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시리즈 순위 조작을 주도한 안모 PD (사진=연합뉴스) 구태의연(舊態依然)할 줄 알았다. 과거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르던 음악프로그램 PD 일부는 결국 구태(舊苔)를 씻어내지 못하고 검찰에 송치되는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카메라 뒤에서의 권력이 영원할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힘이 아이들을 학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았을까. 엠넷(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했던 안모 PD와 김모 CP를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 관계자는 지난 14일 “오디션 프로그램 조작 의혹과 관련 구속된 안 PD 등 2명을 업무방해 또는 사기, 배임수재, 청탁금지법위반 혐의를 적용,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했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남은 의혹에 대해 계속해서 면밀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혐의 어디에도 아동학대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적용된 혐의인 업무방해, 사기, 배임수재, 청탁금지법위반은 그 주체가 PD와 향응 접대를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 그리고 방송사다. 정작 꿈을 짓밟히고, 꺾인 출연자들에 대한 잘못에는 잣대를 대지 않은 셈이다.  아동은 만 18세 미만으로 적용하고 있다. 시리즈 전반에 걸쳐 출연진의 평균 연령은 만 16~17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법에서 정하는 ‘아동’의 범주에 들어간다.    법은 아동학대에 대해 ‘신체적, 성적, 심리적으로 학대하거나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동 학대는 아동의 가정뿐만 아니라 아동이 속해 있는 학교나 기타 모든 기관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정의한다.  학교 밖, 찬바람 부는 울타리 밖에서 이들은 오롯이 꿈을 이루기 위해 혹독한 연습을 견뎌야 했고, 냉정한 평가로 분류됐다. 아이들이 견뎌내야 하는 고통, 감내해야 하는 굴욕감은 그것이 공정할 것이라는 신뢰를 바탕에 둔 때문이다. 부모에게도 반항 일색일 시절, 질풍노도의 시기에 제작진과 심사위원 앞에서 순한 양이 되는 것이 바로 이 ‘공정’을 믿기 때문이다.  매 미션 때마다 마음 졸이며 연습해야 했던 아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선 칼날처럼 돌아오는 혹평을 견뎌야 했던 아이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리고 그 땀과 눈물이 ‘향응 접대’라는 뒷거래를 연결고리 삼아 이미 결정 되어 있는 상황을 더 드라마틱하게 비추기 위한 도구가 됐다는 사실 앞에 아이들은 이미 심리적 학대를 당한 셈이다. 시리즈 전체에 걸쳐 심리적으로 상처를 받은 출연진의 수는 상당하다. 두 번째 시리즈만 보더라도 101명이 도전해 11명 만이 워너원이라는 이름으로 데뷔 할 수 있었다. 한 시리즈만 해도 족히 90명이 아이들이 꿈을 꺾었다. 이중에는 정당한 평가를 받은 아이도 있겠지만 이러한 뒷거래로 인한 피해자가 분명 존재할 테니.  피해 당사자가 목소리를 낼 때다. 꼭 피터지고, 찢기는 신체 학대만이 학대가 아니다. 꿈을 담보잡혀 들러리를 섰다면,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동의하지 않은 일이라면 이것은 분명한 심리적 학대에 해당한다.

[박진희의 보다가] ‘프듀’ 출연 연습생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는 없나요?

조작 주도한 PD, 사기 배임수재 업무방해 혐의만 적용
피해 당한 연습생들, 아동학대 주장 할 수 있어

박진희 기자 승인 2019.11.15 14:13 | 최종 수정 2019.11.15 15:23 의견 0
프로듀스 시리즈 순위 조작을 주도한 안모 PD (사진=연합뉴스)


구태의연(舊態依然)할 줄 알았다. 과거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르던 음악프로그램 PD 일부는 결국 구태(舊苔)를 씻어내지 못하고 검찰에 송치되는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카메라 뒤에서의 권력이 영원할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힘이 아이들을 학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았을까.

엠넷(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했던 안모 PD와 김모 CP를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 관계자는 지난 14일 “오디션 프로그램 조작 의혹과 관련 구속된 안 PD 등 2명을 업무방해 또는 사기, 배임수재, 청탁금지법위반 혐의를 적용,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했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남은 의혹에 대해 계속해서 면밀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의 혐의 어디에도 아동학대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적용된 혐의인 업무방해, 사기, 배임수재, 청탁금지법위반은 그 주체가 PD와 향응 접대를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 그리고 방송사다. 정작 꿈을 짓밟히고, 꺾인 출연자들에 대한 잘못에는 잣대를 대지 않은 셈이다. 

아동은 만 18세 미만으로 적용하고 있다. 시리즈 전반에 걸쳐 출연진의 평균 연령은 만 16~17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법에서 정하는 ‘아동’의 범주에 들어간다.   

법은 아동학대에 대해 ‘신체적, 성적, 심리적으로 학대하거나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동 학대는 아동의 가정뿐만 아니라 아동이 속해 있는 학교나 기타 모든 기관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정의한다. 

학교 밖, 찬바람 부는 울타리 밖에서 이들은 오롯이 꿈을 이루기 위해 혹독한 연습을 견뎌야 했고, 냉정한 평가로 분류됐다. 아이들이 견뎌내야 하는 고통, 감내해야 하는 굴욕감은 그것이 공정할 것이라는 신뢰를 바탕에 둔 때문이다. 부모에게도 반항 일색일 시절, 질풍노도의 시기에 제작진과 심사위원 앞에서 순한 양이 되는 것이 바로 이 ‘공정’을 믿기 때문이다. 

매 미션 때마다 마음 졸이며 연습해야 했던 아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선 칼날처럼 돌아오는 혹평을 견뎌야 했던 아이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리고 그 땀과 눈물이 ‘향응 접대’라는 뒷거래를 연결고리 삼아 이미 결정 되어 있는 상황을 더 드라마틱하게 비추기 위한 도구가 됐다는 사실 앞에 아이들은 이미 심리적 학대를 당한 셈이다.

시리즈 전체에 걸쳐 심리적으로 상처를 받은 출연진의 수는 상당하다. 두 번째 시리즈만 보더라도 101명이 도전해 11명 만이 워너원이라는 이름으로 데뷔 할 수 있었다. 한 시리즈만 해도 족히 90명이 아이들이 꿈을 꺾었다. 이중에는 정당한 평가를 받은 아이도 있겠지만 이러한 뒷거래로 인한 피해자가 분명 존재할 테니. 

피해 당사자가 목소리를 낼 때다. 꼭 피터지고, 찢기는 신체 학대만이 학대가 아니다. 꿈을 담보잡혀 들러리를 섰다면,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동의하지 않은 일이라면 이것은 분명한 심리적 학대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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