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0'에서 선보인 삼성전자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젬스힙' 체험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차세대 로봇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첫 개인을 위한 로봇인 웨어러블 로봇 '봇핏'을 개발 완료한 로봇사업팀을 해체하고 연구개발 인력을 재배치해 로봇 분야 선행 개발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 개발에 나서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1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로봇사업팀의 연구개발(R&D) 인력을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로 재배치했다. 이는 첫 웨어러블 로봇인 '봇핏'을 개발 완료한 이유도 있지만, 휴머노이드와 같은 좀 더 발전적인 로봇 개발에 나서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로봇사업팀이 웨어러블 로봇 '봇핏'의 개발을 완료하고 다음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이라며 "로봇 R&D(연구개발)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이라고 말했다.
■ 웨어러블 로봇 첫 출시 후 해체…현대차·LG와 달리 '뒷걸음'
DX 부문의 로봇사업팀은 지난 2021년 12월 태스크포스(TF)에서 팀으로 격상돼 150여명이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이후 첫 상용 로봇인 웨어러블 로봇 '봇핏'을 세상에 내놨다. 하지만 2년여 만에 기존 부서로 복귀하거나 전경훈 CTO(삼성리서치장) 산하의 TF로 재배치된 것이다.
삼성의 첫 웨어러블 로봇 '봇핏'은 현재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는 출시돼 실버타운 등에서 보행 보조 기구로 활용되고 있다. B2C(개인 간 거래) 시장은 올해 하반기 내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1월 CES 2024에서 "피트니스 등 기업·소비자간거래(B2C)까지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하며 봇핏의 대중화를 염두에 둔 말을 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B2B 시장은 이미 출시됐고, B2C는 올해 안에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봇핏이 공을 들인 만큼 매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성과에 대해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연구도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셈이다.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작업자들이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을 착용한 상태로 일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삼성전자는 현대차와 LG전자의 로봇 사업 발전 속도보다 더딘 모습이다.
현대차의 경우 이미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를 개발해 국내외 생산공장에 도입해 현장 테스를 진행하고 있다. 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거나 고개를 뒤로 젖힌 자세로 오랫동안 일할 경우 힘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성공하면 다양한 제조기업에 진출을 노려볼 수도 있다.
LG전자의 경우도 '클로이' 서빙로봇을 통해 대중화에 나서며 B2B와 B2C 시장에서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 LG전자 가전 홈페이지에도 로봇 카테고리가 있고 클로이 서빙로봇을 판매하고 있다. 서울 연세 세브란스 병원이나 프렌차이즈 레스토랑 등에도 이 서빙로봇 클로이를 판매하며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러한 웨어러블 로봇의 B2C 판매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고, LG 클로이와 같은 서빙로봇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서빙로봇은 없고, 봇핏(웨어러블 로봇)은 이제 개인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차·테슬라, 휴머노이드 선봬…삼성,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투자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더딘 로봇 사업을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와 같이 한 단계 발전시키려는 포석을 이번 조직개편에 반영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마디내믹스는 지난 4월 중순 신형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의 움직임 등을 영상을 통해 공개했다. 이 로봇은 기존의 유압식이 아닌 전기식 구동방식을 채택했고, 바닥에 누워있다가도 자유자제로 몸통을 회전시켜 빠르게 방향을 바꿔 사람처럼 걸어다닐 수 있었다.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다이내믹스 CEO는 지난 4월18일 미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신형 아틀라스는 산업,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로 적용되는 양산 로봇을 고려해 개발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 전기식 신형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왼쪽), 테슬라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2'가 계란을 집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테슬라 영상 갈무리)
앞서 테슬라도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2'를 공개하고 이 로봇이 계란을 집어서 옮기는 시연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옵티머스' 로봇 관련 "3~5년 내 수백만대 양산할 예정이고, 가격은 2만 달러(한화 약 2660만원) 미만"이라고 밝히며 로봇 대중화를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삼성전자가 투자한 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를 통해 휴머노이드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현대차나 테슬라의 휴머노이드처럼 걷고 뛰고, 계란을 집는 등의 모습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를 따라잡기 급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14.83%)를 확보해 휴머노이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오는 5월 13~16일 일본에서 열리는 'IEEE 국제로봇자동화 학술대회(ICRA 2024)'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이동형 양팔로봇 'RB-Y1'을 선보일 예정이다. RB-Y1은 한 팔당 7축 자유도를 갖는 양팔과 6축 자유도의 외다리, 바퀴형 모바일 플랫폼을 갖춘 휴머노이드 형태의 로봇이다.
한 부회장은 CES 2024에서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로봇은 제조, 리테일, 홈과 개인을 위한 로봇"이라고 말했지만, 현재까지는 웨어러블 로봇 '봇핏'이 다인 셈이다. 한 부회장은 "결국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