU는 8종으로 지난해보다 1종 늘었지만, 생화는 3종에서 2종으로 줄었다. 생화 비중이 줄어든 데다 본사 차원에서 기획하는 행사가 아니다 보니 점포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게 CU의 설명이다. GS25도 카네이션 관련 협업 상품 등 8종을 갖췄지만 대부분 자사앱을 통해 사전예약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가 주로 픽업 또는 배달을 이용해서 오프라인 매장에 진열되는 상품은 비교적 적을 수밖에 없다.

편의점 외 오프라인 유통사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과거와 달리 각종 기념일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점차 희미해지면서, 업체들도 매장에 진열하는 품목이나 양을 줄였다. 매장 한편을 통째로 진열에 할애하는 등 기념일 마케팅에 ‘힘을 주는’ 형태를 피하게 되면서 판매 양상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예전처럼 기념일을 의무적으로 챙기는 분위기가 줄어든 데다 각종 구매 채널도 다양해지면서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물가가 바꾼 선물 트렌드…생화보다 ‘실속’ 찾는다

8일 오후 잠실역 지하상가 내 한 꽃가게에서 방문객들이 꽃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은 여전히 카네이션을 찾는 수요가 많은 편이었다. 8일 오후 잠실역 인근 꽃가게들은 어버이날을 맞아 꽃을 구매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길을 지나다 들르는 방문객은 물론 배달 주문도 밀려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대목’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은 예전보다 카네이션 판매량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잠실역 지하상가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D씨는 “5월에는 어버이날에 스승의날이 함께 있어 여전히 꽃을 찾는 손님이 가장 많은 시즌”이라면서도 “최근에는 카네이션을 사가는 손님이 많이 줄었다. 체감상 30% 정도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5월 초 카네이션 거래량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화훼공판장에서 거래된 국산 카네이션 절화는 3만5118속으로 지난해 6만1346속보다 42.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거래된 카네이션 평균 가격은 6138원에서 8636원으로 40.7%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고물가 여파로 카네이션 관련 상품 판매 역시 시들한 것으로 봤다. 카네이션 가격이 오른 데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가 보다 실속있는 선물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에서도 이에 발맞춰 생화 판매보다는 실속형 선물이나 각종 할인 행사 등 ‘알뜰소비’를 겨냥한 마케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카네이션 자체보다는 선물이라는 의미에 중점을 두면서 전통적인 생화 판매가 줄어든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풍선으로 만든 꽃처럼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춘 상품이 출시되는 등 카네이션 판매가 다른 상품으로 분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